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동물과의 어깨동무

양창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
  • 등록 2018-10-31 오전 8:06:15

    수정 2018-10-31 오전 8:06:15

양창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
얼마 전 미국의 한 경찰서에 고용된 ‘강아지 경관’ 이야기가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은 유기견 ‘퍼즈’. 어미와 길거리를 배회하다 입양된 퍼즈는 경찰서 직원들을 맞이하거나 직원들과 공놀이하기, 애정 받아주기 등을 하며 지내다 정식으로 주당 10시간씩 일하는 ‘포옹 경관’이 됐다고 한다. 짐작건대, 근무 중 잦은 스트레스를 받는 경찰서 직원들에게 5개월 강아지 퍼즈의 앙증맞은 애교는 큰 위로와 기쁨이 됐을 것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는 퍼즈같은 동물을 애완동물이라 불렀다. 애완동물의 완은 희롱할 ‘완’(玩)으로 완구라는 단어의 완과 같은 말이다. 반면 요즘 자주 쓰이는 반려동물은 짝 ‘반’(伴) 짝 ‘려’(侶), 짝이 두 번이나 들어간다. 사람과의 관계 또한, 과거에는 동물과 주인이라는 종속적 관계에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더 대등하게 이해하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인간과 동물 간의 상호 관계(Human-animal interaction)’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수요도 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요구에도 불구하고 동물과 함께하는 활동이 대부분 인간 중심, 단순 체험, 일회성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반려동물이 지닌 가치를 이해하고 확장하기 위한 국내에서의 관련 연구 또한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동물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인간의 감정에 영향을 주는지, 더 깊은 분석과 연구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 살아온 동물들은 인간과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다. 보이지 않지만 마치 끈끈한 끈으로 연결된 것과 같다. 필자는 인간과 동물의 유대감을 기반으로 한 동물교감치유의 영향력이 과학적으로 명확히 설명될 수 있다고 믿는다. 농촌진흥청에서 2016년부터 동물교감치유에 주목한 이유이기도 하다. 동물교감치유는 사람과 동물의 교감을 통해 정서적, 인지적, 사회적, 신체적인 문제 예방과 회복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활동을 의미한다. 보통 동물매개치료라고 부르는데 농촌진흥청은 국민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용어를 변경했다. 또한, 이를 학교에 대입해 염소, 토끼, 닭, 강아지를 돌보는 ‘학교음매’, ‘학교깡총’, ‘학교꼬꼬’, ‘학교멍멍’ 등의 교감교육모델을 개발했다. 14개 학교, 300여 명의 학생은 약 1년간 동물과 산책하기, 동물의 집 만들기, 마음 살피기, 몸짓 언어 이해하기 등의 활동에 참여했다. 그 결과, 참여 학생의 공격성과 긴장 수준은 각각 21.5%, 17.3% 줄었고, 자아존중감과 사회성은 각각 15%, 1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뇌파와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정밀 분석한 결과에서도 긴장도와 스트레스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오늘날 우리나라 아동과 청소년의 정신 건강과 사회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OECD 국가 중 학업 스트레스 1위, 10대·20대 자살률 1위라는 보고도 있다. 동물교감교육을 활용해 아동과 청소년의 정신적 건강 문제를 치유한다면 막대한 사회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학교뿐 아니라, 장애인, 홀몸노인이 머무는 복지시설 등에도 적용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도 보탬이 될 것으로 본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동물매개치유사 등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몸과 마음에 상처가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업은 4차산업 시대 미래 유망 직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동물교감치유 활동이 활성화 하면 관련 산업 성장에 따른 전문 인력의 수요도 증가할 것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올해 ‘국민과 함께하는 축산 기술혁신으로 미래 가치 창조’라는 새로운 비전을 세웠다. 동물 가치의 영역을 확장함으로써 전통적인 축산업의 영역은 더욱 확고히 하고, 반려동물, 치유 등 새로운 영역은 차근히 기반을 다져나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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