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주식 문건, 삼성은 왜 만들었나

재산형성 과정 관련 對검찰 해명용 내부자료
  • 등록 2007-11-13 오전 11:13:35

    수정 2007-11-13 오전 11:13:35

[이데일리 이진우기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삼성그룹 내부문건은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재산 형성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문건이다.

이 문건은 'JY(재용의 이니셜) 유가증권 취득 일자별 현황'이라는 제목의 4페이지짜리 문서로, 제목 그대로 이 전무가 주식·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을 사고 판 내역이 날짜와 금액, 사고 판 대상까지 조목조목 나열돼 있다.

◇ 에버랜드·SDS 등 JY 지분 매매내역 종합판

이 문건에 따르면 이재용 전무는 에스원이 상장되기 약 14개월전인 94년 10월부터 에버랜드 등으로부터 주식을 1만9000원에 사들여 에스원이 상장한 후 8개월쯤 뒤부터 에스원 주식을 20~30만원대에 매각했다.

삼성중공업 주식도 상장되기 2년전부터 주당 약 4000원대에 사들여 96년 12월 상장된 후 2개월여만에 주당 5~6만원대에 처분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는 그동안 시민단체 등이 꾸준히 제기했던 의혹으로 새로운 사실은 아니지만 구체적인 내역과 관련 인물 등 세부사항들이 이처럼 자세히 공개된 적은 처음이다.

이 문건에는 그동안 집중적으로 의혹이 제기됐고 수차례 법정에서도 논란이 됐던 에버랜드CB와 삼성SDS BW(신주인수권부사채)사건과 관련한 이재용 전무의 주식 매매 내역도 함께 들어있다.

문건에서 관심을 끄는 부분은 주식 매매 내역을 기술하는 중간중간에 해당 매매에 대한 부연 설명을 '※'표시와 함께 조목조목 달아놨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이재용 전무가 제일기획 전환사채를 매입할 때 삼성 계열사들은 제일기획 전환사채를 사지 않기로 했는데 한달 후에 제일기획 유상증자에는 그 계열사들이 다시 참여해 제일기획 주식을 배정받은 이유에 대해서도 별도로 해명을 달았다.  

내부적으로 이재용 전무의 재산형성 과정을 참고하기 위해 만든 문건이라면 굳이 들어갈 이유가 없는 내용들이다. 마치 남에게 보여주거나 뭔가 설명내지 주장을 하려고 만든 듯한 느낌이다. 삼성그룹은 이런 문건을 왜 만들었을까.
 
▲ JY 주식거래 관련 삼성 내부 문건. ""※"" 표시를 별도로 넣고 관련된 해명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검찰 수사 대응 위한 답변용 자료

'해명'과 '배경설명'이 곳곳에 들어간 이 문건에 대해 삼성 측은 "에버랜드 수사과정에서 검찰의 조사에 대비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만든 변론자료"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전무가 '무슨 돈으로' 에버랜드 CB를 샀는지 또 '무슨 돈으로' 서울통신기술 주식을 샀는지를 해명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준비한 자료라는 뜻이다.

문건 가운데 '서울통신, 에버랜드, SDS 총 인수대금 107억여원이 에스원 주식매각 대금과 거의 일치한다'는 부분도 서울통신과 에버랜드 CB는 에스원 주식을 팔아서 산 것이며 금액이 거의 비슷한 걸로 봐서 불법적인 자금은 없다는 요지의 해명인 셈이다.

삼성 측이 '검찰에 제출했던 자료'라고 해명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삼성의 해명은 이 문건 자체가 검찰에 통째로 이미 제출했던 자료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지만 실제로는 이 문건 자체가 검찰에 보내진 적은 없다. 다만 이 문건 내용의 일부가 검찰에 제출됐던 내용이라는 뜻이다.

검찰의 요구에 따라 이재용 전무의 유가증권 매매 내역을 제출하고 난 뒤 검찰의 추가 수사에 대비해서 검찰의 '예상질문'에 대한 답을 '※'으로 달아놓은 일종의 수사 대비 문서였던 셈이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교수도 "삼성이 검찰수사를 대비하기 위해 내부에서 답변 대비용으로 만든 문건일 것"이라며 "그러나 이재용 전무 주식거래와 관련된 여러 인물들의 실명이라든가 그동안 시민단체들이 파악하지 못했던 일부 주식매매 정황 등도 이 문건으로 새롭게 밝혀졌다"고 말했다.

결국 이 문건에 대해 "검찰에 이미 제출됐던 문건이며 다 마무리된 사건들"이라는 삼성 측의 반박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해명인 셈이다.

◇ 재산 형성 사전 기획 문건은 아냐..'JY 재테크' 또 불거져 부담

삼성그룹 측은 이 문건이 이재용 전무의 재산형성을 위해 사전에 은밀하게 기획한 기밀서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재용 전무 재산형성에 관한 삼성그룹 내부문건'이라는 설명이 갖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재무팀이 아니라 법무팀이 만든 서류라고 강조하는 것도 '사전 기획용'이 아니라 '사후 대응용'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 측은 사제단이 공개한 문건은 해당 문건의 초기 버전이라고 언급하고 이후에 추가로 '업데이트'된 같은 내용의 문건을 기자들에게 별도로 공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걱정은 여전하다. 

어느정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이재용 전무의 재산형성 과정이 언론에 다시 한 번 상세히 공개된 것은 새로운 사실이 추가됐느냐 여부를 떠나 삼성그룹의 '아픈 부분'이 또 한번 이슈로 불거졌다는 점에서 곤혹스럽다.

또 이같은 검찰수사 대응용 문건이 구조본 법무팀에 의해 작성됐다는 점이 이재용 전무의 재산형성에 그룹 차원의 지원과 계획이 있었다는 정황증거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삼성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는 "이재용 전무의 재산형성 과정을 보면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재테크가 아니면 일궈낼 수 없던 큰 재산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며 "에버랜드 CB의 발행과 계열사들의 집단 실권, 이재용 전무의 저가 인수가 독립적으로 우연히 일어난 일이라는 삼성 측의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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