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조진형기자] 대한투자증권의 `짠돌이 경영`이 화제다. 하나은행에 인수된 이후 허리띠를 바싹 졸라 매고 있다. 주식시장이 10년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맞아 증권업계가 비용을 은근 슬쩍 늘리고 있는데 반해 대투증권은 마른수건도 다시 짜고 있는 것이다.
비용절감은 규모가 큰 것부터 사소한 것에 이르기 까지 전사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조왕하 대투 신임사장이 아직 공식적인 회사의 경영방침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대투가 `짠돌이 경영`에 힘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간 200억원 비용 줄인다..`이면지 사용해라`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한투자증권은 조왕하 신임 사장과 신준상 부사장의 진두지휘하에 연간 200억원에 달하는 비용절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물론 비용절감은 구조조정의 연장선이다. 지난 6월초 선임된 조왕하 사장은 우선 144명의 명예퇴직을 받고 조직 개편과 인사 발령을 단행했다.
인건비를 대폭 줄인 후 건물 사용공간도 축소했다. 23층의 대투 사옥 가운데 순수 사무실로 사용하던 공간을 8개층에서 7개층으로 줄였다. 이 과정에서 부서장실을 모두 없애고 부서원간의 공간을 밀착시키는 리모델링도 실시했다. 사무실로 쓰던 2층 공간에는 PB점포를 개설할 방침이다.
현재는 연간 200억원의 비용절감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우선 광고비를 대폭 삭감하기로 했다. 지난해 100억원 이상 책정됐던 광고비를 20억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광고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TV광고는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하나은행 광고로도 대투증권이 충분한 간접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깔려있다.
더불어 전산운영비를 최소화하기로 하고 영업비용도 줄여 비용절감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접대비를 비롯해 지점 영업비용 등을 대폭 삭감하기로 했다. 간이영수증을 사용금지하도록 했고 주말에는 법인카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이처럼 비용절감을 위한 규정 개정은 물론 세세한 부분까지 비용절감 대상으로 잡고 있다. 예를 들어 이면지 사용과 전기세 아끼기 등을 위한 사내 캠페인도 벌일 예정이다.
◇비용절감에 깔린 일석삼조..임단협에 관심
조 신임사장도 매사에 절약정신을 강조하면서 몸소 실천하고 있다. 이전 사장들과는 달리 점심식사를 주로 사내 식당에서 해결한다. 지난 6월 노조와의 첫 대면식 때에는 막걸리 집을 찾았다고 한다.
대투증권의 이같은 비용절감에서 조왕화 신임사장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다. `짠돌이 경영`을 통해 사장 부임 첫해부터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을 일궈낸다는 전략이다.
더불어 전사적인 비용절감 운동을 통해 인수 후 통합(PMI) 효과까지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과 기업문화가 판이하게 다른 투신권에 절약문화를 심어줘 코드를 맞춘다는 것이다.
또 노조와 임단협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는 효과도 겨냥했을 수 있다. 현재 대투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을 진행하면서 경영진에 10% 일괄 임금인상을 요구한 상태다. 지난 5년간 임금을 동결했던 만큼 노조는 물러설 태세가 아니다.
그러나 회사측은 당장의 인상보다는 수익을 확실히 내고 논의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익 기반을 튼실히하기 위해 전사적 비용절감 노력이 추진되는 와중에 노조의 요구대로 임금을 올려줄 수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정승문 대투 노조 부위원장은 "그동안 대투가 방만한 경영으로 문제가 돼 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최근의 비용절감은 과도한 부분이 있다"면서 "회사측에서는 비용절감 대책을 세우느라 분주하지만 임단협 타결을 위한 대안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7월말까지 지난해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지은 후 이후 올해 임단협에 들어갈 방침이다.
그는 "하나은행에 인수된 후 노조는 명예퇴직 등 구조조정 절차도 감내하면서 받아들였다"면서 "회사측과 진실하게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협상이 결렬됐을 때 파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절차를 밟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