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가 인수단으로 참여할 경우 계열 자산운용사가 공모주에 청약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게 그것이다.
◇ 삼성생명 상장으로 자본시장법 85조 논란
28일 금융감독당국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85조2호, 시행령 87조1항2호 `불건전 영업행위의 금지` 조항에 대한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이 조항은 증권사가 상장공모 등의 인수회사로 참여하면 계열 자산운용사는 인수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야만 펀드에 해당 주식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이전에는 인수단 계열 자산운용사의 주식형펀드도 상장공모 수요예측때 가격을 써내지 않는 조건으로 공모물량은 받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참여는 없다시피했다. 대부분의 딜이 수십억원에서 기껏해야 수천억원 정도였기 때문에 별 필요성을 못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대한생명에 이어 이르면 올 5월 삼성생명이 상장을 예고하면서 이 조항이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금융투자협회 `증권인수업무에 관한 규정`에 따라 대표주관회사가 될 수 없었던 삼성증권은 인수회사로 참여한다. 동양종합금융증권도 예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투신운용이나 동양투신운용도 참여할 수 없다.
또 한국, 삼성, 동양투신운용이 운용중인 삼성그룹주펀드 역시 삼성생명 공모주식을 3개월간 담을 수 없다.
이로인해 수요예측 및 청약과정에서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배제돼 적게는 4조원, 많게는 7조원까지 거론되는 삼성생명의 공모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 지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모증권사 IPO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 등도 올 하반기 예고돼 있어 올해 IPO시장은 10조~12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현행 조항은 불합리한 규제"라고 말했다.
◇ 미국 SEC도 규제…금융위 "이해상충 방안 강구"
인수단이나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적극적으로 민원을 넣고 있다. 금융당국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톤은 다르다. 마냥 풀어줄 수 만은 없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삼성생명 상장으로 인해 이 문제가 불거져 현재 개정을 검토하고 있지만 부작용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도 계열 자산운용사의 상장공모 참여를 규제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자본시장법을 만들면서 반영했던 것으로 펀드투자자를 위해서는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유통시장에서 3개월 정도 지나면 정상적인 시장가격이 형성되기 때문에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뒤늦은 민원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가령 삼성생명 주관회사 선정 당시 한국투자증권 등도 현행 제도를 알고 참여했다는 인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조항을 놓고 보면 IPO 인수단에 참여하는 것은 인수수수료와 계열 자산운용사의 공모 참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라며 "이제와서 둘 다를 하겠다하고 하면 지나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다른 자산운용사 등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업계의 통일된 목소리가 아니라는 점도 지적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기간단축을 포함해 이해상충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며 "이것이 전제됐을 때만 허용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