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1980년대 재일교포들을 상대로 한 ‘재일한국인 유학생 간첩조작 사건’에 연루돼 유죄를 선고받았던 고(故) 조신치 씨가 재심을 통해 36년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데 이어 그 유가족들이 약 9450만원의 형사보상을 받게 됐다.
| 사진=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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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관보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0부(남성민 송오섭 김선아 부장판사)는 지난 3월 15일 고 조신치 씨의 상속인인 조학, 조정, 조광태 씨에게 피고인의 구금에 대한 보상으로 9379만여원을, 비용에 대한 보상으로 66만여원을 지급하는 형사보상 결정을 확정하고, 이날 관보에 게시했다.
형사보상은 피고인에게 무죄가 확정된 경우 구금이나 재판으로 생긴 비용 등을 국가가 보상하는 제도다.
재일 한국인 2세인 조씨는 1984년 9월 재일공작지도원 지령에 따라 연세대 한국어학당 연수생으로 입학해 정보를 수집·보고하고, 대학생들을 상대로 북한을 찬양하는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조씨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조씨가 재일공작원 지령을 받아 간첩행위를 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간첩 혐의에 대해선 일부 무죄로 봐야 한다며 파기환송했다. 조씨는 파기환송심을 거쳐 북한을 찬양한 혐의로 1986년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이후 5년 뒤 사망했다.
조씨 유족들은 2019년 10월 재심을 청구했다. 지난 2022년 1월 재심 개시를 결정한 서울고법은 조씨의 발언이 반국가단체 찬양고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로써 조씨는 1986년 유죄 확정 이후 재심을 통해 36년만에 무죄를 인정받았다.
재심 재판부는 “조씨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명백하고도 구체적 위험성이 있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