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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공연장 테러를 “국제 테러리즘”으로 규정하며 “우리는 테러리스트 배후에서 이 잔학 행위, 러시아와 우리 국민에 대한 공격을 계획한 모든 사람을 찾아내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4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러 심장부 테러에 미국도 규탄 메시지
전날 모스크바 외곽의 한 공연장에선 테러범 4명이 난입한 자동소총을 난사하고 공연장에 불을 질렀다. 이로 인해 133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러시아는 현재 핵심 용의자 4명을 포함해 11명을 체포한 상태다. 러시아 국영방송 RT는 용의자 중 한 명이 신원미상의 인물로부터 50만루블(약 730만원)을 약속받고 테러를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이슬람국가’(IS)는 자신들이 이번 테러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슬람국가는 체첸 등에서 무슬림을 탄압한 푸틴 정권과 대립 관계에 있었다. 주러 미국대사관도 사전에 러시아 측에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모스크바에서 테러를 저지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국가 안보를 강조해 온 푸틴 정권의 허술함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이번 테러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용의자들이 우크라이나 측과 접촉하고 테러 후 우크라이나로 도주하려 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과 깡패들이 다른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우려는 게 분명하다”며 우크라이나는 이번 테러와 무관하다고 부인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도 “우크라이나 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부인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이번 테러를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러시아 하원 국방위원장은 우크라이나가 이번 테러 배후라면 러시아는 전장에서 합당하고 명확하며 구체적인 대응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도 우크라이나 개입이 확인되면 “그들 모두 색출해서 테러리스트로 간주해 무자비하게 처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잖아도 지난주 러시아 대선을 전후해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우크라이나 영토를 추가 점령할 필요성을 전보다 강하게 역설하고 있다. 이번 테러에 대해 안보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러시아 정부는 국민 시선을 다른 것으로 돌려야 한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차스 리치필드 부국장은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이 이 사건으로부터 시선을 돌릴 수 있는 확실한 길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