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증시결산)⑨"대안투자펀드 떴다"

  • 등록 2005-12-28 오후 1:03:01

    수정 2005-12-28 오후 1:55:57

[이데일리 배장호기자]2005년 국내증시와 펀드시장에서는 의미가 다른 두개의 'AI'가 판을 쳤다.

조류인플루엔자(AI) 공포가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며 증시를 들썩이게 했다면, 대안투자(AI) 펀드는 주식형펀드의 급팽창 분위기 속에서도 차분히 세(勢)를 불린 한해였다.

대안투자(Alternative Investment)펀드는 전통적인 투자신탁, 즉 증권거래법상 유가증권으로 분류되는 장내주식이나 장내채권 외의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를 지칭한다. 전세계적인 저금리 기조로 인해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내면서도 주식투자보다 안전한 '절대수익'(absolute return)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니즈(needs)가 증가하면서 AI펀드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해외에서는 '헤지펀드'(Hedge fund) 투자수요가 최근 몇년간 급증하고 있다. 반면 대안투자가 허용된지 2년째에 불과한 국내에서는 ELS 등 파생상품펀드와 부동산펀드, 해외펀드오브펀즈 등이 투자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적립식 주식형펀드 호조로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AI펀드 수탁고는 올 한해동안 무려 11조원 이상 순증했다. 이 중에서도 파생상품펀드가 7조원 이상 급증했고 부동산펀드(부동산관련 특별자산펀드 포함)도 2조원 이상 늘었다.

 

◇파생상품펀드..."성장세 가장 빨랐지만.."

워런트증권 등 파생상품에 펀드 자산의 10% 이상 투자하는 파생상품펀드는 올해 주식형펀드와 함께 가장 인기를 끈 펀드상품이었다. 제도 허용상의 제약조건으로 인해 지수나 개별종목 주가 등 에쿼티(equity) 관련 파생상품펀드가 주종을 이룬 가운데, 특히 올해는 지수(index)보다는 개별종목의 주가에 투자하는 이른바 '투스타' '쓰리스타'류의 상품이 득세했다.

개별종목형 파생펀드의 인기 배경은 종래 주류였던 지수투자형이 주식시장의 급등과 함께 연초 이후 지속됐던 금리 하락세로 투자매력이 반감된데 따른 것이었다.

개별종목 주가보다 변동성이 작은 지수파생상품이 상대적으로 안전하긴 하지만 펀드 수익률에 대한 눈높이가 오를데로 오른 투자자 입맛을 맞추기 위해서는 약간의 원금손실 위험을 희생하고라도 더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추세로 바뀐 것이다.

일정 조건하에서 조기상환 기회가 주어지는 구조도 올해 이 펀드의 큰 특징 중 하나였다. 가령 기초자산으로 편입된 종목의 주가가 일정수준을 넘어설 경우 자동으로 해당 주식을 매도해 안전한 채권으로 바꿈으로써 일정 주기마다 현금상환해주는 형태다.

특히 올 증시에서는 단기 조정 후 급등한 구간이 많아 일부 펀드의 경우 수익증권 발행 후 하루만에 조기상환 수익률이 확정되는 진기록도 나왔다.

올해는 파생상품펀드에 있어 한편으로는 도전의 해이기도 했다. 에쿼티 파생펀드의 경우 투자자들로부터 큰 인기몰이를 한 반면 일부펀드는 원금 손실로 인해 투자자들로부터 원성을 높이 사기도 했다.

증권사에 대한 신용파생상품 겸업 허용도 큰 뉴스 중 하나였다. 그러나 실제로 관련상품이 출시되지는 못했다.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대형 증권사들이 현재 외국 금융사와의 제휴 등을 통해 진출을 모색하고 있어 내년부터는 CLS(Credit-Linked Securities)펀드와 같은 신종파생상품이 출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동산펀드..."PF형에서 실물투자형으로"

올해는 부동산과 관련된 뉴스가 유난해 많은 한해였다. 아파트 재건축 규제, 8.31대책, 종합부동산세 시행 등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한 정부의 강경한 정책으로 인해 부동산 투자 경기는 어느해보다 어려웠던 한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펀드 등 간접투자 열기는 점차 고조됐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투기억제정책으로 아파트 등 주택을 중심으로한 개인들의 부동산 직접투자 위축이 부동산펀드 등 간접투자 수요로 연결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올들어 부동산펀드 수탁고는 부동산 경기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2조원 이상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아파트 신축이나 재건축용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상품 위주에서 펀드가 오피스빌딩 등 수익성 부동산을 직접 인수해 임대사업을 하는 이른바 수익형 부동산펀드가 급성장한 것이 가장 특징적이다.

또한 국내를 넘어 중국과 미국 등 부동산에 투자해 임대수익을 추구하는 해외부동산투자펀드도 출시됐다. 이들 해외부동산펀드의 특징은 국내 자산운용사가 해외에 명목상의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고 여기에 펀드가 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을 하는 특별자산펀드 형태를 취하고 있는 점이다.

반면 올해 부동산펀드는 종합부동산세 부과라는 악재를 처음 겪은 해이기도 하다. 올해부터 종합부동산세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부동산투자회사법상의 리츠와 달리 부동산펀드는 종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됐는데 관련업계의 부단한 면제 건의에도 불구하고 올 6월 이전에 설립한 펀드에 대해서는 세금이 부과됐다.

◇해외펀드..."PB고객 관심 고조"

올해는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본격적으로 국내 투자자들에게 소개된 한해이기도 했다. 물론 이전에도 시중은행들이 일부 PB고객용으로 해외펀드를 직접 들여와 팔긴 했다. 그러나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펀드오브펀즈 형태로 상품을 다량 출시하거나 해외 유수의 자산운용사들이 국내에 펀드를 팔기 위해 앞다퉈 진출을 서두르기는 올해가 처음이다.

올 초에는 세계 최대의 독립 자산운용사 '피델리티'가 처음 국내 영업을 개시하며 자신들의 펀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인도와 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면서 이들 국가에 투자하는 해외펀드가 특히 각광을 받았다. 한발 더 나아가 미래에셋그룹은 싱가폴에 현지 자산운용회사를 설립해 국내 자금을 자신들의 펀드를 통해 투자하기 시작했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헤지펀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면서 헤지펀드들의 수익률로 구성된 지수에 투자하는 해외펀드도 출시돼 주목을 받았다.

내년에는 해외펀드가 올해보다 훨씬 더 각광을 받는 한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증시가 올해 내내 별다른 조정없이 쾌속 상승함에 따라 국내 주식형펀드 인기에 밀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국내 증시 상승률이 둔화될 가능성이 크고 분산투자에 대한 투자자 니즈가 커질 것으로 보여 '국제분산투자효과'를 누릴 수 있는 해외펀드에 대한 관심도 따라서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내년에는 JP모건, 바클레이즈, GIC, ABN암로 등 해외 유수의 자산운용사들이 국내에 여러 형태로 진출할 것으로 보여 보다 다양한 해외투자상품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사모투자펀드(PEF)..."올해보다는 내년을 기대"

올해는 사모투자펀드(PEF)가 설립된 원년이었다. 론스타 등 해외자본의 폭리를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는 이른바 '자본국적주의'가 득세하면서 국내 자본시장의 '대항마'로 내세워진 것이 바로 PEF였다.

그러나 올해 투자성과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10개 남짓의 펀드가 설립됐지만 실제로 투자를 집행한 펀드는 불과 한두개에 그쳤다. 올해 국내 M&A시장의 최대어였던 진로를 인수하기 위해 칸서스자산운용 등 여러 PEF 들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하이트맥주와 연합전선을 구축한 산업은행PEF측으로 진로가 넘어감에 따라 여타 PEF들은 향후 진로를 고민해야 할 지경에 놓여있다.

자금의 모집도 만만치는 않았다. 보험사, 은행 등 금융기관이 잠재적인 투자자(LP)지만 관련법상의 투자제한, 펀드 운용제한 등으로 펀드자금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 우방 인수를 위해 우리은행이 PEF를 설립했지만 PEF가 우방 인수와 관련 수익보장 약정을 한 것이 사실상 대출행위라는 비난을 받으며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특히 올해 국내 주식시장이 급등함에 따라 잠재매물로 거론되는 우리은행, 외환은행 등의 주가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이에 따라 전략적 투자자와 복수의 PEF 연합간의 결합 없이는 단독 인수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국민연금이 PEF 투자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이고 있는 가운데 군인공제회, 교원공제회 등 연기금들의 PEF 투자가 가장 적극적이었던 것도 큰 특징이다. 특히 생보사 등 기존 금융회사들이 보수적 투자행태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반해 이들 공제회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조달금리를 극복하기 위해 PEF와 같은 공격적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

내년에는 이 분야 투자가 보다 활발해질 전망이다. 일단 국내외 투자자들이 군침을 흘릴만한 좋은 매물들이 대기하고 있다. 현대건설을 비롯 대한통운 옛 대우계열의 남은 회사들이 우선적인 대상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PEF에 대한 투자자의 출자 한도가 대폭 낮춰짐에 따라 중소규모의 PEF 설립이 용이하고 거액 개인투자자의 투자 관심도 높아질 전망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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