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온 편지]⑦영국도 집어삼키려는 中의 야욕

  • 등록 2017-09-05 오전 8:30:00

    수정 2017-09-05 오전 8:30:00

[런던=이데일리 이민정 통신원] 지난 8월 말 류사오밍 영국 주재 중국 대사가 런던 최대 무료 일간지인 ‘이브닝 스탠더드’에 칼럼 하나를 기고했습니다. ‘중국의 영국 투자는 위협이 아니라 기회’(Chinese investment in the UK is an opportunity not a threat)라는 제목을 달았죠. 요지는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를 결정한 이후 영국의 경제와 자본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외 투자 심리가 갈수록 위축되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 특히 중국의 투자를 두 팔 벌려 안아야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에도 무역, 금융 부문에서 유럽의 허브, 세계에서 경제 강대국으로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영국 정부가 다른 국가의 영국 투자에는 정해진 규정에 따라 투자 승인 여부를 결정하면서 유독 중국 기업의 영국 투자에 대해서는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며 까다롭게 투자 승인 조건 등을 들이대는 것은 영국이 가장 중요한 가치 가운데 하나로 꼽는 자유무역주의 기조에도 반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전 세계를 무섭게 휩쓸고 있는 중국의 거대한 자금력은 영국도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중국 비금융 부문의 영국 투자는 180억달러(약 20조4210억원)에 달합니다. 중국은 영국의 고속철도, 부동산, 인프라, 제조업은 물론 정보기술(IT), 반도체, 에너지, 서비스업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돈을 쏟아부었습니다. 작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파운드 가치가 위안화 대비 하락하면서 중국과 홍콩 등지에서 영국 부동산 매입 붐이 다시금 불이 붙었죠. 부동산 브로커 존스랭라샬(JJL)에 따르면 작년에만 중국과 홍콩 투자자들이 런던 중심가에서 30억파운드 규모의 부동산을 사들였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과 유럽 지역 투자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죠. 지난 5월에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부동산기업 ‘중위즈디’가 계열사를 통해 11억3500만파운드(약 1조6500억원)에 런던 금융가 랜드마크 건물인 레든홀 빌딩을 인수했습니다. 중국 자본의 영국 상업부동산 매입 가운데 최대 규모죠.

사진 중간 치즈강판 처럼 생긴 건물이 레든홀 빌딩. 사진=이민정 통신원
물론 외국인 투자는 경제 활성화에 중요한 요소지만 영국 내 중국 투자와 중국 기업의 영국 기업 인수합병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국가 기반 산업에도 중국의 지분율과 입김이 커지자 영국은 편치만은 않은 눈치입니다. 이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영국 역시 특히 정부가 주요 산업으로 여기는 분야에 대해 중국의 투자에 대해 더욱 까다롭게 검증 잣대를 들이대고 있습니다.

영국 안보분야 전문가들은 “중국 공산당이 국영기업의 해외 기업, 특히 기술 기업의 인수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반면, 해외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은 막고 있다”며 “중국의 영국 투자를 감시하고 주요 산업에서의 투자는 막아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앞서 미국에서도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 투자에 대한 검증이 강화되면서 중국 칭화유니그룹의 세계 3위 반도체 메모리 업체인 마이크론, 세계 4위의 플래시메모리 제조사 샌디스크 인수가 무산됐었죠. 미국, 영국뿐 아니라 다른 유럽지역, 호주 등지에서도 중국의 투자 승인에 대해 더욱 깐깐해지고 있습니다.

류사오밍 대사는 중국의 투자 덕분에 영국에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났으며 중국의 투자가 영국의 경제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런던 내 제3의 금융상업지역으로 개발 중인 ‘ABP 로열 앨버트 독’ 프로젝트 역시 중국의 17억달러의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주장했고요. 중국의 공룡기업인 완다그룹이나 화웨이가 영국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이 브렉시트로 인해 미래가 불안한 영국 경제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인 및 중국 기업 투자 승인에만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영국 정부의 기만적인 행위를 더는 지켜볼 수 없다는, 자칫 위협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만큼의 단호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죠.

이제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제 대국임을 부인하는 국가는 없습니다. 자본이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하는 21세기에 돈이 넘쳐나는 중국의 자본 투자 유치로 경제 호조를 이끌면서도 경제 주권과 안보를 지키는 것은 모든 국가의 고민이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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