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몽상, 아내와 정부(情婦)들, 현재와 과거 사이를 어지럽게 오가는 '나인'은 이탈리아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니의 자전적 영화 '8과 1/2'이 원작이다. 아내 루이자(김선영)와 함께 베니스의 한 스파에서 영화를 구상 중인 귀도에게 불륜관계인 여자들이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의식의 흐름 같은 장면들은 흐르다 끊어지고 끼어들기를 반복한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쏘아대는 대사, 같은 공간에서 혼자만 이탈하는 대목 등 무대 화법도 예측불허였다.
|
22일 개막 공연에서 황정민은 베스트가 아니었다. 1막에서는 긴장으로 땀을 많이 흘렸고 노래에 파워가 붙지 않았다. 16명이 출연하는 이 뮤지컬에서 유일한 남자인 황정민은 여자들의 합창을 견뎌내고 조화를 이룰 만한 가창력을 좀체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표정과 연기, 몸놀림은 귀도라는 배역에 잘 어울렸고, 4년 만의 공연임에도 공간 감각이 살아 있었다.
노래에 감정을 뭉치는 힘이 센 김선영은 단 두 곡의 노래로 존재감을 새겼다. 몸의 욕망을 채워주는 칼라(정선아), 영혼을 치료해주는 클라우디아(양소민)의 연기와 음색도 뮤지컬의 전체 톤과 맞았다. '지킬 앤 하이드'를 연출한 데이비드 스완은 오케스트라 피트를 지나 객석 앞까지 무대로 활용하며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려 했다. 하지만 심플하지 않고 기름진 세트는 초현실적인 드라마와 충돌한다는 평도 나왔다.
▶3월 2일까지 LG아트센터. 1544-1555
뮤지컬 '나인'. /박돈규 기자
뮤지컬 '나인' 포토영상. /박돈규 기자
▶ 관련기사 ◀
☞''아이러브유 비코즈''가 선물하는 럭셔리 데이트~
☞''피 튀기게(?) 웃긴다''…뮤지컬 ''이블데드'' 한국 상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