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리도, 강방천도…가치투자 전도사의 얼룩진 퇴장

강방천 에셋플러스운용 회장, 29일 돌연 퇴진 발표
'차명 투자' 의혹에 금감원 제재 준비 사실 알려져
존 리 불법투자 의혹으로 사임한 지 한 달 만
펀드업계 "업계 신뢰 위해서라도 의혹 사실 아니길 바라"
  • 등록 2022-07-31 오후 1:52:58

    수정 2022-07-31 오후 9:33:21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한국 자산운용업계를 이끌어 온 스타 펀드매니저 강방천 에셋플러스 자산운용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그런데 퇴진을 알린 지난 29일 강 회장이 차명투자를 통해 자기매매를 해 왔다는 금융당국의 검사 결과가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앞서 또 다른 가치투자 대가인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차명투자 의혹으로 대표직에서 사임한 지 한 달 만이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갑작스러운 퇴진 선언, 그리고 차명투자 의혹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강 회장은 8월 열리는 임시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현재 맡고 있는 등기이사와 회장직을 모두 내려놓는고 선언했다. 1999년 에셋플러스운용의 전신인 에셋플러스투자자문을 창업한 지 23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는 것이다. 강 회장은 특별서신을 통해 “지난 23년간 에셋플러스에서 맡았던 제 소임을 다하고 떠나고자 한다”며 “그동안 꿈꿔왔던 끼 있는 투자자의 발굴과 교육, 유능한 펀드매니저의 양성 등 사회와 자본시장에 기여할 수 있는 곳에 저의 남은 열정을 쏟고자 한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결정에 금융투자업계는 당황했다. 강 회장은 업계를 이끌어 온 ‘네임드’ 스타매니저이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때 1억원으로 156억원을 번 주식의 대가로 알려져 있고,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배우 유아인이 연기한 펀드매니저 윤정학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최근 주식시장 자체가 침체하며 강 회장이 이끈 에셋플러스운용의 펀드 수익률도 부진하자 이 같은 결정을 한 것 아니냐는 안타까움을 내비친 펀드매니저도 있었다.

하지만 퇴진을 발표한 후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강 회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차명 투자 의혹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분위기는 반전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월 에셋플러스운용을 대상으로 한 정기검사 과정에서 강 회장이 차명을 통한 자기매매를 해 온 정황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공유오피스 업체 원더플러스에 강 회장이 개인 자금을 대여해준 것이 자기매매라고 보고 있다. 원더플러스는 강 회장이 대주주, 강 회장의 딸이 2대 주주로 올라와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는 끝났고, 제재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하반기 중 금융위원회에 제재안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오피스업체에 자금을 대여해준 것만으로 자기매매라 판단한 것이 아니며, 단순 자금대여가 아니라는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 리 사임 이어…금융투자업계 파장 커져

강 회장은 자금을 빌려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자기매매로 볼 수도 없고 제재 대상도 아니라고 항변했다. 원더플러스에 연 4.6%의 이자를 받으며 자금을 빌려준 데다 이자 수익도 국세청에 모두 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법인과 나는 차입자와 자금대여자의 관계일 뿐”이라며 “100% 대주주라고 해도 그 회사의 자산을 모두 가질 수 없다. 대주주란 이유로 합법적인 자금 대여를 자기매매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라고 해명했다. 강 회장은 금감원의 공식 통보를 받으면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대응할 계획이며, 퇴진 결정은 이와 상관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강 회장의 차명 투자 의혹이 금융투자업계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 회장과 함께 저평가된 주식을 발굴해 장기보유하는 ‘가치투자’ 문화를 한국 투자업계에 전도했던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역시 금융당국으로부터 불법 투자의혹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난 상황이다.

금감원은 지난 5월 ‘존 리 대표 아내가 주주로 있는 회사에 메리츠운용이 펀드 자금을 투자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검사에 나선 바 있다. 존 리 전 대표는 불법성은 없다고 반박했지만, 논란이 커지자 결국 지난달 28일 대표 자리에서 사임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일가를 이뤘다고 할 만큼 업계 영향력이 클뿐더러 대중적인 인기도 갖추고 있는 분들인데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나 안타깝다”면서 “투자자들이 펀드업계에 등을 돌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강 회장의 항변이 사실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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