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식의 주식보기)북핵문제의 영향력

  • 등록 2002-10-25 오전 10:34:24

    수정 2002-10-25 오전 10:34:24

[edaily] 북한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이달초 북한의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은 북한을 방문한 제임스 켈리 미국특사와의 회담에서 북한이 새로운 형태의 핵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음을 밝혔다. 농축우라늄을 이용하여 핵폭탄을 개발하고자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핵개발계획을 시인함으로써 미국은 물론 인접 여러 국가들도 자국의 안보상 이해관계에 중대한 변수로 인식하면서 우려의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문제의 악화는 부시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순간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보수 강경노선의 부시가 정권을 잡을 경우 대북관계도 강성기조를 띨 것이고 이러한 기조는 자존심 강한 북한정책 당국자들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그 만큼 높아졌다고 보여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시행정부는 출범이후 대북한 정책에 있어 줄곧 강성기조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북한을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악의 축중 하나로 규정한 것이나, 94년 북미간 제네바 합의사항에 속하는 대북 중유지원을 중단하고 경수로 건설사업을 지연시키는 등의 조치들이 그런 예에 속한다.

◇북한 핵개발 사실 시인으로 긴장하는 시장

북한핵개발사실 공개로 대북문제가 다시 부각되자 시장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발표된 당일인 17일과 익일인 18일은 낙폭과대로 인한 기술적 반등세가 워낙 강해서인지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주말 동안에 이번 사태로 인한 파급효과에 대한 다양하고 심도있는 분석들이 이뤄지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한 듯 주초 하락세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21일과 22일 이틀간 종합주가지수는 31.52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22일에는 북한 핵문제로 인한 국가신용등급 하향조정설이 루머로 나돌면서 지수를 끌어내리는데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제 이 문제는 잠재적인 악재로서 다시 자리를 잡고서 향후 사태전개 추이에 따라서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악재로 돌변할 가능성까지 지닌 것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이 문제는 본질적으로 시장외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시장참여자들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긴 하지만 그 진행방향에 대한 영향력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상황을 제대로 분석할 만한 여건도 확보하고 있지 못한 상태다. 그렇지만 시장의 관심은 지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국내외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내용을 바탕으로 이 문제가 향후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지를 추론해 보고자 한다.

◇핵개발 시인 발언의 의도

북한은 왜 핵개발 계획의 존재를 시인했을까? 전통적으로 북한은 곤란한 일에 대해 국제사회의 추궁이 있을 때마다 잡아떼는 전략을 취해 왔다. 테러지원 의혹, 다수의 납북사건, 군사기술이나 무기 수출 등 각종 혐의가 제기될 때마다 부인하는 것으로 거의 일관하다시피 해 왔다. 핵개발 의혹에 대해서도 이번의 경우만 빼고는 마찬가지였다.

그런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최근의 핵개발 계획을 스스로 밝힌 것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 지며 그 저의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북한 최고 지도자인 김정일의 최근 행보를 살펴보면 이번 발언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게하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김위원장의 최근 언행과 그의 지시에 따라 취해지는 북한의 주요 정책들은 그가 북한체제를 개방화시키는 쪽으로 마음을 정했으며 이 과정에서 자신의 모습이 솔직하고 신뢰할 만한 인물임을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 증거는 남북정상회담에 임하는 태도나 방북한 남한측 인사들과의 약속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과정등에서 발견된다. 또한 그는 중국방문중 상해를 둘러본후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천지가 개벽할 정도의 변화가 그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솔직한 심정을 피력한 바 있다. 그 후 그는 신의주 특구를 구상한다든지, 임금 및 물가를 현실화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북한 사회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추구하려는 의지의 일단을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일본 수상과 만난 자리에서도 그 동안 그런 일 없다고 거론자체를 허용치 않던 일본인 납북문제에 대해서 사실을 인정하는 전향적 자세를 보여줬다.

이런 여러 정황을 볼 때, 북한체제는 이제 변화의 길로 접어들었으며 그 방향은 냉전체제의 종식과 시장경제의 도입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핵개발은 북한체제가 지향하는 장기적인 방향과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핵무기는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최강의 군사력을 과시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렇지만 핵무기는 그 가공할 파괴력으로 인해 인류의 공멸을 초래할 수도 있는 위험스런 존재이다. 그러므로 이들이 무분별하게 생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핵보유 강대국들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PT) 등의 장치들을 마련하여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의 핵개발 시도는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으로 핵강국들의 보복을 무릅쓰지 않고는 하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북한이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직접적인 수단으로 핵무기 개발을 선택했을 것으로는 보여지지 않는다. 만약 북한이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해 핵무기가 꼭 갖춰야 할 수단이라 판단하여 개발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핵실험에 성공하는 그 날까지 결코 그 사실을 대외적으로 발설하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 남아공, 인도, 파키스탄 등 핵개발에 성공한 다른 나라들의 경우를 봐도 비밀주의를 취하는 것이 보편적인 태도인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이 핵개발을 시도하고 그 사실을 시인한 것은 첫째, 체제 수호의지를 천명하는 것은 물론 체제의 투명성을 제고시키려는 이중적 의도가 작용한 결과로 판단된다. 둘째, 핵무기라는 금기의 물질 개발에 착수함으로써 미국을 대화의 상대로 끝까지 붙잡아 두려는 욕심, 그리고 그를 통해 경제원조를 위한 협상을 진척시킬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해 보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미국이 취할 수 있는 대응방안

북한의 핵개발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지난 1994년 미국의 북한핵대사로서 제네바 북미 핵합의를 이끌어낸 주역이었던 로버트 갈루치가 잘 제 시하고 있다.

갈루치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선택할 수 있는 조치는 1994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군사행동 ▲봉쇄정책 ▲협상 등 3가지가 있다고 전제하고 군사행동의 경우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참사가 예상되기 때문에 선택하기 어렵다고 했다.

봉쇄정책의 경우에도 북미기본합의서가 지금까지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을 중단시키는 등 그런대로 제 역할을 해왔는데 북한이 이를 폐기하고 본격적인 핵개발에 착수하는 빌미로 삼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부시행정부는 결국 협상의 길로 가야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 부시가 취하고 있는 대응방안의 기본 골격도 한일중러 등 인접관련국들과의 공조로 국제적인 압력을 가하는 동시에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쪽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미국은 현재 이라크와의 일전을 준비하는데 상당한 노력을 투입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북한과의 전선을 새로 구축하기에는 경황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고 욕심을 부리다가 자칫하면 둘 다 놓치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간선거와 재선에서 승리해야 하는 부시로서는 강경노선을 통해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벌어진 전쟁에서는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쪽을 치더라도 확실하게 치는 선택을 선호할 것으로 생각된다.

◇위기로 발전할 것인가?

최근 국가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지도 모른다는 루머가 떠돈 것에서도 확인된 것처럼 북한 문제의 재등장이 우리 시장의 국가위험(country risk)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우리 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은 무디스가 A3, 피치는 A, S&P는 A-를 각각 부여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에 부여하고 있는 국가신용등급에 북한의 존재로 인한 위험요인을 이미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S&P의 아시아태평양 신용등급 담당 이사도 "현재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는 (북한과 관련된) 지정학적 위험이 일부 반영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단순히 그 존재를 반영한 위험과 위기가 현실화될 경우의 위험과는 차원이 다를 수가 있다. 북한 핵개발 사안이 기 반영되고 있는 위험 수준의 범위 내에 있는 성격이라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지만 이를 능가하는 사태라면 신용등급의 하향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에 대한 판단은 향후 북미간 긴장관계가 어떤 식으로 전개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인데 이는 다시 북한과 미국이 처해있는 입장과 정치 지도자들의 상황인식에 따라 많이 좌우될 것이다.

◇북핵문제는 여러 나라의 안보이익과 관련이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이 핵개발에 나서고 그 사실을 시인한 것은 진정으로 핵무기를 손에 쥐고서 미국 등 강대국과 대결하기 위한 것으로는 판단되지 않는다. 오히려 체제유지의 안전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경제난 타개가 제일 과제인데 이러한 과제 해결에 필수적인 대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수단으로 선택한 방안의 성격이 있어 보인다. 이러한 점은 일부 미국 언론에서 지적한 것처럼 94년 제네바합의를 깬 쪽은 중유 공급을 거듭 연기하고 경수로 공사도 지연시킨 상황을 초래한 미국일지도 모른 다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미국도 현재로서는 북한과의 긴장을 마냥 증폭시킬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우선 이라크 전쟁과 대테러 전쟁에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 상황인데다 북한에 대한 대응수단의 선택은 관련 당사국간의 이해가 교차되는 국제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은 사용할 수가 없다. 갈루치가 지적한 것처럼 군사행동은 전쟁을 의미하는데 이는 전쟁당사자인 남북한 국민들과 주한미군의 목숨을 얼마나 희생하고 나서야 결말이 날지 모르는 위험한 도박이다.

또한 전쟁이란 선택에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도 개입되게 돼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전쟁이 발발할 경우 일본도 공격대상임을 누차 강조해 온 바 있다. 미국과 전쟁을 하는 마당에 미국과 군사 동맹 관계에 있는 일본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는 않겠다는 의미인데 그렇기 때문에 일본은 자의든 타의든 전쟁이 발생하면 자동적으로 당사국이 되는 셈이다.

그러므로 군사행동은 미국 독자적인 결정만으로 취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 이런 선택상 제약은 중국과 러시아의 존재로 인해 더욱 좁아진다. 이들 국가들도 전쟁이 초래하는 불확실성이 북한 체제의 붕괴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점을 고려하여 팔짱만 끼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봉쇄정책 역시 미국으로서는 위험이 큰 대안이다. 갈루치가 지적한 것처럼 이러한 조치는 북한으로 하여금 플루토늄방식의 핵무기 개발을 재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가 있는데, 만약 이를 저지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게 되면 앞에서 언급한 군사행동의 부작용이 그대로 발생할 수 있다.

◇신용등급 하향조정 가능성 크지 않다

결국, 북한이나 미국이나 현재 처한 상황은 위기를 증폭시키기 보다는 서로 체면을 세우면서 타협의 길로 유인하기 쉽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번 사태가 우리 나라의 국가위험을 새삼 부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시장에 그렇게 도움을 줄 일은 아니라 생각되지만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되는 사태로까지 발전할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다만, 문제해결을 위해 접촉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서로간의 오해로 인해 해결이 지연되거나 또 다른 우발적 사건으로 문제가 악화될 여지는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만약 이번 사태가 북미간 원활한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는 쪽으로 결말이 난다면 한반도내에서 가장 큰 불확실성 요인중 하나가 해소된다는 측면에서 대형호재로 전환될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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