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독립전쟁)⑧자원개발 아직 늦지 않았다

  • 등록 2006-12-15 오후 1:00:00

    수정 2006-12-15 오후 2:14:19

[알마티=이데일리 이태호기자] 중앙아시아의 자원대국 카자흐스탄에서 영업용 택시를 발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소련 시절 국가가 운영하던 택시사업이 민영화 과정에서 쇠퇴해버렸기 때문이다. 대신 이 빈자리는 `히치 하이킹` 식으로 차를 세우고, 요금을 흥정하는 불법 자가용 택시들이 메우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한 뒤에도 이 같은 자가용 택시가 더욱 번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성장으로 이동 수요는 늘어났지만,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 수단이 발달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민들이 보다 값싼 자가용 택시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 최대 상업도시 알마티에는 구소련 때와 변함없는 500대의 합법 택시와 25만대(자가용 대수)의 불법 택시가 존재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구소련의 유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부문이 비단 교통수단만은 아니다. 제조업은 이제 걸음마 단계고, 인터넷 속도는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한다.

그러나 이처럼 낙후된 사회기반시설에도 불구하고, 카자흐스탄 경제는 과거 소련 시대와는 판이하게 달라지고 있다. 인구 1500만의 카자흐스탄은 최근 수년 간 10%를 넘나드는 고속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풍부한 석유자원이 있다. 

◇유가 급등으로 `뒤바뀐 운명`

"정세가 너무 불안했어요. 카자흐스탄 국민들도 독립을 겁내는 분위기였죠"

곽정일 한국석유공사 카자흐스탄 사무소장은 지난 1991년 독립을 전후한 카자흐스탄의 모습은 불안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에도 석유공사가 카자흐스탄 유전투자를 검토했지만, 리스크가 너무 커 이내 포기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카자흐스탄의 모습은 과거와 180도 달라졌다.

정세는 차츰 안정을 되찾았고, 투자를 꺼리던 석유기업들도 이제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는 일에 주저하지 않으니 그야말로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이 모든 변화의 뿌리는 `검은 금(black gold)` 석유값의 급등에 있다.

지난 1990년대 초만 해도 배럴당 20달러 주위를 맴돌던 국제 유가는 최근 60~70달러로 급등했다. 자연히 카자흐스탄의 수많은 미개발 광구들은 `금맥(金脈)`으로 돌변했고, 경제성이 없어 관심밖에 있던 유전 가격마저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다.

결국 발등에 불이 떨어진 세계 강대국들은 앞다퉈 자국 기업들의 카자흐스탄 `원정(遠征)`을 적극 지원하게 된다. 중동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낮추고, 국가의 명운을 결정지을 미래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라는 특명이 내려진 것이다.

◇`자원확보` 춘추전국시대 개막

"내 나라를 위해서라도 꼭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LG상사 에너지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는 장현식 에너지사업부장 상무는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뜨거운 경합을 벌이고 있는 카자흐스탄에서의 광구 확보 경쟁이 마치 국가와 기업의 명운을 내건 전쟁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개별 광구마다 카자흐스탄 개인 주주들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고, 결국 이 지분을 매입해야 하는데,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석유기업들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중앙아시아의 사우디아라비아`로 불리는 카자흐스탄은 세계 9위 면적의 국토에 1000억배럴에 이르는 원유 매장량(세계 7위)를 보유하고 있다.

이곳에서 다양한 국적의 크고 작은 기업들이 펼치는 영토 확보 전쟁은 마치 춘추전국시대를 연상케 한다.

유망한 광구를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머뭇거리다가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각국의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 투자도 주저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일례로 중국은 지난해 무려 42억달러를 투자해 카자흐스탄 석유가스공사(페트로카자흐스탄)을 인수하면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유가가 더 오른 지금은 오히려 싸게 샀다는 평가가 나오니 뒤늦게 땅을 치는 기업들이 많은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한국, 석유소비 세계 10위..자원 개발은 `소극적`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자원개발은 다른 나라에 비해 한 발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 석유 소비국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해외 유전 개발에는 꽤 소극적인 편이었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더욱 과감하게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곽 소장은 한국의 국영 석유기업인 석유공사에 대해 "아직 해외기업과 비교하면 민망한 수준"이라면서 이제 더욱 적극적인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석유공사가 생산하는 석유는 하루 3만배럴 수준. 국내 원유 소비량(하루 220만배럴)과 비교해 매우 미미한 규모다. 미국의 엑손모빌이 하루 252만배럴, 중국의 페트로차이나(CNPC)가 235만배럴, 영국의 BP가 212만배럴의 석유를 뽑아내고 있는 것과 비교해도 지극히 부족한 양이다.

이 때문에 석유공사는 오는 2013년까지 16조원을 투입해 현재의 석유 자주개발률 기존의 4%에서 18%까지 끌어올리고, 개발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함으로써 2015년 세계 50위권 석유회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 달성의 일환으로 중앙아시아에서도 적극적인 광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석유공사는 현재 매장량 평가 단계에 있는 카자흐스탄 아다(ADA) 광구의 지분을 LG상사와 22.5%씩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5월에는 아제르바이잔에서 해상 이남(Inam) 광구의 지분을 인수히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 지난 8월에는 우즈베키스탄과 아랄해 가스전 인수계약 체결했고,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카자흐스탄 해상 잠빌(Jambil) 광구의 지분매입 협상도 마무리할 전망이다.

최근 현지에서 뚜렷한 성과도 나오고 있다. LG상사는 지난 5월 카자흐스탄 아다(ADA) 광구(석유공사와 지분 22.5%씩 보유)에서 평가정 작업을 벌여 2공의 시추만으로 가채매장량 2000만배럴 수준의 원유부존 구조를 발견했다. 

또 10월에는 가장 최근에 확보한 에끼즈카라(Egizkara) 광구에서 탐사정 작업을 진행, 첫번째 시추에서 석유존재 사실(석유부존) 확인에 성공했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자원개발 사업을 이끌고 있는 우리 기업관계자들은 "아직 늦지 않았다"며 결의를 불태우고 있다. 세계의 자본이 맞붙은 카자흐스탄에서 아직 미미하지만 자원개발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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