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바람… 그리고 바다가 만드는 신비로운 풍광

등산화 신고 떠나는 눈꽃여행
  • 등록 2008-01-10 오전 10:45:02

    수정 2008-01-10 오전 10:45:02

[조선일보 제공] 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에도 흰 눈 덮인 겨울을 구가하고 있는 명산들이 있다. 지난 연말 사흘간의 폭설이 내린 호남과 제주 일원의 산봉들은 하얗게 반짝이며 도시인들을 유혹한다. 특히 금요일 눈 소식이 전해져 이번 주말 호남이나 제주 일원의 산을 찾아 나선다면 깊은 눈과 함께 반짝이는 눈꽃을 만날 확률이 높아졌다. 사실 이 세 군데 산은 '하이힐'로는 어렵고 등산화를 신고 가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 눈길 따라 하늘로 오르는 듯

::: 전북 정읍 내장산

"와, 죽여준다." "여보 이리 좀 와봐요. 아이들도 데리고 오는 건데 너무 아쉽네요."

새해 첫째주 휴일을 맞은 정읍 내장산(內藏山·763m)은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가을이면 '단풍치마'를 걸친 듯하다는 서래봉(624m) 기암절벽은 푸른 대나무로 허리를 두르고 흰 눈을 인 채 솟구쳐 오르고, 서래봉 바위 능선으로 올라서서 불출봉(622m)을 향하노라면 눈 다리를 밟으며 파란 하늘로 오르는 착각이 든다.

겨울 산의 아름다움에 등산인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눈앞에 펼쳐진 풍광을 혼자 즐기는 게 아까워 여기 좀 보라고 남편과 친구들을 불러대고, 그것으로도 모자라자 휴대전화를 붙잡고 혼자 보기 아깝다며 가까운 이들에게 내장산 설경을 전해주었다.

내장산 정상은 신선봉(763m)이지만, 서래봉~불출봉 능선 산행이 더욱 인기 높다. 가을철에는 단풍으로 화려함을 뽐내는 서래봉~불출봉 바위능선은 겨울철에는 눈꽃과 더불어 아기자기한 바윗길 산행의 묘미를 더해준다. 일주문~벽련암~서래봉~불출봉~원적암~내장사를 이으면 3시간30분 정도 걸린다.

▲ 내장산의 설동(雪洞)

최정상이 목표라면 내장사~까치봉(717m)~신선봉~신선약수 갈림목~금선계곡~내장사 원점회귀 코스를 택하도록 한다(4시간). 서래봉~불출봉~망해봉~연지봉~까치봉~신선봉~연자봉~장군봉을 잇는 내장 8봉 종주산행은 내장산의 산세를 제대로 살필 수 있는 능선 코스로 8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가벼운 탑승이 목표라면 벽련암~원적암~내장사를 잇는 자연관찰로(2시간)를 따르거나,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나 연자봉을 오르도록 한다(왕복 2시간). 케이블카 운행시간 오전 9시~오후 5시. 요금(왕복/편도) 어른 5500/4000원, 어린이 4000/2000원. (063)538-8120. 내장사 문화재 관람료 어른 2000원, 청소년 800원, 어린이 400원. 국립공원관리소 (063)538-7875.

내장산 탑승로에는 데크와 철계단 구간이 자주 나타난다. 특히 서래봉~불출봉 구간과 망덕봉 구간에는 폭이 좁고 경사가 가파른 철계단이 많으므로 아이젠, 장갑, 등산용 폴 등을 꼭 갖추도록 한다.

고속버스나 호남선 열차를 이용해 정읍까지 간 다음 공용버스터미널(063-535-6011)에서 20~30분 간격 운행하는 직행이나 시내버스 이용(요금 1100원). 승용차의 경우, 호남고속도로 정읍IC에서 진입한다(12㎞).


>> 고난도 비탈길… 썰매장이 따로 없네

::: 전북 진안 운장산

금남정맥 최고봉 운장산(雲長山·1126m)은 남한 땅에서 눈 많기로 둘째라면 서러워할 '무진장(무주·진안·장수 3개군)'을 대표하는 산이다. 장쾌한 능선과 사방 막힐 것 없는 조망을 자랑하는 이 산은 겨울철에는 깊은 눈과 매서운 바람까지 더해져 화려한 눈꽃이 필 확률이 높고 강원 내륙의 고봉준령만큼이나 진한 적설기 산행의 묘미를 더해준다.

눈꽃 산행에는 진안군 주천면과 완주군 동상면의 경계를 이룬 서봉 북릉 코스가 최적이다. 산행기점은 노선버스가 닿는 주천면 대불리 내처사동 입구에서 도로로 1.5㎞ 거리인 피암목재(580m). 피암목재를 출발해 활목재(880m)를 거쳐 독제봉(獨帝峰)이라 불리는 서봉에 올라서면 산허리를 휘감은 도로와 임도는 흰눈 뿌려놓은 꽃길이요, 들녘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느껴지고, 동봉은 거대한 눈꽃송이와 같은 절경으로 다가온다.

최정상이 목표라면 내장사~까치봉(717m)~신선봉~신선약수 갈림목~금선계곡~내장사 원점회귀 코스를 택하도록 한다(4시간). 서래봉~불출봉~망해봉~연지봉~까치봉~신선봉~연자봉~장군봉을 잇는 내장 8봉 종주산행은 내장산의 산세를 제대로 살필 수 있는 능선 코스로 8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가벼운 탑승이 목표라면 벽련암~원적암~내장사를 잇는 자연관찰로(2시간)를 따르거나,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나 연자봉을 오르도록 한다(왕복 2시간). 케이블카 운행시간 오전 9시~오후 5시. 요금(왕복/편도) 어른 5500/4000원, 어린이 4000/2000원. (063)538-8120. 내장사 문화재 관람료 어른 2000원, 청소년 800원, 어린이 400원. 국립공원관리소 (063)538-7875.

내장산 탑승로에는 데크와 철계단 구간이 자주 나타난다. 특히 서래봉~불출봉 구간과 망덕봉 구간에는 폭이 좁고 경사가 가파른 철계단이 많으므로 아이젠, 장갑, 등산용 폴 등을 꼭 갖추도록 한다.

고속버스나 호남선 열차를 이용해 정읍까지 간 다음 공용버스터미널(063-535-6011)에서 20~30분 간격 운행하는 직행이나 시내버스 이용(요금 1100원). 승용차의 경우, 호남고속도로 정읍IC에서 진입한다(12㎞).

▲ 운장산 동봉

상여바위를 거쳐 주봉(1126m)에 올라서면 남쪽으로 마이산이 귀를 쫑긋거리며 반겨주고, 동으로 복두봉(1007m)을 거쳐 구봉산으로 이어진 능선은 파란 하늘을 떠받친 산마루나 다름없이 느껴진다. 동봉 갈림목을 지나 왼쪽 내처사동으로 향하노라면 이번에는 비명과 탄성이 터져나온다. 곧바로 서서 내려서려면 엄청난 고난도 산길이지만 체면 버리고 털썩 주저앉아 엉덩이 썰매를 타노라면 쏜살같은 속도에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다. 마지막 잘룩이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내처사동 버스종점이다. 4시간30분~5시간 소요.

대불리행 버스는 진안 시외버스터미널(063-433-2508)에서 다닌다(1일 7회, 1시간30분, 3500원). 자가용의 경우, 호남고속도로 익산IC에서 봉동~17번 국도~고산~737번 지방도로~55번 지방도로를 따르거나,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금산IC에서 금산~13번 국도~매곡리 삼거리~725번 지방도로~주천~55번 지방도로를 따르면 피암목재로 올라선다.


>> 눈과 바람… 그리고 바다가 만드는 신비로운 풍광

::: 제주 한라산

한라산(漢拏山·1950m)은 내륙의 산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독특한 설경을 보여준다. 남한에서 연중 적설량이 가장 많은 산이 한라산이다. 게다가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습기를 듬뿍 머금은 눈이 강한 바람을 맞으면서 기암절벽과 산릉을 덮은 나무들에 켜켜이 달라붙어 신비로운 경치를 자아낸다.

한라산 산행은 성판악(산행기점 해발고도 750m, 동릉 정상까지 9.6㎞), 관음사(600m, 동릉 정상까지 8.7㎞), 어리목(950m, 윗세오름까지 4.7㎞), 영실(영실휴게소 1250m, 윗세오름까지 3.7㎞) 4개 기점에서 시작한다. 화구벽 동릉 정상까지 오르려면 성판악~동릉 정상~대피소~관음사 코스(7~8시간)를 따르고, 한라산 최대의 기암절벽인 오백나한과 선작지왓을 배경으로 솟구친 화구벽을 보려면 영실~윗세오름~어리목 코스(4시간)를 택하도록 한다.

▲ 한라산 영실코스

해가 짧은 겨울철에는 진달래대피소에서 12시에 백록담 방향 산행을 통제하고, 동릉 통제소에서는 오후 1시30분에 하산시킨다. 윗세오름에서는 오후 3시에 하산. 한라산국립공원 (064)713-9950~3.

제주시외버스터미널(064-753-1153)에서 어리목·영실행은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정시, 이후 오후 3시까지는 1시간20분 간격 출발. 어리목 1500원, 영실 입구 3000원. 성판악행은 15분 간격(오전 6시~오후 9시30분) 출발. 1500원. 택시를 이용하면 버스정류소에서 약 5㎞ 거리인 영실휴게소까지 올라갈 수 있다. 택시요금 영실휴게소 2만5000원, 성판악 2만원, 어리목 2만원, 관음사 1만5000원선. 제주콜택시 (064)725-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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