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공동락기자] "첨단 기술주의 거인들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났다"
시스코시스템즈, 델,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기술주들이 그동안 소형주의 가파른 상승으로 구겨졌던 자존심을 회복하며 추가 상승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고 미국의 경제전문사이트 CNN머니가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대형 기술주들은 그간 소형주에 비해 상승폭이 미미했다. 종목에 따라 적게는 수십 퍼센트 혹은 2~3배 이상 주가가 뛴 소형주들과 비교할 때 이들의 미미한 상승폭은 오히려 초라해 보였다.
그러나 이달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빅블루` IBM은 9월 들어 10% 이상 오르며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으로 주가가 90달러선을 회복했다. 시스코시스템즈는 최근 52주 최고가를 경신했고 델,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
노스스타캐피털매니지먼트의 켄트 머글러 대표는 "주가가 부진했던 대형주들이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생존했다는 안도감에 주가가 급등했다면 이들 대형주들의 선전은 실적을 근간으로 한 만큼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상당수 기술기업들이 지난 수년간 파산에 대한 공포에 몸부림치던 것과 달리 대형 기술주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기반을 유지해왔다. 간혹 대규모 감원 소식이 들리기도 했지만 생존을 놓게 치열하게 고민하던 다른 기업들과는 본질적으로 고민의 성격이 달랐다.
올들어 미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대형 기술주들은 실적을 통해 그간 보여주지 못했던 강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시스코시스템즈는 올 회계년도 들어 주당 59센트의 순익을 올렸다. 이는 `기술주의 붐`이 일던 지난 2000년 전체 순익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델은 최근 발표한 분기실적에서 매출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고 인텔은 올해 매출이 지난 1999년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애틀랜터캐피털의 다니엘 분 운영 파트너는 "델, 인텔, 시스코,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대형 기술주들은 90년대 말 활황기에 비해 현재 더욱 강하다"고 밝혔다.
물론 밸류에이션에 대한 우려로 대형 기술주의 추가 상승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대형 기술주 지지자들은 주가 지표를 감안할 경우 밸류에이션에 대한 우려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진단한다.
머글러는 향후 12개월간 실적전망을 근거로 한 S&P500 기업들의 주가수익성장비율(PEG)은 2.6인데 비해 델 2.1, 시스코 2.2, 마이크로소프트 2.4 등으로 이들 종목들이 오히려 저평가됐다고 분석했다.
분 역시 "대형 기술주가 고평가됐다는 우려에 대하서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또 델과 시스코의 내년 순익이 월가의 예상치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