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뛰는 유가, 바빠진 미국 정가

  • 등록 2005-09-23 오전 11:04:23

    수정 2005-09-23 오전 11:04:23

[뉴욕=이데일리 안근모특파원] 허리케인 리타 위협을 받으면서 미국의 기름값이 다시 뛰고 있다. 리타가 오기 전에도, 카트리나 이전에도 기름값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비싸져 있었다.

휘발유를 넣기가 `고통 스럽다(gas pain)`는 말까지 나온다. .

원성이 비등하자 정치인들이 바빠졌다. 이런 때 침묵하고 있으면 정치인도 아니다. 제대로 한 번 뜰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가격 상한제

하와이주 의회가 이달부터 `도매가격 상한제`라는 법을 도입했다. 그러나, 성과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정부가 규제하는 가격 가이드라인이라는게 대개 그랬듯이 값을 한껏 올리는 면죄부를 준 꼴이 됐다.

AAA에 따르면 21일 현재 하와이주의 무연 보통 휘발유 소매가격은 평균 3.469달러로 미국 평균치보다 25.9% 높다. 일년전, 법이 시행되기 전에도 26.0% 더 비쌌었다. 한 달 전에는 8% 더 비쌌을 뿐이었다.

석유회사 담합 조사

이제는 비난의 화살이 석유회사로 모아졌다. 민주당 소속의 주지사 8명은 "정유사들이 카트리나로 인한 국가적인 비극을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조사를 청원했다.

`부당` 여부는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어쨌든 석유회사들이 큰 돈을 벌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세계 최대의 상장 석유회사인 엑손모빌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도 순이익이 38% 증가했다.

어떤 언론은 `Gas Pains, Big Oil Gains(국민들이 기름값으로 고통받는 동안 석유 대기업들은 돈을 벌고 있다)`라며 춘향전의 한 대목(歌聲高處 怨聲高)처럼 운율을 만들었다.

미국의 경쟁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즉각 담합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 빌 락카이어는 벌써부터 담합 혐의를 조사해 온 인물이다. 2003년의 경우 캘리포니아 휘발유값에서 차지하는 정제마진의 비중이 14.4%에 달해 다른 주의 평균치인 6%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담합을 입증할 만한 물증(smoking-gun evidence)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석유회사 폭리 환수

폭리는 폭리인데, 불법행위는 아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세금을 더 매겨 환수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갤런당 40마일`이라는 친환경 자동차 운동단체가 천여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79%가 "유가급등으로 생긴 정유회사들의 `가외수입(windfall profits)`을 세금으로 거둬들여 대체에너지 연구에 쓰자"는 항목에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상반된 결과의 조사도 있었다. 금융시장 전문 뉴스채널인 CNBC의 온라인 설문에서는 56%가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기자도 반대를 찍었다. 돈을 많이 번다고 세금을 더 매긴다면, 적자를 낼 때는 당연히 정부가 돈을 대줘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유회사들로서는 공장을 더 지을 필요를 느끼지 못할 테다.

이런 공세들은 주로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다. 민주당은 카트리나 늑장대응으로 한 방 먹은 부시 행정부를 계속 몰아부칠 호기로 삼고 있다고 한다.

세금 인하

공화당 쪽에서는 전매특허인 `세금 인하`를 들고 나왔다. 정유회사 뿐 아니라 정부도 유가 급등으로 횡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름값이 오르는 만큼 정률로 받는 세금의 수입도 크게 증가하게 되는데, 뉴욕주 상원의 공화당 의원들은 세금이 일정액 이상으로는 오르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주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 받아들일 생각을 않고 있다. 세금인하로 기름값 부담을 낮춰주면 석유수요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있고, 세금이 줄어든 만큼 정유업체들이 기름값을 더 인상해 뱃속을 채월 수도 있다는, 나름대로 일리 있는 반대논리를 펼치고 있다.

언 발에 오줌 누듯이 이런 저런 응급처방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렇듯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약발을 낼 것 같아 뵈는게 없다.

차라리 3년, 5년, 10년이 걸리더라도 기름값에 휘둘리지 않고 살 수 있게 할 무엇인가를 서두르는게 어떨까. 3년전, 5년전, 10년전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죄값은 지금부터 치르기로 하고.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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