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기업 자본잠식에도 VC 관리보수 삭감 안 한다

중기부, 손상차손 가이드라인 5년 만에 개정
모태펀드 자펀드 관리체계 시장 친화적 개편
VC 업계 의견 적극 반영…투자 활성화 기대
  • 등록 2024-01-14 오후 12:00:00

    수정 2024-01-14 오후 12:00:00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앞으로 벤처·스타트업이 일시적으로 자본잠식에 빠진 경우 벤처캐피털(VC)가 받는 관리보수를 삭감하지 않아도 된다. VC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스타트업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모태펀드 자펀드의 관리보수 산정 기준을 개정하면서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중소벤처기업부는 모태펀드 자펀드 관리보수 산정 기준이 되는 ‘손상차손 가이드라인’을 5년 만에 전면 개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 10월 발표한 ‘벤처투자 활력제고 방안’의 후속 조치로 VC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모태펀드 자펀드 관리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한 것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상장 과정에서 회계기준 변경으로 기업이 일시적으로 자본잠식에 머무르게 된 경우 관리보수를 삭감하지 않도록 예외사유를 규정했다.

벤처투자의 대표적인 유형 중 하나인 상환전환우선주(RCPS)는 통상 비상장 기업에 적용되는 회계기준(일반기업회계기준, K-GAAP)에서는 자본으로 인식되는 반면 상장기업에 적용되는 회계기준(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K-IFRS)에서는 부채로 인식된다. 이에 따라 상환전환우선주 형태로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이 상장할 경우 회계기준 변경으로 일시적으로 부채가 증가해 자본잠식에 머무를 수 있다.

기존 가이드라인에서는 자본 전액이 잠식된 경우 예외 없이 관리보수를 삭감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을 통해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일시적인 자본잠식의 경우 VC의 관리보수를 삭감하지 않도록 예외사유를 명확히 했다.

자본잠식 기업 등이 유의미한 후속투자를 유치한 경우 후속투자 가치를 기준으로 관리보수를 회복하도록 규정해 관리보수 회복 수준도 현실화했다.

기존에는 관리보수 회복 수준을 ‘순자산가치×지분율’로 일괄 규정했다. 때문에 미래 기업가치 상승을 고려한 후속투자가 이뤄져도 관리보수 회복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이에 개정안은 유의미한 후속투자가 이뤄진 경우 관리보수 지급 기준이 되는 투자 잔액을 후속투자단가로 산정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A벤처캐피털이 스타트업 B사에 주당 10만원에 1만주(지분율 10%), 총 10억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한다. 이후 B사는 결손금 누적으로 자본전액 잠식에 빠졌으나 2년 뒤 C벤처캐피털이 B사에 주당 8만원에 2만5000주(지분율 20%), 총 20억원을 투자하면서 자본잠식을 해소하게 된다.

이때 A사의 지분율은 기존 10%에서 8%로 낮아지고 기존 산정기준 대로하면 투자잔액은 순자산가치인 20억원에 지분율 8%를 적용해 1억6000만원이 된다. 하지만 개정 산정기준을 적용하면 후속투자단가 8만원에 1만주, 총 8억원의 투자잔액을 인정받게 된다.

중기부는 관리보수 삭감·회복 기준 및 시점을 명확화해 시장의 이해도를 제고하고 일관된 사후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기존 가이드라인은 회계법인별로 기준을 상이하게 해석해 적용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삭감·회복 기준을 구체화하고 반영 시점을 연말 시점으로 명확하게 규정했다.

5년 만의 전면 개정에 따른 시장의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 첫 해인 2023년도 모태펀드 자펀드 회계감사에는 기존 가이드라인과 개정 가이드라인 중 선택해 적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2024년도부터 본격 적용된다.

이은청 중기부 벤처정책관은 “스타트업은 매출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투자금 유치를 통해 공격적인 연구개발(R&D), 사업 확장에 나서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자본 잠식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기업에 대한 후속투자가 합리적으로 VC 관리보수에 반영되면 VC업계가 보다 적극적으로 스타트업 투자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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