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 "내가 헐값에 가겠다는데, 왜…" 울분 토로

[노컷뉴스 인터뷰] 그리스전 승리 주역 이천수 '이적 협상부터 그리스전까지' 심경 밝혀
  • 등록 2007-02-09 오전 10:20:00

    수정 2007-02-09 오전 10:04:36

[노컷뉴스 제공] 8일(한국시간)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인천행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던 이천수(26·울산)의 표정은 어두웠다. 7일 그리스와의 평가전에서 프리킥 결승골로 한국 축구대표팀에게 새해 첫 승리를 안긴 이천수는 이날 경기를 통해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이곳 영국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러나 그의 손에 쥐어진 것은 인천행 비행기표.

히드로 공항의 분주한 카페에서 이천수를 만났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위건과의 이적 협상 결렬 후 말을 아꼈던 이천수는 테이블 위의 커피가 식을 때까지, 위건행이 결렬된 이유와 좌절했던 시간들, 그리고 소속팀 울산에 대한 서운함과 일본행에 대한 루머 등에 대해 가감없이 솔직하게 얘기했다.

◇"그리스전, 도저히 못가겠다고 전화걸었죠."

사실 이천수는 이번 그리스 평가전에 뛸 생각이 없었다. 그리스전 엔트리가 발표된 시점은 그의 프리미어리그행이 좌절된 직후였고, 당시의 상태로는 도저히 영국땅을 밟을 수가 없었다.

"홍명보 대표팀 코치에게 전화를 걸었조.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뛴 이후 이적문제로 인해 운동을 전혀 못한 상황이라고 말씀드렸고, 도저히 런던에 못갈 것 같으니 대표팀에서 빼달라고 얘기했었죠."

홍명보 코치는 핌 베어벡 감독에게 이천수의 의사를 전했으나, 베어벡 감독으로부터 돌아온 답은 "무조건 런던으로 와라"였다.

"위건으로 이적이 힘들어지면서 잠을 잘 수도, 먹을 수도 없었어요. 머리가 아파 하루에 두통약을 다섯알씩 먹어야 했어요. 이 상태로 경기뛰는 건 힘들겠다 싶었죠."

최악의 컨디션이었지만, 도리가 없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숙소에서 베어벡 감독을 만나자 마자 면담을 신청했다. 면담을 통해 '그리스전은 도저히 뛸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하려했다. 그러나 베어벡 감독은 이를 예상한 듯, 이천수와의 면담을 거절했다.

훈련 첫날은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한달이 넘도록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낸 터였으니 당연했다. 그러나 둘째날이 되자 몸에 탄력이 붙었고, 마지막 훈련이었던 3일째가 되자 뛸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함께 '영국땅에서, 이천수라는 선수가 뛰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오기도 생겼다. 마지막 훈련을 마친 직후 베어벡 감독은 마침내 이천수와의 면담을 자청했다.

"첫 마디는 '뛸 수 있냐?' 였어요. 자신있다고 답했죠. 베어벡 감독은 나를 쳐진 공격수로 중앙에 세울 거라면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고, 너를 믿는다'고 말하더군요. 사실 몸도 안되어 있는 나를 그리스전에 선발로 출전시키는 것은 감독에게도 모험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고맙죠."

결국 이천수는 7일 그리스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32분, 그림 같은 프리킥 결승골로 베어벡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골이 들어가는 순간, 관중들의 환호소리 그리고 벤치에서 기뻐하는 베어벡 감독의 모습을 보니 저절로 미소지어졌다. 그러나 여기까지 였다. 그리스전이 끝나고 경기장을 빠져 나오면서 '내가 있어야 하는 곳은 이곳인데…'라는 생각과 함께 더 이상 미소지어지지 않았다.

◇"내가 헐값에 가겠다는데…"

"프리미어리그에서 이천수라는 선수를 누가 압니까. 그래서 내가 현재 받는 연봉보다 못 받는 한이 있어도, 임대일지라도,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 ,헐값에라도 가겠다는데 이를 알아주지 않는 구단이 서운할 뿐이죠."

당시 위건은 이천수에게 '4개월 임대 계약을 하는 대신, 올 시즌 종료 후 2부리그로 강등되지 않을 경우 이적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조건을 전해왔다. 모든 것을 감수할 각오였던 이천수였기에, 이 정도 조건이면 충분하다 싶었다.

그러나 얼마 후 울산은 "임대 후 완전 이적을 요구하자 위건이 협상을 거절했다"고 발표하며 이천수의 위건행을 백지화했다.

이천수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위건은 이천수에게 분명히 4개월 임대후 이적을 얘기했고, 이적이 결렬되자 이천수에게 서운하다는 의사표현을 해왔다. 위건이 협상을 거절했다는 울산의 얘기와는 달리, 위건측에서는 이천수가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는 것.

"사실 구단에 대한 서운함이 터키 팀 전지훈련에 합류하는 대신, 오늘 서울로 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구단이 오는 7월 이적시장에서 다시 해외진출을 돕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번에는 그 어떤 이유가 있어도 이적시키겠다는 확답을 받을 겁니다. 그 답을 받지 못한다면, 그라운드에 서지 않을 겁니다."

◇"내가 일본을 간다고요? 이미 거절한지 오래됐습니다."

이천수의 영국행이 무산되면서 일본 J리그 진출설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천수는 이미 한달 전에 끝난 얘기라고 잘라 말한다.

"1월 초에 일본의 모 구단으로부터 입단제의를 받았었죠. 그러나 아직은 일본에 갈 때가 아니라고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제가 가고 싶은 곳은 유럽이지, 일본이 아니에요. 일본은 조금 더 나이가 들어도 갈 수 있지만, 유럽은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어요."

"스페인에서 버림받고 돌아왔을 때부터, 다시 가리라고 마음 먹은 유럽입니다. 스페인에 갈때는 쫓기듯 준비없이 갔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지금 나가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천수라는 작은 선수가 어떤 색깔의 축구를 하는지, 알리고 싶은데…"

이천수는 끝내 말을 맺지 못했다. 프리미어리그 진출이 무산된데 대한 아쉬움이 절절히 묻어났다. 출국장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는 그의 어깨가 유난히 처져 보였다. 이천수가 되도록 빠른 시간내에, 다시금 히드로 공항에 돌아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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