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프랑크푸르트에 간다고 하자 한 영국인이 “으, 안 됐다”고 했다. 다른 선배는 “프랑크푸르트 자주 갔지, 공항에…”라고 했다. 호주의 한 신문은 농담 섞어 ‘프랑크푸르트에 혹시나 하고 갔다가 역시나 하고 왔다’고 적었다.
금융도시이자 북페어, 모터쇼 등 최고의 박람회·산업전시회로 유명한 독일 프랑크푸르트는 ‘유럽의 관문’으로 통한다. 문제는 일반 여행객들은 프랑크푸르트에 머물기 보다는 거쳐가기 바쁘다는 것. ‘메세(Messe·박람회)’ 참관자들도 하루 정도 여유가 있으면 기차로 50분 떨어진 고풍스러운 도시 하이델베르크로 놀러 가거나 라인강 크루즈에 나서곤 한다.
2차 대전 당시 초토화된 땅 위에 고층 빌딩을 속속 세운 프랑크푸르트는 그림 같은 엽서 풍경으로만 따지면 독일의 다른 도시들에 밀릴 지 모른다. 각종 명소 리스트로 터질듯한 가이드북을 들고 다니는 도시는 아니지만 프랑크푸르트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서 닷새를 보내고 귀국 차 대한항공 출발 게이트에 들어서니 탑승객들의 핑크, 레드, 그리고 갖가지 무늬의 화려한 복장이 낯설게 다가왔다. 독일에서 가장 국제화 된 ‘열린 도시’이면서도 쿨하게 무심한 듯한 프랑크푸르트 사람들의 무채색 복장에 익숙해져서 일까.
사과와인에서부터 소시지까지 ‘먹자 골목’_프레스가스
알테 오페라하우스(Alte Oper)를 등지고 왼쪽으로 걸어가면 프랑크푸르트의 ‘먹자 골목’인 프레스가스(Fressgass). 길 양 옆이 야외 카페 테이블로 빽빽하다. 프랑크푸르트의 별미라는 사과와인(apfelwein)을 맛보고 싶다면 레스토랑 ‘아펠바인 클라우스(Apfelwein Klaus)’ 추천. 1잔(0.25)에 1.30 유로. 사과주스에서 단 맛을 뺀 듯 약간 상큼하면서도 쌉쌀하다.
맥주보다 알코올 도수는 약하지만 술 못하는 사람은 얼굴이 달아오른다. ‘식초 치즈(Handkse mit Musik·2.50유로)’가 쫄깃하고 시큼해 술 안주로 좋다. 여기서 ‘무직’는 말 그대로 ‘음악’. ‘많이 먹으면 방귀가 나온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경험차원에서 도전. 결론은 별로 그럴 걱정은 없다는 것. 여기까지 왔으면 소시지를 먹지 않을 수 없는 일. 바삭한 ‘튀링엔 스타일 소시지’가 7유로. 식당은 프레스가스 거리에서 골목 안쪽에 자리잡고 있다. Meisengasse 10, 069-282864
백화점·전자매장이 있는 유럽 최대 쇼핑거리_차일
프레스가스를 계속 따라 내려가면 유럽 최대의 쇼핑거리라는 ‘차일(Zeil)’을 만난다. 백화점, 전자매장, H&M, 자라 등 매장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차일거리에서 뢰머 광장 쪽으로 걷다 보면 푸줏간, 과일가게 등이 들어찬 2층 규모의 실내시장(Kleinmarkthalle·월~금요일 오전 8시~오후 6시·토요일 오후 4시까지)을 만난다.
빵 한쪽과 껍질 벗긴 삶은 소시지가 2.07유로. 0.07유로는 깎아줬다. 소시지가 탱탱해 고기 씹는 맛 확실하고 감칠맛 있는데다가 어린애 팔뚝 굵기니 포만감은 확실하다.
괴테하우스 앞 카페서 커피 한잔_카린·월든
관광가이드에 빠지지 않는 곳이 ‘괴테하우스(Goethe Haus· www .goethehaus-frankfurt.de)’. 괴테의 생가를 복원해 놓고 각종 미술 작품을 갖췄다. 작지만 품위가 있다. 간 김에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히의 암울한 그림도 만났다.
괴테하우스 앞에 있는 앞에 ‘카린(Karin)’은 ‘진짜 프랑크푸르트 사람들이 편애하는 곳’이란 소리를 듣는 카페. 프랑크푸르트 사람들이 좋아하는 카페로 유명하다. 길 건너 야외에 세련된 중간톤 플라스틱 의자를 내어놓은 ‘월든(Walden)’도 진한 커피 한잔(2.40유로), 애플파이(4유로) 먹으며 쉬었다 가기 좋은 곳.
마인강서 홀바인 다리를 건너면_슈테델 미술관
프랑크푸르트를 흐르는 마인강 산책을 빼놓을 수 없다. 이왕이면 보행자 전용 ‘홀바인(Holbein)’ 다리를 건너 ‘슈테델’ 미술관까지 가보자.
물론 명작으로 도배된 루브르나 대영박물관을 기대하면 안 된다.
그러나 미술에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주 큰 기대를 품지 않고 갔다면 이보다 더 즐거울 수 없다.
보티첼리·뒤러·렘브란트·푸생·베르메르·뵈클린 등 작품을 골고루 소장, 서양 미술사의 흐름을 알차게 보여주고 있다. www.staedelmuseum.de
화이트 인테리어 근사한 ‘디자인 호텔’_더 퓨어
요즘 전 세계적으로 유행인 ‘디자인 호텔’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은 여행객에게는 ‘더 퓨어 호텔(The Pure Hotel)’이 딱이다. 디자인 호텔의 ‘리더’라고 까진 못하지만 스타일에 힘을 줬다. 올 화이트 인테리어에 컬러 조명과 라운지 풍 음악으로 변화를 준다. 역시 새하얀 객실에 들어가니 살구색 조명이 쏟아지는 욕실 문이 활짝 열려 있다. 무선랜만 이용할 수 있어 좀 불편하다. 로비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빌려주긴 한다. 그다지 호화롭다고는 할 수 없고, 에어컨도 없지만 훔쳐가고 싶도록 부드럽고 폭신한 ‘조리형’ 면 슬리퍼 등 작은 소품에 신경 쓰는 여행자를 위한 호텔. 로비에는 중년층 손님들도 많이 보였다. www.the-pure.de.
백화점 쇼핑_카우프호프
남녀 혼탕이 있다고?_‘타우누스 테르메(Taunus Therme)’
프랑크푸르트로 출장 간 사람마다 ‘거기 어디야?’ ‘거기 가 봤어’라고 화제를 삼는 곳. 바로 ‘남녀 혼탕’이다. 정확한 이름은 ‘타우누스 테르메(Taunus Therme)’.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지하철(S-Bahn) 타고 ‘바드 홈부르크(Bad Homburg)’까지 20여분. 역에서 택시를 타면 된다.
‘남녀가 완전히 벗고 들어가는 사우나’라는 이곳의 첫인상은 한적한 교외 공원의 ‘평범한’ 수영장. 2층으로 올라가면 ‘나체’ 구역이다.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가 나체로 너무나 태연히, 자연스럽게, 자유롭게 풀장에 뛰어들고 사우나에 꽉꽉 들어앉아 땀을 빼고 대자로 누워 일광욕을 즐기고 바에서 맥주를 홀짝인다.
참고할 것은, 한국 사람과 마주칠 수 있다는 것(게다가 알고 지내는 이성이라면…), 그리고 우리나라와는 달리 마른 쪽 보다는 차라리 굉장히 뚱뚱해야 덜 민망하다는 것. 탈의실에서 2층 ‘나체 구역’까지 이동할 때 필요한 타월은 빌려주지만(보증금 10유로) 가운과 슬리퍼를 가져가는 게 좋다. www.taunus-therme.de
▲ 프랑크푸르트 마인강변 토요 벼룩시장 / 조선일보 정재연기자
★ 여행 Tip
● 유럽 갈 때 프랑크푸르트 공항서 렌터카 하러 일부러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내리는 사람들도 있다. 미리 예약하지 않고 공항의 렌터카 업체 중 ‘유로카(Europcar)’ 카운터에 가서 ‘오토매틱 승용차, 24시간’이라고 했더니 메르세데스 벤츠 E200, 그것도 새차 냄새가 남아 있는 완전 신형이 115유로. 영어 나비게이터가 장착 돼 있어 초행길에도 돌아다니기 편하다. 차는 빌렸고, 아우토반을 달리고 싶다면, ‘메칭겐 아울렛(www.outletcity-metzingen.com)’이란 핑계가 있다. 에스까다·발리·휴고 보스·라코스테·욥 등 매장이 있지만 ‘보스 팬’에게만 추천한다. 큰 기대는 금물. 이밖에 프랑크푸르트에서 1시간 떨어진 ‘베르트하임 아울렛(www.wertheimvillage.com)’도 있다.
● 현재 1유로는 약 1250원(매매기준율). 공항~시내 구간을 포함, 도심 지하철·버스 등 대중 교통 이용이 무료, 미술관·박물관 입장이 50% 할인되는 ‘프랑크푸르트 카드’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유효기간 이틀짜리가 12유로.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프랑크푸르트무역관 이원장 과장은 “택시든 식당이든 팁은 한 5~10% 정도 주면 된다”고 전했다. 프랑크푸르트 무역관 조세정 과장은 “작은 수퍼마켓 등 가게에서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