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고깃집 사장의 기부 고집

  • 등록 2015-02-19 오후 10:29:00

    수정 2015-02-19 오후 10:29:00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정희씨의 초심을 잃지 않고 기부를 계속할 겁니다. 그래서 세종시에서 가장 기부 많이 하는 음식회사의 사장이 되는 게 꿈입니다”

38세의 젊은 고깃집 사장이 고집스럽게 기부활동에 매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설 명절을 맞아 강원도 심향영육아원에 기부화환 사업 ‘정희씨’로 모은 기부금으로 육아원 신축에 필요한 냉장고 설비와 과일세트 등을 전달했다.

권혁기 워낭 대표이사(사진)는 지난 2011년부터 공익재단(기부포털) 해피빈, 기프토와 함께 ‘정을 나누는 희망의 씨앗’이라는 이름의 ‘정희씨’ 캠페인에 참여했다. 꽃이나 화환을 보내면 해피빈의 기부화폐인 콩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단체에 투명하게 기부금을 전하는 사업이다.

실제로 해피빈 포털 내에서 유기동물, 난치병 어린이, 아프리카 식수시설 설치 모금함을 여는 등 모금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하지만, 기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무관심, 홍보부족 등으로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공익사업, 기부사업은 뭔가 크고 대단한 걸 기대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반응이 주춤하자 사람들은 조금씩 무관심해졌습니다. 심지어 같이 기획해놓고 빠지면서 뒤에서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있었죠. 하지만 처음부터 해피빈과 함께 정희씨를 기획했던 김모 전 대표와 그를 후원하는 사람들은 변치 않고 저를 믿어줬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소박하게, 꾸준하게 갈 겁니다”

권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사업의 꿈을 키웠지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20대 후반의 권혁기 대표이사는 잘 나가던 떡집 사장이었다. 창조떡방이라는 이름으로 백화점에서 승승장구하는 날도 있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떡 설비를 들여놓고 대량생산을 준비하던 시점, 외환위기가 터져 상권은 순식간에 무너졌고, 결국 부도를 냈다.

그 이후로 경호회사, 식당 매니저 등 궂은 일 마다하지 않고 하면서 재기를 노렸다. 그러던 중 언론사 기자였던 김씨와 함께 정희씨라는 기부사업에 몸을 담았다. 하지만 기부사업만으로 생계를 이끌기는 어렵다고 판단, 홀로 세종시로 내려가 식당사업에 뛰어들었다.

부산 용호동에서 ‘자연이 주는 밥상’이라는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님의 권유였다. 홀로 어렵게 식당을 운영하면서도 정희씨 사업은 부인과 함께 열심히 계속했다.

“대안이 없었습니다. 3살짜리 딸, 8개월짜리 아들과 부인을 서울에 두고 홀로 세종시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죠. 2년만 혼자, 아니 가족 모두 고생해보자. 애들한테 미안하지만, 정말 모험이었습니다”

권 사장은 처음에는 수가성이라는 이름의 작은 한정식집으로 시작했다. 요리 명인인 이모의 정성이 들어간 음식들이라 손님들은 좋아했지만 많이 팔아도 적자였다. 세종시는 주로 점심장사 한때에 의지해야 하는 만큼, 작은 가게로 이익을 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자본을 구해 가게를 키웠고, 직접 한우를 썰고 보리굴비를 재우는 것으로 콘셉트를 바꿔 성공했다. 성장률 만큼은 세종시 식당 중에서 1등이라 주변에서 부러움을 사고 있다.

바쁜 와중에도 권 사장은 부인과 함께 정희씨 기부화환 일을 계속하며 네트워크를 넓혀갔다. 덕분에 적립된 기부금은 200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꽃을 취급할 때에도 느꼈지만 구매 자체에 기부를 포함하는 건 정말 어렵더라구요. 물론 기업을 대상으로 했지만, 소비자에게 기부액을 부담시킬 순 없다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제가 열심히 벌어서 계속 기부를 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권 사장은 고기를 직접 자르고 분류하고 저장하고 숙성할 줄을 안다. 보리굴비 맛 역시 그가 몇 달간 원산지를 찾고, 수 백번 염도와 시간을 달리하며 재우고 먹어보면서 겨우 찾은 방법으로 탄생했다. 음식사업처처럼 기부활동도 그는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해갈 각오다.

“저는 어린 시절 어머님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야 했습니다. 저는 기부를 받아야 할 대상이기도 했죠. 그래서 일회성 기부를 받았던 사람들의 마음의 후유증도 잘 압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세종시의 어려운 아이들 소수라도 확실하게 지속적으로 돕고 싶습니다”

권 대표는 정희씨를 꽃 뿐 아니라 여러 식품이나 선물 등에도 기부를 적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정을 나누는 상품이라면 무엇이든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나눔으로 이끄는 가교가 되겠다는 생각이다.

“정을 나누는 희망의 씨앗이라는 브랜드는 정말 저와 집사람, 그리고 김 전 대표의 눈물이 배인 기부 브랜드입니다. 제 꿈은 세종시에서 가장 기부 많이 하는 음식회사의 사장이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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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시 맛집 '워낭', 정희씨와 따뜻한 기부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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