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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 통화를 계기로 북한과 벌여 온 설전(舌戰)을 외교전으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전 세계를 긴장하게 한 북미 긴장관계가 누그러들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그러나 트럼프가 여전히 군사적 옵션을 유지하고 있어 빠른 긴장 해소를 낙관할 순 없다.
트럼프 “나보다 평화적 해결 바라는 사람 없어”
트럼프 대통령와 시 주석의 전화통화는 북미 간 갈등이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이뤄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미 대륙을 겨냥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북측 도발이 이어지면) 유례없는 화염과 분노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 대통령으로선 이례적인 ‘북한식 언어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은 이에 괌 미사일 타격 준비가 끝났다고 경고(9일)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선제타격을 포함한 군사적 대응을 언급(11일)하며 악순환이 이어져 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이번 대화는 여전히 북 핵미사일 해법에 대한 양국 시각차를 보여줬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비핵화에는 둘 다 동의했으나 미국은 북한의 도발 중단과 이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요청했고, 중국은 북미 양국 모두의 도발 중단 아래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을 언급하는 등 양측 모두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또 시 주석과의 전화통화 직전 북한의 타깃으로 지목된 미국령 괌의 에디 바자 칼보 주지사에게 전화해 “당신은 안전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통화 직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도 통화하며 대북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 대응을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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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는 낙관 전망…키신저 “결국은 미·중 외교”
주말 들어 달라진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이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 정가는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자국 내 국면 전환을 위한 수사라고 평가절하하기 시작했다.
미군의 실질적 군사행동 조짐도 없다. 오랜 기간 한반도 주변에 머물렀던 미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이 지난 9일 일본 요코스카 기지에 귀환했다. 또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이 14일 한국을 방문하는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된다. 선제공격을 진지하게 고려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분석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의 말과 달리 미군은 평온하다”고 전했다.
결국 미·중 간 외교만이 최선의 해법이란 게 전문가의 대체적 분석이다. 미국은 이미 북한 위협을 지렛대 삼아 대중국 무역전이라는 칼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미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의 미국 지적 재산권 침해 혐의 조사를 지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고, 중국은 이 조치에 일찌감치 반발하고 있다. 중국이 자국에까지 부담을 주게 된 북·중 관계를 어떻게 중재하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군사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과 내달 9일 북한의 국경절이 최대 고비다.
미국 외교의 거두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WSJ과의 인터뷰에서 북핵 해법과 관련해 미·중 외교에 주력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의 본질적인 우선 과제는 워싱턴과 베이징의 상호이해”라며 “아시아 비핵화는 미국보다도 중국의 이해관계에 더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북한의 핵무장이나 정권붕괴 모두 미국보다 중국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대립 일변도인 미·중 양국 사이에서도 접점을 찾을 수 있으리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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