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 꺾인 국제 상품價, 랠리 끝나나?

금리인상 러시..수급우려 둔화
지정학적 긴장 여전..허리케인도 변수
  • 등록 2006-05-16 오전 10:26:12

    수정 2006-05-16 오전 10:27:14

[이데일리 김경인기자] 최근 몇 달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상품 가격이 크게 꺾였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선을 다시 하회했으며, 구리와 금, 은 등 금속 가격은 짧게는 수 주부터 길게는 수 년래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등 전세계적인 금리인상 분위기가 상품가 하락의 `일등 공신`이다. 금리인상이 각 국의 경제 성장세를 둔화시키고 그 결과 글로벌 원자재 수요가 둔화될 것이란 판단 때문.

이에 그간 목소리를 죽여왔던 상품가격 버블 주장이 세를 키우고 있다. 때마침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수요 위축 전망을 제시하며 힘을 실었다. 길었던 상품가격 랠리는 이렇게 끝나는 걸까 혹은 잠시 휴식중일까?

◇상품가 일제 급락..`성장둔화=수요위축` 전망

15일(현지시간) 뉴욕과 런던시장에서 상품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6월 인도분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63달러(3.7%) 급락한 배럴당 69.4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시간외 거래에서는 69달러선도 하회했다.

26년 최고치를 기록했던 금 값은 런던에서 1993년 8월이후 가장 큰 폭으로 추락했다. 금 현물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35.1달러(4.9%) 급락한 온스당 679.1달러를 기록했다.

뉴욕에서는 17개월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금 6월 인도분은 전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26.8달러(3.8%) 급락한 온스당 685달러로 마감, 2004년 1월이후 가장 큰 폭으로 밀렸다.

구리 선물은 LME에서 270달러(3.2%) 하락한 톤당 8190달러로 4월27일이후 2주만에 가장 많이 뒷걸음질 쳤다. COMEX에서 역시 파운드당 3.7465달러로 11.75센트(3%) 하락해 2주만에 최고 낙폭을 기록했다.

아연은 LME에서 2004년 10월이후 가장 많이 하락했고, 알루미늄은 3개월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은 현물은 1.15달러(8%) 폭락한 온스당 13.22달러로 4월24일이후 가장 많이 밀렸다.

이 같은 반전은 각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됨에 따라, 연료와 각종 원자재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원자재 가격을 뒷받침해온 수급불안 우려가 해소되면서 부동자금의 투기심리도 함께 사그러드는 형국이다.

◇주요국 금리인상 러시..상품 거품 터진다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의 기저에는 세계적인 금리인상 추세에 대한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적극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미국의 연준은 지난주 또 한차례의 금리 인상을 결정하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는 다음달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고, 일본과 중국 등도 조만간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상품 수요 또한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올해 하루 원유 수요를 8483만배럴로 20만배럴 낮춘 것도 같은 맥락.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요 인사들은 소비자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오른 상품가격이 결국은 수요 감소를 야기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압둘라 빈 하마드 알-아티야 카타르 석유장관은 "70달러를 웃도는 고유가가 세계 경제 성장과 수요를 둔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씨티그룹의 팀 에반스 에너지 연구원은 이를 근거로 "수요는 예상만큼 강하지 않고 공급은 늘고있다"며 "지정학적 우려가 새롭게 불거지지 않는 한 더 하락할 것"으로 내다 봤다.

벤 액 인터내셔널의 조셉 포스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금 값은 조정이 필요하며 단기적으로 랠리의 끝이라는 판단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핸더슨 전략가도 "투기적 버블이 형성된 것"이라며 랠리의 종말을 예고했다.

이에 앞서 모간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로치는 "세계 상품시장은 곧 터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거품"이라며 "중국의 성장과 에너지 비효율성이 지속될 것이란 잘못된 추정이 거품을 야기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일시적 조정` 주장도..수급불안 악재들 여전

그러나 전일 급락세는 일시적 조정에 불과하며 상품주 랠리의 불꽃이 여전하다는 분석 또한 다수다. 상품 랠리를 부추겼던 요소들 중 친디아발(發) 수요급증을 제외한 요소들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판단이다.

피맷USA의 에너지 리스크관리사인 스티브 벨리노는 "금리인상이 수요를 위축시킨다해도 이는 상품가 고공행진을 야기시킨 요소 중 단 하나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란 핵 개발을 둘러싼 갈등은 전혀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백악관은 이란 대통령이 보낸 친서에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설상가상 이란의 군사관련 시설에서 고농축 우라늄의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UN안보리는 오는 19일 이란 핵 프로그램 및 관련 조치에 대해 검토할 계획이다. 이에따라 유럽과 미국 등 서방국들이 이란에 경제적 제재를 가해 유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도 여전하다.

지난해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미국의 허리케인 시즌도 코 앞으로 다가왔다.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만큼 그에 따른 피해도 클 수 밖에 없다.

이에 소시에떼 제네랄의 마이클 가이도 헷지펀드 전략가는 "대부분의 금속시장에 건전한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게임에 다시 뛰어들기 위한 휴식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누미스 증권의 존 마이어 연구원 역시 "상품시장은 펀더멘털상 여전히 강세장에 있다"고 평가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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