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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서울상록회관에서 만난 서원주 공무원연금 자금운용단장(CIO·최고투자책임자)은 변동성을 줄이고 수익률을 안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무원연금은 다른 연기금과 다르게 기금 규모가 정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 재직자 116만명을 비롯해 퇴직자까지 포함하면 공무원연금 수급 대상자가 170만명에 달한다. 이미 지급금이 적립금보다 많아져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공고히 하는 게 우선적인 목표라는게 서 단장의 결론이다. 이에 현금 유동성이 장기적으로 묶기는 투자는 지양하되 해외투자 확대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찾을 방침이다.
해외투자 확대…선진국 중심 임대수익 집중
공무원연금은 올해 해외투자 확대와 함께 대체투자 비중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서 단장은 “중장기 자산배분안을 통해 대체투자를 향후 5년 뒤에는 10%포인트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며 “분산투자 효과를 위해 해외채권과 해외주식 비중도 함께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자산배분안을 보면 해외채권은 올해 말 7.8% 수준에서 내년 말에는 8.9%까지, 2024년 말에는 13.5%까지 늘린다. 해외주식도 이 기간 11.5%에서 12.1%, 14.5%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반면 국내채권(2019년 말 37.8%→2024년 말 28.0%)과 국내주식(2019년 말 22.7%→2024년 말 12.0%)은 향후 5년간 10%포인트 가까이 줄일 계획이다.
대체투자는 올해 말 20.2%에서 2020년 말에 22.6%, 2024년에는 32%까지 대폭 늘린다. 다만 인프라와 부동산 투자를 통해 시세 차익을 노리기보다는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오피스빌딩에 선별적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서 단장은 “공무원연금은 자산이 성장하는 구조가 아니므로 투자의 숨을 길게 가져갈 수 없다”며 “인프라와 부동산 투자 시세 차익을 가져가기에는 현금흐름이 장기간 막히게 되므로 임대료 수입(기대수익률 6~8%) 중심의 투자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저금리 지속에 따른 우량자산 매입 경쟁으로 주거용 부동산뿐 아니라 상업용 부동산 가격도 크게 상승한 상태”라며 “매각차익을 최대한 배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공적 연기금의 사회적 가치 실현과 장기 수익률 제고를 위해 올해 책임투자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특히 확대되는 해외주식을 책임투자로 채울 계획이다.
서 단장은 “공무원연금이 공적 연기금으로서 기금운용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고 있다”며 “해외주식 투자 규모가 양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만큼 질적인 측면에서도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해 비중 확대 대부분을 책임투자로 메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다수 기업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인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률 제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미 공무원연금은 지난해 하반기 해외주식 자문형 책임투자 위탁사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선정하고 올해 2월 해외 운용사를 하위운용사로 선정한 상태다.
서 단장은 “현재 해외 운용사의 투자 일임 계약 최종 단계에 있다”며 “작년 말 1022억원 수준의 사회책임투자를 연말께 1500억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미·중 무역분쟁 완화 기대…적극투자형 투자
국내주식은 적극투자형펀드 투자를 통해 투자환경 변화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서 단장은 “연초 주식시장은 미국 통화정책 완화와 미·중 무역협상 타결 기대감으로 반등했으나 지난달 다시 미·중 무역분쟁이 불거지면서 상승분 대부분을 내줬다”며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하반기에 이에 대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고 대응 방안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지난 5월에 공무원연금은 적극투자형펀드에 처음으로 투자해 기준수익률(BM) 대비 초과 성과를 내고 있다. 적극투자형은 벤치마크(배당 반영 코스피) 대비 초과수익을 목표로 하되 포트폴리오 내 대다수 개별종목이 벤치마크 비중을 초과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특히 기존 주식형펀드(70~100개)보다 압축된 포트폴리오를 구성(40개 내외)한다. 개별종목이나 상장지수펀드(ETF)를 병행해 운용할 수 있고 증시 흐름에 따라 선물, ETF를 활용해 펀드 내 주식 최소편입 비율(40% 이상)까지는 자유롭게 자산 배분할 수 있도록 했다.
서 단장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상존한 만큼 자산별로 방향성에 대한 투자보다는 시황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으로 자금을 운용할 계획”이라며 “또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해 안전자산 선호현상은 꾸준히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서 단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삼성생명보험에 입사해 뉴욕법인, 싱가포르 법인 등 해외 지점에서 경험을 쌓았고 변액계정운용 부서장을 역임했다. 바로 전에는 PCA생명 CIO를 맡았다. 지난 달 공무원연금공단 CIO로 선임돼 앞으로 2년간 10조원이 넘는 공무원연금의 자산 운용을 이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