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나의 올 댓 트렌드)패션의 클래식, 트렌치코트

  • 등록 2006-09-25 오전 11:23:17

    수정 2006-09-25 오전 11:26:31

[이데일리 김서나 칼럼니스트] 매 시즌 `머스트 해브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트렌치코트. 클래식한 멋을 전해주는 기본 외투이면서도 은근히 나만의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는 트렌치코트는 특히 가을에 그 매력을 발휘하는 아이템이다.

아문센의 남극탐험대가 눈과 얼음에 맞설 수 있도록 새롭게 개발한 소재인 면 개버딘으로 코트와 텐트를 제공했던 토마스 버버리는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같은 소재로 영국 병사들을 위한 외투를 제작했다. 이것이 바로 트렌치코트의 시초.

튼튼한 내구성과 방수 기능을 갖춘 면 개버딘으로 만들어진 영국군의 트렌치코트는 높은 칼라에 래글런 슬리이브의 더블 브레스티드 스타일로 같은 천의 벨트를 D 형태의 링으로 고정하고 윗가슴에 플랩과 견장을 더한 디자인이었다.

2차 대전까지 전장에서 계속 활약한 트렌치코트는 자연스럽게 그 시대의 스크린에도 등장한다. 영화 `애수`, `카사블랑카`에서 남자 주인공들의 우수어린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면서 패션 아이템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후 그레타 가르보와 캐서린 헵번<사진1>등 전설적인 할리우드 여배우들에게 입혀져 베레모와 함께 고혹적인 밀리터리 룩을 연출하기도 했다.

군복에서 출발한 만큼 강인한 이미지가 배어 있는 트렌치코트는 전쟁 후에도 스파이나 갱스터, 수퍼히어로들로부터 선택 받으며 코트 자락을 멋지게 휘날렸다.

이후 트렌치코트는 변함없는 사랑속에 크고 작은 변화를 겪으며 딱딱한 느낌의 초기 테일러드 스타일에서 벗어나 점차 대중적인 아우터로 정착한다.

1950년대에 접어들면서 벨트로 강조한 가는 허리와 그 아래로 넓게 퍼지는 실루엣으로 변모했고, 60년대에는 미니 열풍을 만나 짧은 길이의 경쾌한 디자인으로 탈바꿈한다. 컬러도 기본 베이지, 카키를 벗어나 다채로워졌고, 미래적인 느낌의 에나멜과 비닐 소재의 트렌치코트까지 등장했다.

7,80년대에는 워킹걸들의 통근용 외투로 알맞는 도회적인 룩의 박스형이 주류를 이뤘고, 90년대 이후부터는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적인 디자이너들에 의해 과감하게 변형된 모습으로 진화한다.

얇은 포플린이나 실크로 가벼우면서도 부드럽게 연출된 트렌치코트들은 캐주얼한 느낌은 물론 여성스럽고 드레시한 분위기까지 더해주는데, 화려한 오뜨 꾸뛰르의 무대 위에서 이브닝웨어와도 조화를 이루면서<사진2, 2005 봄 크리스찬 라크르와> 레드카펫 위에 서는 자격까지 갖추게 됐다.

올 가을에도 패션리더들의 관심을 모을 만한 개성적인 트렌치코트들이 선보였다.

50년대 모드를 재해석한 디자이너들은 둥근 라인과 풍성한 볼륨 실루엣으로 드라마틱한 디자인을 내놨고, 아쿠아스큐텀의 경우 오래된 브랜드 이미지를 벗기 위해 트렌치코트를 부분적으로 재구성한 미래적인 룩을 선보여 시선을 끌었다.

특히 트렌치코트의 원조, 버버리는 영국풍 트렌드가 강하게 떠오른 이번 시즌을 맞아 기본 스타일에 충실하면서도 섬세한 아일렛이나 전통적인 체크, 퀼팅 소재로 변화를 줬으며 골드빛과<사진3> 모피 트리밍을 더해 럭셔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강하고 독립적인 파워 우먼의 컨셉에 맞춰 실용적인 나일론이나 가죽, 무톤 소재로 제안한 유틸리티 스타일도 눈길을 끌었다. 롱코트에서 점퍼 길이까지 다양하게 전개된 박스형의 트렌치코트는 여러 아이템을 겹쳐 입은 위에 착용되면서 레이어드 트렌드와도 잘 어울렸다.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도록 도와줄 트렌치코트. 이번 시즌을 함께 할 마땅한 트렌치코트가 없다면 가을이 가기 전에 골라보는 건 어떨까. 혹시 겨울이 너무 일찍 찾아오더라도 걱정말자. 내년 봄 다시 활약해 줄테니.

-김서나 비바트렌드(www.vivatrend.co.kr) 기획팀장 및 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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