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영국 정부가 다른 국가의 영국 투자에는 정해진 규정에 따라 투자 승인 여부를 결정하면서 유독 중국 기업의 영국 투자에 대해서는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며 까다롭게 투자 승인 조건 등을 들이대는 것은 영국이 가장 중요한 가치 가운데 하나로 꼽는 자유무역주의 기조에도 반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전 세계를 무섭게 휩쓸고 있는 중국의 거대한 자금력은 영국도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중국 비금융 부문의 영국 투자는 180억달러(약 20조4210억원)에 달합니다. 중국은 영국의 고속철도, 부동산, 인프라, 제조업은 물론 정보기술(IT), 반도체, 에너지, 서비스업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돈을 쏟아부었습니다. 작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파운드 가치가 위안화 대비 하락하면서 중국과 홍콩 등지에서 영국 부동산 매입 붐이 다시금 불이 붙었죠. 부동산 브로커 존스랭라샬(JJL)에 따르면 작년에만 중국과 홍콩 투자자들이 런던 중심가에서 30억파운드 규모의 부동산을 사들였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과 유럽 지역 투자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죠. 지난 5월에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부동산기업 ‘중위즈디’가 계열사를 통해 11억3500만파운드(약 1조6500억원)에 런던 금융가 랜드마크 건물인 레든홀 빌딩을 인수했습니다. 중국 자본의 영국 상업부동산 매입 가운데 최대 규모죠.
|
영국 안보분야 전문가들은 “중국 공산당이 국영기업의 해외 기업, 특히 기술 기업의 인수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반면, 해외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은 막고 있다”며 “중국의 영국 투자를 감시하고 주요 산업에서의 투자는 막아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앞서 미국에서도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 투자에 대한 검증이 강화되면서 중국 칭화유니그룹의 세계 3위 반도체 메모리 업체인 마이크론, 세계 4위의 플래시메모리 제조사 샌디스크 인수가 무산됐었죠. 미국, 영국뿐 아니라 다른 유럽지역, 호주 등지에서도 중국의 투자 승인에 대해 더욱 깐깐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제 대국임을 부인하는 국가는 없습니다. 자본이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하는 21세기에 돈이 넘쳐나는 중국의 자본 투자 유치로 경제 호조를 이끌면서도 경제 주권과 안보를 지키는 것은 모든 국가의 고민이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