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고 바다 속으로 헤엄쳐볼까"

유형별로 골라보는 바다영화 12편
  • 등록 2006-07-13 오후 12:50:00

    수정 2006-07-13 오후 12:50:00

[조선일보 제공]“‘바다로! 바다로!’ 내가 어렸을 때 읽은 어떤 책의 멋진 소년들은 외치고 있었다. 그 외침 이외에 그 책에 대한 것은 다 잊어버렸다.”(알베르 카뮈) 굳이 카뮈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간절하게 “바다로!”를 외치고 싶은 뜨거운 여름. 그러나 지금 당장 바다로 달려갈 수 없다면 아쉬운 대로 영화 속으로 바다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단, 바다영화 여행을 백배로 즐기려면 각자의 취향에 맞는 최적의 행선지를 골라야 한다는 점을 명심할 것. 여기 4가지 유형의 12개의 바다를 추천한다.

낙원의 바다

혹시 당신은 남루한 ‘여기’가 아닌 완벽한 ‘저기’를 꿈꾸는 이상주의자? 그렇다면 바다를 환상적인 파라다이스로 그려낸 이런 영화들이 안성맞춤!

■지중해

전쟁마저 무화시키는 아름다운 섬에 관한 이탈리아 감독 가브리엘 살바토레의 영화. 2차 대전 중 8명의 이탈리아 병사들이 그리스의 외딴 섬으로 파견된다. 병사들은 전쟁의 규칙을 섬에 적용하려 하지만 오히려 자신들이 ‘단순하고 평화롭게’라는 섬의 법칙에 복속된다. 쪽빛 에게해에 둘러싸여 마치 무릉도원의 신선들처럼 살아가는 그들을 보고 있자면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열망이 솟는다. “도피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라는 마지막 자막이 뜰 때면 더더욱.

■비치

혈기 넘치는 한 미국 청년의 악몽 같은 낙원 체험기. 모험심에 들떠 방콕을 찾은 배낭여행객 리처드는 비밀스런 해변에 모여 사는 낙원공동체에 호기롭게 합류하지만 점차 그곳의 지옥 같은 실상을 알게 된다. 종잡을 수 없이 방향을 트는 이야기와 연출의 산만함은 아쉬우나 ‘타이타닉’ 이후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싱싱한 ‘미모’와 영화의 배경이 된 태국 피피 섬의 절경은 눈을 호사시키고도 남는다.

■그랑 블루

말 그대로 ‘거대한 푸른색’의 지중해가 화면을 압도하는 프랑스 감독 뤽 베송의 대표작. 두 심해잠수부 자크와 엔조의 우정과 바다사랑을 그렸다. 사실 두 주인공에게 바다는 단순한 애착의 대상 그 이상이다. 그들에게 바다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집’이고, 그들의 존재 이유 자체이다. “잠수에서 가장 힘든 시간은 맨바닥에 있을 때야. 왜냐하면 다시 올라올 이유를 찾아야 하거든. 항상 그걸 찾는 게 어려워”라고 말하던 자크, 그리고 엔조는 결국 그들의 완벽한 집에서 영면한다.

낭만의 바다

늘 본론보다는 부록,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 있는 본말전도형의 당신이라면 바다보다는 바닷가의 로맨스를 다룬 영화가 찰떡궁합!

■칵테일

자메이카의 에메랄드빛 바다와 순도 100%의 태양, 그리고 달콤한 칵테일. 선남선녀의 로맨스를 만들어내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재료가 있을까. 영화 ‘칵테일’은 성공을 꿈꾸는 바텐더 브라이언과 자메이카로 휴가를 온 조던의 사랑이 주축을 이룬다. 바텐더의 현란한 몸동작과 비치보이스의 해변맞춤노래 ‘코코모’도 영화에 흥겨움을 더한다. 무엇보다 한창 시절 탐 크루즈의 살인 미소가 이 영화의 달콤함을 확실히 책임진다.

■병 속에 담긴 편지

바다로 띄워 보낸 애틋한 사랑편지라는 낭만적인 소재의 영화. 죽은 아내를 떨쳐내지 못한 남자와 병 속에 담긴 편지를 발견하고 그를 찾아간 여자의 사랑이 운치 있는 늦가을 북대서양 바다를 배경으로 잔잔하게 펼쳐진다. ‘워터월드’, ‘포스트맨’ 등 대작의 실패 후에 우수 어린 로맨스 가이로 돌아온 케빈 코스트너와 아버지 역으로 나온 폴 뉴먼의 연기 앙상블도 안정적이다. 영화 마지막에 배사고로 인해 해피엔딩을 맺지 못하는 게 다소 맥빠진다.

■녹색광선

여름휴가가 이보다 더 비참할 순 없다. 친구의 변심으로 휴가계획이 틀어진 델핀은 혼자 휴가를 떠나보지만 셰르부르의 바닷가도 비아리츠의 해변도 그녀의 소외감만 심화시킨다. 섬세한 심리 묘사에 일가견이 있는 프랑스 감독 에릭 로메르의 작품으로, 소심하면서도 나름 까다로운 델핀의 성격을 성토하는 친구들의 사실적 대화 장면, 꿋꿋이 자신의 채식주의를 변명하는 델핀의 예민한 감정선을 따라가는 장면 등은 감독의 장기가 빛나는 명품 장면들이다.

도전의 바다

바다는 모름지기 시원하고 스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유쾌상쾌통쾌’형의 당신에겐 박진감 넘치는 이런 영화들이 제격!

■딥 블루 씨

‘죠스’의 계보를 잇는 상어 영화. 실험용 상어의 공격으로부터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는 과정을 그렸다. 파괴된 해상연구소에 차오르는 물과 그 물을 타고 올라오는 상어라는 이중의 적을 상대하게 함으로써 긴장감을 배가시켰다.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달려드는 상어들도 ‘둥둥둥둥’ 음악으로 오금을 저리게 하던 ‘죠스’보다 훨씬 화끈하다. 탈출하는 일행 중에 과연 누가 마지막까지 살아남게 될지 점쳐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퍼펙트 스톰

다른 건 몰라도 바다 전체를 들썩거리게 하는 초강력 태풍만큼은 완벽하게 재현된 영화. 폭풍에 몸을 일으킨 거대한 파도가 금방이라도 화면 밖으로 쏟아져 나올 것처럼 생생하다. 먼 바다까지 고기잡이를 나간 ‘안드레아 게일’호는 태풍을 뚫고 귀항하려 하나 결국 모두를 저승으로 이끄는 카론의 배가 된다.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선원들에게서 진한 사람냄새가 나지 않는 게 불만스럽지만, 조지 클루니가 주인공인 여름 블럭버스터 영화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하는 것도 욕심이다.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 펄의 저주



디즈니랜드의 놀이기구를 모태로 한 이색적 해적 영화다. 기대 이상의 흥행성적을 올린 이 영화 성공의 일등공신은 개성파 배우 자니 뎁이 연기한 잭 스패로 선장. 영 미덥지 않지만 왠지 믿고 싶은 불량 해적 캐릭터가 영화 전체에 독특한 활기를 불어넣는다. 물론 해적 영화의 감초인 로맨스와 모험도 빠지지 않는다. 달빛을 받으면 선원들이 해골의 본모습을 드러내는 해적선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도 일품이다. 

사색의 바다

뭐든 곱씹는 맛이 있어야 성에 차는 철학자 타입의 당신은 바다까지도 사색의 장으로 만드는 이런 영화들을 선호할 듯.

■캐스트 어웨이



특송업체 페덱스의 직원 척 놀런드는 비행기 추락사고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홀로 무인도 생활을 하게 된다. 시간을 분단위로 쪼개 쓰며 시간과 경쟁하던 척은 이제 뭉텅이로 주어진 무한한 시간 앞에서 진정한 시간의 도전을 받는다.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를 연기하기 위해 촬영 중간에 몸무게를 20kg 이상 감량했다는 탐 행크스의 열의가 호연으로 이어졌다. 배구공에 얼굴을 그려 넣고 친구로 삼는 설정도 인상적이다.

■노킹 온 헤븐즈 도어

정말 천국에서는 바다 얘기만 할까. 적어도 이 독일 영화의 두 청년은 그렇게 믿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바다를 본 일이 없는 그들은 암에 걸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삶의 마지막 행선지로 바다를 택한다. 좌충우돌 여행 끝에 마침내 바다를 대면한 두 사람. 그 순간만큼은 광막한 바다처럼 그들 속에 삶이 충만해진다. 서럽게 우는 듯한 검푸른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옆으로 툭 쓰러지는 라스트신이 가슴 저리다.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유난히 바다를 자주 영화에 등장시키는 일본 감독 기타노 다케시의 초기 작품. 귀머거리 청년 시게루가 독학으로 서핑을 배워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시게루가 시종일관 진지하게 접근하는 서핑은 단순한 청춘의 유희로 보이지 않는다. 혹시 시게루의 서핑은 파도치는 인생에서 제대로 서는 법을 터득하고자 하는 소망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영화 종반 바다에서 홀연히 사라진 시게루는 우리에게 조용히 질문을 남긴다. 그의 행방에 대해. 삶의 의미에 대해.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상큼 플러팅
  • 공중부양
  • 이강인, 누구와?
  • 다시 뭉친 BTS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