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제발… 돈 좀 맡겨주세요"

고객 "흥! 금리나 더 올리시지"
2008 가을, 은행 창구에선 지금
애걸하는 은행 현금확보 전쟁… 단골에겐 금리 얹어줘
똑똑해진 고객 "0.1%라도 더"… 은행 돌며 ''금리 탐방''
초조한 저축銀 "고객 다 뺏길라" 안간힘… 8%에 육박
  • 등록 2008-10-15 오전 9:20:17

    수정 2008-10-15 오전 9:20:17

[조선일보 제공] "고객님, 원래 1억 넘어야 연 7.3% 드리는데 제가 그냥 서비스로 해 드릴게요. 대신 앞으로 저희 은행 많이 이용해 주셔야 해요."(서울 종로구 A은행 직원)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근처의 시중은행 7곳(국민, 하나, 신한, 우리, 외환, SC제일, 씨티)을 찾아가 예금 가입 상담을 직접 받아봤다. 1년 만기, 1000만원 기준으로 했을 때 정기예금 금리는 연 7.3%(하나)가 가장 높았고, 가장 낮은 곳은 연 6.5%(국민)였다. 선심 쓰듯 연 6%대 금리를 제시했던 국민은행 직원은 "다른 은행은 연 7%대까지 주던데…"란 질문에 "내일부턴 금리가 연 6.8%로 오른다"며 꼬리를 내렸다.

글로벌 신용경색 여파로 자금 가뭄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은행들 사이에서 고금리 예금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고객들도 영리해졌다. 은행들의 아쉬운 사정을 알게 된 예금자들이 이자를 많이 주는 곳을 찾아 금리 쇼핑을 하거나, 은행 창구에서 직원들에게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하면서 금리 흥정을 벌이는 풍경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펀드로 손실을 많이 본 단골 고객에게 '위로(慰勞) 금리'로 0.1~0.2%포인트씩 얹어주기도 하고, 신규 고객에게도 단골 고객과 똑같은 금리를 제공해 특별 대접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리 내려도… 예금 금리는 올라가네

지난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5.25%에서 연 5.0%로 0.25%포인트 내렸지만, 은행권 예금 금리는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더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가령 외환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주 대비 오히려 0.4%포인트 올라 15일 기준 최고 연 7.1%에 달한다. 과거 기준금리가 바뀌면 그 즉시 예금 금리를 조정했던 모습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진한섭 기업은행 수신상품팀장은 "예전엔 해외에서 조달한 외화 자금을 일부 원화로 바꿔서 대출 재원으로 돌려 썼는데, 지금은 외화 조달이 막히는 바람에 국내 조달 자금만 갖고 끌고 가야 하니 예금 금리를 조정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해외시장에서 예기치 못한 대형 악재가 다시 터질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은행들 사이에 여유 자금을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해 두려는 경쟁이 붙었고, 그래서 금리를 건드릴 수 없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고득성 SC제일은행 PB팀장은 "주가나 환율은 냉온탕을 왔다갔다 하는데 이상하게도 시중 금리는 계속 치고 올라가고 있다"며 "하지만 지난주 한은의 금리 인하 조치로 인해 조만간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예금 가입 시기를 저울질하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최고 금리 찾아라" 백태

얼마 전 회사원 최석기(40)씨는 은행 영업점 15곳에 전화를 돌려 연 7.6%(18개월 기준) 금리로 예금에 가입했다. 최씨는 "다소 귀찮긴 하지만 은행 지점 여러 곳에서 상담받고 금리를 비교해 보면 더 높은 이자를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 은행을 순회하면서 '금리 탐방'에 나섰던 소비자들은 탐방 결과를 인터넷 재테크 게시판 등에 공개해 다른 소비자들과 공유하기도 한다. 강우신 기업은행 PB팀장은 "여윳돈이 많은 고객이 많지 않아서 아주 소액을 가입하거나 혹은 3개월, 6개월 등 단타예금으로 대응하는 현금 고객들이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저축은행 간 경쟁도 치열

자금 품귀를 겪고 있는 저축은행들은 작은 돈이라도 끌어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대다수 저축은행들은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복리)를 연 8%대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끌어 올렸다. 일부 저축은행은 열흘 단위로 정기예금 금리를 0.2~0.3%포인트씩 올려 고객들로부터 원성을 듣기도 한다. 서울 강남의 A저축은행 관계자는 "신규 대출 영업은 사실 개점 휴업 상태이지만 그래도 만일을 위해 총알은 비축해 둬야 하기 때문에 금리를 계속 올려 고객을 붙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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