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의 자구안 제출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몽헌 현대아산회장(MH)와 정몽구 자동차회장(MK)의 갑작스런 회동 추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초부터 근 1년여간 갈등을 보이고 있는 두 형제가 언제가는 만나서 서로의 오해를 풀 게 될 것이라는 것은 이전부터 예측됐다. 특히 부친인 정주영 명예회장의 건강이 하루가 다를 정도라는 얘기도 돌고 있어 이들의 만남은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MH가 꼭 MK를 만나려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무엇보다 현재 MH가 중심이되어 만들고 있는 건설 자구안과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는 일차적 시한이라할 수 있는 이번주말까지 건설의 자구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자구안의 내용은 건설, 대주주인 MH, 정 명예회장 등이 할 수 있는 자구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자구란 서산농장 매각, MH소유 계열사 주식 매각, 정 명예회장의 현대차 주식 매각 등이다.
현대는 그런 내부적으로도 이 정도로는 시장의 기대를 총족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계열사와 친족 위성그룹에 대해 건설의 자산, 채권 매입이나 사업부문 인수를 통해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MH가 현대중공업의 실질적 오너로 동생인 정몽준(MJ) 의원을 비롯, 현대산업개발의 정세영 명예회장, KCC그룹의 정상영 회장 등을 만난 것도 그런 이유.
현대 관계자는 "MH가 이들과 회동하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대방인 중공업, 산업개발, KCC는 생각이 다르다. 위성 기업의 한 관계자는 "내 코가 석자인데 누구를 돕느냐는 게 회사 윗분들의 생각"이라고 말한다.
이들 위성 기업의 정씨 일가들은 "형(MK)과 먼저 상의하는 게 옳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친형제들끼리도 지원하느니, 마느니 하는 마당에 사촌 형제가 먼저 지원해주겠다고 나서겠느냐"고 반문했다. MK, MH와 MJ 등 세 형제 회동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MK는 정씨 일가의 맏형이기 때문에 MK가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힌다면 위성기업의 지원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결국 MH가 MK를 만나려는 것은 계열사와 위성기업차원의 지원 내용을 담고 있는 건설 자구안의 최종 마무리를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때문에 MH가 하루가 멀다하고, 언론에 공개까지하면서 MK의 집무실을 찾아가려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당분간 MH는 MK를 만나기 위해 애를 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MK는 동생을 만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설사 만나더라도 건설 지원과 관련해선 공개된 만남을 가질 의사가 없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도 "이번 회동 추진은 MH의 명분축적에 불과한 만큼 MK회장이 그 의도에 말려들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MH가 다른 형제들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명분을 찾거나, 나아가 형제들의 지원 거부로 자구안 마련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그 책임을 나눌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게 현대차 시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런 의도가 없더라도 건설 지원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 간신히 계열분리에 성공, 이에 힘입어 시장의 신뢰를 받고 있는데 건설을 지원하게 되면 계열분리는 없었던 일이 되고, 시장은 곧바로 불신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현대차는 그러나 MK가 MH와의 회동을 피하는 것으로 외부에 비쳐지고 있는데 대해선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