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의 FX칼럼)외환시장은 지금 전쟁중

  • 등록 2002-06-10 오후 12:12:07

    수정 2002-06-10 오후 12:12:07

[이진우 칼럼니스트] 최근 2개월 동안 격랑에 휘말린 국제금융시장의 중심에는 급격한 약세로 돌아선 미 달러화와 모든 우호적인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하락세에 시달리고 있는 뉴욕 증시가 서 있습니다. 달러는 둑이 터지면서 큰 물이 흘러내리듯이 추락에 가까운 급락세를 보였고, 이러한 달러가치의 급락을 막아 보겠다고 나선 세력은 당사자인 미국이 아니라 일본과 한국이라는 아이러니도 우리는 목격하고 있습니다.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 완력행사가 이번에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한 주간입니다. ◇123엔대와 1220원에 대한 집착 USD/JPY Weekly Chart 일본 재무성은 지난 2000년 11월 이후의 달러 급등장에서 형성된 상승추세선(노란색으로 표시된 우상향 직선)의 붕괴를 저지하고자 사력을 다하고 있다. 2주간에 걸쳐 동경시장 뿐만 아니라 런던과 뉴욕의 외환시장에서까지 위 추세선이 붕괴될 위험에 처한 레벨에서는 직접적인 달러매수 개입을 단행해 왔다. 123엔대 붕괴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시장과 맞선 일본 재무성의 입장을 위 차트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 선의 붕괴”가 시장에 미칠 여파는 생각만 해도 섬칫하지 않은가? ○ 앞으로도 몇 주간은 위 추세선에 따른 개입레벨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에 나타난 추세선마저 붕괴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1차적인 달러 추가하락 타겟은 120 EMA(지수이동평균)이 걸쳐있는 122엔 내지는 121엔 후반대가 될 것이고, 그마저 밀린다면 달러는 120엔 아래로 전저점인 116엔대 초반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 ○ 그래서 일본 당국의 개입은 지금까지는 아주 집요하고 지속적이다. 여기에서 시장이 이루고자 하는 도도한 흐름을 돌려 놓겠다는 것인데, 이 시점에서 향후 달러/엔 환율에 대한 전망은 아주 극단적으로 나뉠 수가 있다. ○ 과거 수 차례에 걸친 지속적인 시장개입은 결국 추세를 바꾼 적이 많았다는 점에서는 123엔대가 이번 달러급락장의 바닥으로 다져지면서 128엔 정도까지의 반등 혹은 그 이상까지 올라서는 추세전환을 예상할 수가 있다. ○ 반면 뉴욕 증시가 폭락세를 이어간다든지 하는 모멘텀으로 인해 위 추세선이 깨지는 달러 급락세가 재현되고 일본 재무성이 추가개입을 포기하게 된다면 그 때의 환율 추가하락의 속도는 매우 급해질 수 있다. 개입으로 인한 후유증까지 감안한다면 그러한 상황에서는 120엔이라는 레벨도 심리적인 지지선으로 작용할 뿐 그다지 강력한 지지 레벨이 될 수가 없다. 123엔대에 일본 재무성이나 BOJ가 집착한 이유는 밝혀졌다. 그리고 일본 당국의 집요한 시장개입은 Weekly chart에서 2주간에 걸쳐 의미있는 모양의 캔들을 만들어 내었다. 아래쪽으로 긴 그림자(혹은 수염)을 드리운 망치(Hammer)에 가까운 캔들 패턴이 형성됨으로써 차트를 중시하는 세력들로서는 만만치 않은 저가매수세(비록 개입이라는 형식을 통한 것이었다 하더라도)에 대한 경계감을 가질 만 하다. 그리고 통상 개입은 저런 식으로 시장에 바닥심리를 확산시켜 자연스럽게 매수세를 시장에 유입시키고자 하는 것이며, 시장참여자들로서도 개입으로 인한 큰 손실을 몇 차례 경험하고 나면 당국과의 싸움에서 기가 꺾이기 마련이다. 작년 9.11 테러사건 당시 116.40까지 급락하던 달러/엔의 방향을 135엔 쪽으로 되돌린 것도 일본은행의 개입이었는데, 이번 전투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아직은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제 달러/원 환율은 왜 1220원에서 격전이 벌어졌었던가를 살펴보자. 위 차트는 2000년 11월 하순 1140원 돌파 이후 1365원까지의 환율 급등세(이는 달러/엔 환율이 110엔 돌파 이후 126.84엔까지 오르던 급등장세와 함께 이루어진 장인데 엔화약세의 정도에 비해 우리가 좀 더 호들갑을 떨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후 1275~1335원의 길고도 지루한 60원의 큰 박스권 장세(이 때는 엔화와의 연계성이 다소 느슨해지며 국내 외환시장에서 국책은행과 이른바 그들의 패밀리로 알려진 은행들이 연전연승을 하던 시기이다), 그리고 지난 4월 12일부터 시작되는 어마어마한 달러 급락장(다시 달러/엔이 외환시장의 절대절명의 화두로 떠오르며 그 동안 애써 외면해 왔던 서울의 달러공급우위 장세를 실감하던 시기)를 한 눈에 살필 수 있도록 해준다.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달러 급등장이었던 1140원 ~ 1365원의 장세는 앞으로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기억들 하시는가? 물밀듯이 밀려오는 외국인들의 주식투자자금으로 인해 개장 초 누가 빨리 숏을 낼 수 있는가로 승부가 갈리며 1100원 아래도 가능하다고 흥분하다가 1140원이 위로 돌파되며 환율이 쭉쭉 위로 뻗기만 하던 시절… 1달러당 2000원이라는 황당한 환율을 보기 직전에서 아래로 방향을 튼 이후에는 줄곧 빠지기만 하던 환율에 익숙하던 사람들은 1150원에서도 1180원에서도 1200원에서도 달러매도에 나섰다가 다 실려 나갔던 그 시절을? 그러나 그 때 “돈 냄새 잘 맞는 사람들”은 1220원을 얘기했었고(강남의 환전상들은 갑자기 달러가 말라 간다고 아우성을 쳤었다) 실제 시장은 1220원에 이르러서야 1180원까지의 짧은 조정국면을 거쳤다. 그 이후는 1290원까지의 2차 급등장세(필자가 엘리어트 파동이론에 근거, 3번 파동으로 매기고 있는 장세)… 무슨 얘기인가 하면 당국과 시장참여자들의 뇌리에는 1220원이라는 레벨이 아직도 강하게 각인되어 있다. 그 내역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든지 아니면 다소 막연하든지 간에 1220원이라는 레벨이 지지되거나 붕괴된다는 것은 그 여파가 상당히 클 것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달러/엔의 등락과 맞물려 1220원이라는 레벨은 엔/원 환율 980원과도 연관을 지니고 있다. 엔/원이 그다지 중요한 팩터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긴 하지만, 은연중 엔/원 950원 혹은 그 이하까지도 생각하고 있는 시장에 대해 당국은 경고 메시지를 날릴 필요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또 당국이 이길 것인가? 일본 재무성이 이기려면… 무엇보다 뉴욕 증시가 다시 살아나야 한다. 이번 주 트리플 위칭데이를 앞둔 뉴욕 증시는 폭락과 반등의 기로에 서 있다. 아무리 좋은 경제지표가 발표 되어도 하락을 거듭하는 뉴욕 증시에 대해 무슨 중장기적 펀더멘털 분석 같은 것은 지금 통하지 않는다. 오르면 오르는대로 빠지면 빠지는대로 사후적으로 이유야 갖다 붙일 수 있는 것이고, 중요한 것은 앞으로 오르느냐 더 내리느냐 하는 문제이다. 한국의 외환당국이 이기려면… 먼저 일본 재무성이 이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서울에는 좀 더 심각한 문제가 남아있다. 부인하기 힘든 우리 경제의 확고한 경기회복세가 펀더멘털 상의 문제이고 딜러들이 흔히 쓰는 표현인 “썩은 롱”이 수급상의 문제이다. 우리는 이번 환율 급락장에서 수급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절감하였다. 두 사람이 올라 타 수평을 유지하는 시소의 한쪽에 벽돌 한 장만 올려보라. 그 팽팽하던 시소는 서서히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장 중 몇 천만불의 수요 우위는 환율상승, 몇 천만불의 공급우위는 환율하락으로 이어지기 마련인 시장에 그 동안 “이래도 되는 것인가?”하면서 환율의 고공비행을 아슬아슬하게 즐기던 달러보유세력들이 미처 처분하지 못한 달러가 아직도 서울에는 넘쳐나고 있다. 웬만하면 인정(?) 해 줄만도 한데 월요일 오전 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좀처럼 1230원을 못 올라서고 있다. 달러가 이번 장에서 너무나도 신뢰를 상실한 것이다. 달러/엔이 125엔을 확실히 넘어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일본이나 한국의 외환당국은 그나마 더 이상의 달러 폭락장이 서지 않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할 모양이다. 다음 주에는 “이 장세로 과연 누가 해피할 것인가?”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볼까 한다. 계속 써 나가기에는 지면도 부족하고 축구 때문에 정신집중도 잘 안 된다. “오~필승,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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