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면발이 한 그릇 8000원쯤 받는 유명 냉면점 못잖다. 씹으면 뚝뚝 끊긴다. 메밀향이 구수하다. 냉면 국수는 메밀과 전분을 섞어 뽑는데, 메밀 함량이 높을수록 질기지 않다. 냉면이라면 으레 질긴 줄 알지만, 실은 뚝뚝 잘려야 제대로 된 냉면이다.
메밀은 비싸다. 그래서 대부분 냉면집에서는 메밀을 충분히 쓰지 않는다. 이 식당 주인 문용춘(80)씨는 “메밀과 전분을 50 대 50으로 섞어서 직접 뽑아 쓴다”고 했다. 메밀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쇠고기와 쇠뼈로 뽑는다는 육수 맛이 섬세하지 않고 다소 짜다는 아쉬움은 있다. 이렇게 팔아도 남는지 궁금했다. 주인 문용춘씨는 “45년여 전 식당 시작할 때부터 우리 가게 모토는 ‘원가판매, 노력봉사’였다”고 했다. “그런데도 돈이 그렇게 생겨. 팔자가 그런 거 같애. (퍼주면) 장사가 더 잘돼. 이상하지?”
비싼 메밀 팍팍 써도 커피보다 싼 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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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씨는 그렇게 번 돈으로 여름에는 속옷, 겨울에는 내복을 나눠준다. 때로 돈 없는 사람에게는 식사를 공짜로 준다. 학기마다 학생 둘에게 장학금을 준다. 매년 6월 첫 공휴일마다 고향 어른들을 모시고 식사 대접도 한다. “이게 천성이 있어야 되거든? 그런데 쟤가 타고 났어.” 문씨는 식당 일을 돕는 아들을 흐뭇한 얼굴로 바라봤다. 아들 문종현(37)씨는 아버지의 착한 성품을 빼박았다. 손님에게 나긋나긋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고, 더 주지 못해 안달이다. 나이 지긋한 단골들, “요즘 세상에 이런 젊은 사람이 없다”며 칭찬이 자자하다.
일년 365일 연중무휴. “그럼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에만 쉬시나요?” “명절 때는 더 안 쉬지. 식당 시작할 땐데, 배고플텐데, 명절에 다 시골 가고 놀잖아. 우리라도 먹여야겠다고 닫지 않았는데, 그게 버릇이 됐어.” 착한 사람들이 운영하는 착한 냉면집이다. 오전 9시 열고 밤 9시 닫는다. 주차장 없고 신용카드 받지 않는다. (02)764-2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