진짜 ‘수박 맛’을 찾아서…
얼마 전 씨를 뱉어내며 수박주스를 마시는 후배에게 “수박은 아삭아삭한 맛으로 먹는건데, 다 갈아놓은 주스가 무슨 맛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후배는 “혼자 살면서 수박 맛보기 쉽지 않아요”라며 수박주스를 선택한 이유를 말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수박 좋아하는 가족들 생각해서 여름 내내 냉장고에 수박 채워놓는 우리 엄마. 저는 엄마 덕분에 늘 수박의 빨간 속살만 간편하게 먹고 살았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에겐 그리운 맛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흔하지만 귀한(?) 수박의 맛을 얼마나 만족스럽고 편하게 맛 볼 수 있을까란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평소 독특하다고 느낀 수박 맛 제품을 이번 편식을 통해 모두 맛보았습니다.
1인 가구를 겨냥한 일반 수박 4분의 1 크기의 껍질이 얇은 애플 수박도 있고, 생과일 주스 전문점에서 수박주스를 판매하고 있지만 수박을 가공한 색다른 맛을 느껴보고자 편의점, 마트, 백화점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데일리 식구들 앞에 펼쳐놓은 것은 롯데 ‘잘익은 수박바’(1000원), 에스에프씨바이오 ‘수박소다’(1000원), 일본 토모마스 ‘워터멜론 사이다’(3000원), 세븐일레븐(비락) ‘수박우유’(1000원), 서울우유 ‘수박우유’(1300원) 등 총 다섯가지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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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수박 맛과 상관없이 각자 ‘입맛’에 알맞은 순서대로 표시한 결과는 잘익은 수박바>수박소다>워터멜론 사이다>세븐일레븐 수박우유>서울우유 수박우유 순이었습니다.
1986년 3월 출시된 ‘잘익은 수박바’는 절대 우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데일리 식구 중 한 명은 수박바의 맛에 너무 길들여진 나머지 실제 수박의 맛을 잊고 수박바와 비슷한 음료를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30년간 약 4000억원의 누적 매출을 달성한 수박바입니다. 일렬로 늘어놓으면 북극에서 남극까지 7.4회 왕복할 수 있고, 우리나라 국민이 1인당 26개씩 먹을 수 있는 양의 판매량을 보유한 빙과류의 조상격이지요. 출시 당시 독창적인 모양으로 인기를 끈 수박바는 이제 우리에게 너무 친숙한 아이스크림이 되었습니다.
식구들은 수박바가 이번 편식주의자의 대상이 된 건 “반칙”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다른 음료를 더욱 신중히 맛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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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고창산 수박과즙이 들었다고 강조한 ‘세븐일레븐 수박우유’는 단 맛을 줄이고 향을 살린 데 치중한 것 같고, 색소를 넣지 않았다고 표시한 ‘서울우유 수박우유’는 원유와 수박과즙의 함량을 높여 진한 맛을 내는 데 무게를 둔 듯한 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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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아이가 있는 40대 초중반의 가장들(2명)은 최근 주 2~3회 이상 수박 맛을 보았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이 3명 이하인 7명 가운데 1명만 주 1회 수박을 먹었다고 답했고, 나머지 6명은 최근 일주일 이내 수박을 먹은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 중 수박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은 단 한 사람 뿐이었습니다.
편식을 마치자마자 본가에 내려가야 한다며 부랴부랴 퇴근하는 한 식구를 보고 ‘아 진짜 수박 맛을 맛보러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든 이유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편식한 개성있는 수박 음료가 여름날 잠시 한숨을 돌리는 순간의 별미라고 한다면 가족들과 둘러앉아 ‘석석’ 잘라 ‘쩌억’ 쪼개먹는 수박의 ‘풍미(豊味)’는 여유로운 시간의 맛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무더위 속 어느 쪽의 편식으로든, 땀 흘리는 모두가 진짜라고 느낄만한 ‘수박의 맛’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