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 2000)높아진 주주의식..제자리걸음 경영투명성

  • 등록 2000-12-27 오후 1:59:38

    수정 2000-12-27 오후 1:59:38

2000년 경제 주체들의 행태 변화 가운데 주목할 부분은 주주의식 특히 소액주주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반면 기업이나 이른바 오너들의 행태는 그다지 바뀐 것이 없다. 이로 인해 소액주주들의 정당한 "권리 찾기"가 과잉해석되거나 오너 또는 경영진과의 갈등구조로 부각돼 불필요한 비용을 치루기도 했다. 2000년 증시는 주가 대폭락이라는 "현상"을 놓고 보면 후퇴했지만 소액 주주들의 권리 찾기가 그 어느 때 보다 활발해졌다는 점에서는 "발전"도 있는 한 해였다. 소액주주들의 권리행사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부분은 소송이다. 오너나 경영진, 회사, 회사의 회계감사를 맡은 회계법인, 불공정 행위에 가담한 펀드매니저 등 금융기관 종사자들에 대해서 배임과 불법행위를 따지고 이로 인한 피해보상을 청구하는 소송이 잇달았다. 소송이 활발했다는 것은 주주의식이 높아진 반면 오너와 경영진의 행태는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IMF를 겪으면서 가장 질타를 받아온 후진성 가운데 하나인 경영 투명성이 아직은 제자리를 찾지 못한 것이다. 특히 삼성과 LG, 현대, SK 등 4대 그룹이 모두 경영투명성과 관련해 외국인을 비롯한 주주들의 원성을 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씨의 재산증식 의혹이 강도 높게 제기됐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부의 불법세습을 공개적으로 문제삼아 관련 회사들에 대한 주주소송을 추진했다. LG그룹은 LG화학이 비상장회사인 LG칼텍스정유와 LG유통의 주식을 오너 일가로부터 높은 가격으로 사들여 부당이득을 취하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로 인해 LG그룹 계열사들은 경영 투명성이 결여됐다는 이유로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집중적으로 주식을 매도해 주가가 폭락했다. LG화학은 문제가 심각하게 진행되자 펀드매니저를 비롯한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문제점을 시인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기도 했다. 현대그룹은 "왕자의 난"으로 표현될 정도로 지배구조의 난맥상을 드러냈다. 그 결과는 간판기업인 현대건설과 현대전자의 자금난으로 비화됐고 주가폭락과 금융시장 경색을 불러왔다. 주주들의 의사와 무관한 이른바 "가신" 경영의 병폐도 부각됐다. SK그룹은 SK텔레콤이 계열사의 부동산을 사들인 것이 문제됐다.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부동산을 비싼 값에 사들이는 것이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외국계 증권사를 비롯한 투자자들의 부정적인 견해가 잇달았다. 오너와 최고경영진이 가담한 주가조작 사건이 빈발했다는 점도 경영투명성의 현 주소를 말해준다.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해 도입한 사외이사제도가 옆길로 새버린 사례도 많이 드러났다. 국세청 등 "힘있는" 기관 출신 인사들이 주요 기업의 사외이사로 임명돼 경영이 잘 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보다는 오히려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대우그룹 사태나 한빛은행 등 6개 은행의 완전감자로 불거진 엉터리 회계장부 문제도 소액주주들의 분노를 샀다. 대우그룹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은 문을 닫는 지경이 됐다. 회계장부 처리에 관한 한 그 어느 나라보다 엄격한 것이 한국이지만 "제도"가 아닌 "운용"의 문제는 여전한 것이다. 소액주주들이 적극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소극적으로 해당 기업의 주식을 팔거나 사지 않는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경영투명성을 확보하도록 유도하는 길이 될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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