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립걸즈’에 출연중인 안영미, 강유미, 김경아, 정경미(사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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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브라운관을 벗어난 개그우먼 4인이 대학로 소극장 무대도 장악했다. TV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서 ‘분장실의 강선생님’ 코너를 통해 웃음을 줬던 개그우먼 안영미, 강유미, 정경미, 김경아가 뭉친 코믹컬 ‘드립걸즈’가 지난달 1일 막을 올린 후 연일 객석점유율 90%를 기록하며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드립걸즈’는 드립(dlib)과 걸즈(girls)를 합성한 신조어. 드립은 돌발상황에서 순발력을 발휘하는 즉흥대사를 뜻하는 애드리브(ad lib)를 변형한 말이다. 최근 방송가에서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다.
공연의 시발점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분장실의 강선생님’은 방송국 분장실을 배경으로 남자들의 군대서열 못지않은 개그우먼들의 기수문화를 통해 웃음을 안겼다. 특히 개그우먼들은 남자들도 꺼리는 엽기적이고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마다하지 않아 화제가 됐다. 이들은 훗날 방송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공연을 해보자고 다짐했고 실제 그 ‘꿈’을 이루게 됐다.
‘코믹컬’이란 부제가 붙었지만 실상 노래하고 춤추는 뮤지컬적 요소는 극히 일부분이다. 대신 4명의 개그우먼들은 각기 다른 캐릭터를 살려 여러 상황극을 통해 폭소를 자아낸다. 특히 야한 농담을 바탕으로 한 이른바 ‘색드립’의 안영미, 자신의 성형사실마저 웃음소재로 활용하는 강유미의 내공은 절로 박장대소하게 만든다. 게다가 관객들과 소통하며 만들어 내는 웃음도 공연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객석에 앉은 관객을 무대로 끌어내 함께 망가지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사실 공연을 제작한 CJ E&M은 ‘드립걸즈’의 성공을 확신하지는 못했다. 대학로의 다른 코미디 공연에 비해 티켓값이 2~3배 비싸고 개그우먼들만 주축이 된 공연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게 민망하지 않은 성적 코드, 짜임새 있는 구성, 직장인을 상대로 한 마케팅과 입소문이 겹치면서 ‘대박’을 터트렸다.
그렇지만 ‘드립걸즈’가 대학로의 히트공연으로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4명 개그우먼들의 방송스케줄이 공연만 하기에는 벅차기 때문이란다. 서울 대학로 컬처스페이스 엔유에서 29일까지. 1588-06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