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프로세스 통했다
개성공단 남북 합의서 도출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스세스의 첫 결실로 평가된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대북 정책의 원칙을 바로 세우고, 북한의 비정상적인 행태에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핵·미사일 도발 위협→실질 도발→긴장 극대화→협상→보상→재도발’이라는 악순환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지였다. 실제 개성공단 사태에 대한 대응 조치도 사실 파격에 가까웠다. 북한의 근로자 철수라는 위협에 남측 근로자 전원 철수라는 강수로 맞대응했다. 사실상 개성공단 폐쇄 수순인 남북경협보험금 지급 결정은 개성공단을 버릴 수도 있다는 시그널을 제시, 북측이 7차 회담에 전향적으로 나오도록 압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중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과의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남북 관계 개선이 이뤄지면서 북미 관계, 6자회담 재개 등 한반도 정세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풀고 경제 지원을 재개하기 위해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번 남북 합의로 적어도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의 환기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개성공단 문제에 대한 남북합의로 북미 대화, 북핵 6자회담 등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분위기는 조성됐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상봉도 빠른 시일내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남북의 공감대가 어느정도 이뤄져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15일 제68주년 광복절 경축식 축사에서 ‘추석전후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하면서 이산가족 상봉은 중단 3년만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 당국자는 “정부에 상봉 신청 이산가족 중 7만2800여명이 생존해 있고 그중 80% 이상이 70대 고령이다. 우리는 최대한 많은 인원의 상봉을 요구해왔지만 지금까지는 100~150명씩 제한적인 상봉만 이뤄지고 있다”며 “상시적으로 진행되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5년째 중단된 금강산 관광 문제의 해결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북측이 관광 중단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관광객 피살 사태에 대해 재발방지 보장을 우리 정부에 약속하지 않으면 사업재개의 명분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이 정상화 수순에 돌입했지만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설치, ‘개성공단의 국제화’ 등 일부 합의사항들은 향후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북한이 근로 조건과 임금 수준을 국제 기준에 맞춰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올 경우 난감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개성공단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인상은 곧 입주기업들의 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의 설치도 당장 위원장 급부터 고민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공동위원회가 설치되면 남과 북이 공동으로 개성공단 문제를 결정하게 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 “다음주쯤 판문점 채널을 통해 공동위원회 설치 운영에 관한 합의서 체결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