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총론 - 경제현안 긴급진단

  • 등록 2000-05-23 오후 8:39:48

    수정 2000-05-23 오후 8:39:48

우리 경제가 총체적 난국을 맞고 있다. 주가급락, 환율급등, 금리상승, 경상수지 악화 등 제반 경제지표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인게 없다. 해외의 시각은 차가울 정도로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한때 IMF 모범생을 자처하던 자부심은 간데 없고, 제2의 외환위기를 맞는게 아니냐는 말못할 두려움이 경제주체들을 옭죄고 있다. 물론 현 경제상황을 위기국면으로 단정짓기는 어렵다. 시장에 불안요소가 남아있긴 하지만 근본을 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 우세하다.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좋아졌고 경상수지도 아직은 버틸만하다는 평가다. 고성장-저물가의 견조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데 "무슨 위기냐"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관련 "불안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는 말로 현상황을 진단했다. 문제는 작금의 경제구도가 본질을 넘어 심각하게 꼬여 있다는데 있다. 부문별로 문제점들이 하나둘 얽히면서 "어디서부터 무엇을 풀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심각하게 뒤엉켜 버렸다"는 얘기다. 현 상황을 위기가 아닌 난국으로 표현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난국의 조짐은 오래전부터 감지되어 왔다. IMF 극복의 전제조건으로 추진됐던 기업, 금융구조조정이 해당 주체들의 반발로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위기극복을 위한 경기부양 조치는 경제거품과 설익은 소비증가로 이어졌다. 실업구제를 위한 정부의 벤처지원은 코스닥과 증시의 동반상승으로 연결돼 건전한 투자실익보다는 빈익빈부익부의 주름만 깊게 만들었다. 불안하게 회복가도를 달려오던 우리경제에 본격적으로 이상신호가 포착되기 시작한 것은 올해초. 첫번째 신호는 무역수지 악화였다. 지난해 줄곧 흑자를 기록했던 무역수지에 빨간불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1월중 4억1600만달러 무역수지 적자는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이후 각고의 노력에 힘입어 4월말현재 7억달러 흑자로 돌아서긴 했지만 연간 120억달러 목표달성은 이미 요원한 얘기가 되어 버렸다. 여기에 투신문제를 포함한 금융구조조정의 난맥상은 잠재해있던 위기론을 수면위로 끌어올리는 뇌관으로 작용했다. 당초 계획했던 64조원을 넘어 100조원 가까운 돈이 투입됐지만 금융시장의 불안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나아가 한투 대투 처리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어설픈 대응은 시장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공적자금 추가조성없이 5조원 범위내에서 투신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 발표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버렸다. 기본 경제지표가 흔들리는 가운데 정책마저 불신받는 구도가 되다보니 증시가 좋을리 없다. 때맞춰 S&P, 무디스등 IMF 당시 이름을 날리던 평가기관들이 또다시 "한국경제의 이상조짐"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나섰고, 메릴린치 모건스탠리등 기관투자가들도 한국투자비중을 잇따라 하향조정하기 시작했다. 대내외 악재가 두루 겹치면서 증시가 끝모를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 연초 1059포인트였던 주가는 23일 679.76포인트로 30% 이상 하락하며 연중최저치를 경신했다. 주가외에 환율과 금리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환율은 23일 전일보다 3.80원 오른 1134.4원까지 급등했으며 회사채 금리도 10.05%를 기록, 한달여만에 다시 두자리수로 올라섰다. 주가하락이 환율상승을 이끌고 다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환율 금리 유가가 모두 상승하는 신3고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경제여건 악화에 대해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작년에는 경제가 지나치게 좋더니 올해는 너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작은 경제(스몰 이코노미)인 우리 경제체제가 자본시장의 급격한 변동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제의 개방성은 날로 커지는데 반해 경제체제의 적응능력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다. 현 상태에서 정부가 직접적인 시장개입이나 자금지원에 나서는 것은 오히려 우리 경제의 대응능력을 떨어뜨리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꼬일대로 꼬인 시장심리를 풀어주고 경제주체들의 참여의지를 되살리는 일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경제정책의 영(令)을 세워야 한다. 이 시점에서 정부가 해야 할 가장 화급한 과제는 시장의 신뢰를 되찾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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