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지시대②)미국은 지금

경제시스템 안전판..MBS 발행이 국채 앞질러
  • 등록 2004-03-19 오전 10:30:11

    수정 2004-03-19 오전 10:30:11

[edaily 공동락·하정민기자] 미국인들에게 모기지론은 단순한 금융 제도가 아니라 일종의 `생필품`이다.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의 90% 이상이 모기지론을 활용하고 있다. 주거안정을 보장하는 모기지론은 선진 교육시스템과 함께 미국 사회를 지탱하는 두 가지 축으로 꼽힐 정도다. 모기지(Mortgage)란 영어로 주택저당증서를 말하고 모기지론이란 이를 담보로 주택을 구입하는 자금을 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일반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돼 지금까지도 미국에선 내집 마련의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 통용되고 있다. ◇주택시장 안정화 기반 모기지론을 활용하면 지금 가진 돈이 많지 않아도 장기간에 걸쳐 원리금을 분할 상환하는 방식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평균적으로 집값의 10%만 있으면 집을 살 수 있다. 나머지 90%는 모기지론을 받아 15~30년에 걸쳐 장기간 상환하는 방식으로 주택을 구입한다. 직업별로 다르지만 소득수준이 높은 전문직 종사자의 경우 집값의 5%만 있어도 대출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모기지는 개별 수요자의 주택구입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수요기반을 꾸준하게 유지시킨다는 점에서 경제시스템의 안정에도 톡톡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시적인 경기상황에 따라 주택시장이 급속히 과열되거나 냉각되지 않고 안정적인 패턴을 이어갈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버블 붕괴 이후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 들었을 때도 모기지제도를 근간으로 한 부동산 시장은 호조를 보였고, 경제 전반을 떠받치는 버팀목 역할을 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편 저금리 정책이 가계가 상환해야 할 모기지 이자 부담을 줄여줬고 결과적으로 소비둔화를 막았다. 모기지 제도는 정부의 경제정책을 가계나 기업에 전달되는 경로가 된다. 직접적인 규제가 아니라 자동차 대출금리, 모기지 금리 등이 경제 주체들의 행동 변화를 이끄는 가격기구의 역할을 담당한다. 지난 2002년 미국에서 아파트를 구입한 적이 있는 하태욱(프랑스계 회사 근무)씨는 "모기지는 미국의 안정적인 금융시스템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제도"이라며 "금리 변화와 같이 시장 기능을 통해 경제 주체들의 행동을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했다는 사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모기지, 왜 미국시장에서 발달했나 미국에서 모기지가 발달한 요인은 크게 ▲선진화한 채권시장과 두터운 투자계층 ▲효율적인 모기지채권 발행구조 ▲장기고정금리 상품의 오랜 역사 등을 꼽을 수 있다. 미국 모기지회사들은 국채와 맞먹는 경쟁력을 지닌 주택저당채권(MBS)을 발행하고 있다. MBS는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국채는 아니지만 두 모기지기관이 정부로부터 엄청난 지원을 받는 정부지원기업(GSE)인 까닭에 사실상 국채로 인식되고 있다. 위험은 적으나 국채보다 수익률도 높아 투자자들도 MBS를 선호한다. 채권시장의 발달로 MBS의 명확한 가격산정이 가능하고 연준리 결제시스템으로 MBS를 매매할 수 있을만큼 유통 인프라가 우수하다. 투자층도 다양하다. 은행, 보험, 뮤추얼펀드, 연기금, 개인, 저축금융기관, 신용조합, 리츠 등 수많은 투자자가 존재하며 개별 투자자의 요구에 맞춰 이자지불이나 상환방식을 차별화시킨 다양한 상품도 존재한다. 이를 바탕으로 2002년말 기준 미국 모기지회사가 발행한 주택저당채권(MBS) 잔액은 4조7000억달러에 달한다. 미국 전체 채권시장의 23.3%를 차지하는 규모로 미국 국채보다 비중이 높다. MBS는 지난 1965년만 해도 미국 채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1%에 불과했으나 99년 국채시장을 제쳤다. 미국 금융시장에서 만기가 긴 대출상품이 오래전부터 자리잡아왔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다. 1930년대만 해도 미국의 주택대출상품은 만기 5년 이하의 일시상환 대출상품이 대부분이었으나 대공황으로 금융기관이 만기 재연장을 거부하는 등 모기지 시장이 극도의 혼란상태에 빠짐에 따라 만기 30년의 분할상환 고정금리 모기지가 전형적인 주택대출 상품으로 자리잡게 됐다. 미국 최대 모기지회사인 패니매(Fannie Mae)도 이 시기인 1938년 설립됐다. 이후 1970년에 프레디맥(Freddie Mac)이 출범하면서부터 모기지 시장은 본격적인 성장 궤도를 걷기 시작한다. 70년대를 강타한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등으로 과거 미국 주택대출시장을 주도하던 저축대출조합이 재원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것. 예금기능이 없는 모기지 회사는 막대한 규모의 MBS를 발행하며 주택대출시장을 손쉽게 장악했다. ◇`공룡 모기지회사` 도마 위에 미국의 모기지제도 역시 완벽한 것은 아니다. 2대 모기지 회사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스캔들을 계기로 모기지 회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최근 들끓고 있다. 프레디맥은 지난 2000년부터 3년간 순이익 50억달러를 과소계상했으며 감독당국의 조사도 거부하는 추태를 보여 투자자들의 신뢰를 상실했다. 이 와중에 지난해에만 최고경영자(CEO)가 세 번 바뀌었다. 패니매는 잘못된 파생상품 투자 등으로 회복불가능한 251억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드러나 투자자들을 경악시켰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중앙은행인 FRB다. FRB는 이미 지난해말 보고서를 통해 두 업체에 대한 공세를 취한 바 있다. 웨인 패스모어 FRB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파니매와 프레디맥이 민간 금융회사들보다 평균 40%포인트 낮은 금리로 정부 대출을 받았으면서도 정작 주택 소비자들은 7%포인트의 금리 혜택 밖에 보지 못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규제가 말처럼 쉽지많은 않다. 경기부양과 소비심리 진작을 위해 지난 수 십년간 모기지업체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 곳은 다름아닌 미국 정부이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에서 차지하는 두 기관의 비중이 엄청나다는 점은 더욱 문제다. 지난해 9월말 기준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주택대출 규모는 각각 1조3500억달러, 2조1000억달러로 미국 모기지 시장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규제강도를 높여 두 업체의 경영상황이 악화되면 이는 고스란히 미국 주택구입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이는 3년간의 침체를 떨치고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데다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자극할 우려도 있다. 대다수 분석가들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정부가 모기지업체에 대한 개혁법안을 조속히 도입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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