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ISSUER)국민은행은 왜 5년 은행채를 발행했나

  • 등록 2002-08-28 오전 11:26:17

    수정 2002-08-28 오전 11:26:17

[edaily 정명수기자] 채권 발행시장은 유통시장만큼 중요하다. 발행시장은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 기업과 금융기관은 이곳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기관들은 새로운 투자 대상과 만난다. 실물 경제와 금융시장이 만나는 특별한 공간인 셈이다.

edaily는 한주간 발행됐던 채권 중에서 금융시장에 의미가 있는 사례를 심층 분석하는 `TOP ISSUER` 시리즈를 매주 수요일 게재키로했다. 첫 대상으로 5년만기 국민은행채권이 선정됐다.


국민은행은 지난 23일 5년만기 은행채 200억원을 6.16%에 발행했다.(기사 하단 채권 발행 내역 참조) 보통 은행채 만기가 1~3년인 것을 생각하며 이례적으로 만기가 길었다. 장기채권 공급 부족에 시달리던 채권 유통시장에서 국은채 5년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했다.

`국은채 5년`의 배경에는 단순히 "은행의 자금 조달 구조를 다양하게 가져간다"는 차원을 넘어선, 새로운 대출시장에 대한 공략과 장기자금 조달 전략이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20년 만기 대출상품
국민은행은 최근 20년 장기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놨다. 미국의 모기지를 연상시키는 이 상품은 장기주택대출 시장을 공략하기위한 카드 중 하나다.

대출후 5년간은 8.25%의 고정금리 이자만 받는다. 5년이후부터는 매년 금리를 조절한다. 5년후 대출금을 전액 상환하더라도 별도의 패널티는 없다. 미국의 모기지론처럼 장기대출이고 중도상환이 가능한 것. 리파이낸싱에 일정기간(5년간) 제한을 둔다는 차이가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장기 고정금리 대출시장을 개척한다는 의미에서 내놓은 상품"이라며 "미국과 같은 모기지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장기채권시장이 발달해야하는데 우리 채권시장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일단 5년 만기 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지난 7월 3000억원 규모의 5년6개월짜리 후순위채권을 7%대 금리에 판매했었다. 여기서 조성된 자금 등으로 5000억원 정도의 펀드를 만들어 20년 주택대출상품의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장기조달 → 장기상품
국민은행 관계자는 "5년 이상 채권 발행이 어렵기 때문에 대출상품도 일단 5년간 고정금리로 디자인해 5년만기 후순위채권과 매칭을 하고 5년 이후부터는 1년 단위로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택대출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고, 10년이상 장기를 원하는데 자금을 조달할 길이 없기 때문에 5년을 징검다리로 설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장기조달이 가능하면 장기대출상품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것.

◇자금부의 고민..후순위채냐, 시장발행이냐
국민은행의 광범위한 리테일 영업망과 주택은행 시절부터 특화된 주택금융의 노하우는 장기주택대출상품 시장을 공략하기에 충분한 여건이다. 국민은행 자금부는 은행의 이같은 전략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장기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해야하는 특명을 받게 됐다.

일단 손쉬운 후순위채가 선택됐다. 각종 자기자본 관련 비율 산출시에도 후순위채가 유리하고, 분산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 7월에 등장한 후순위채가 대표적이다. 영업점을 통해 만기 5년 이상의 채권을 발행, 자금을 조달한 것. 3000억원으로 한정된 후순위채 판매는 순식간에 마감됐다.

그도 그럴것이 만기 5년6개월 3개월 복리채의 표면이율이 7.00%, 실효수익률 7.19%로 파격적인 금리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은 섬머랠리에 진입해 연일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을 때였다. 7%짜리 채권은 어디에도 없었다. 일반인들이 정기예금을 하더라도 이렇게 높은 예금금리를 주는 상품은 흔치 않다.

문제는 이같은 후순위채가 너무 빨리 팔려나갔다는 것. "단 10분만에 판매가 마감되는 대출상품이 어디있느냐"는 은행 최고위층의 불호령이 떨어졌다는 후문이다. 더 싸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도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질타였던 것. 당시 국민은행 후순위채는 영업점에서 순수 개인에게 판매된 것보다는 장기채에 목말라하는 기관투자자들에게 넘어갔다는 추측이 난무했다.

장기자금 조달의 유력한 수단이었던 후순위채의 한계를 절감한 국민은행 자금부는 무엇인가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기채 시장발행 테스트..감이나 잡아보자"
국민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지난주 나온 5년물 은행채는 실무자들이 `감`을 잡아보기 위해 소량 발행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채가 주로 1, 2, 3년물이었으나 장기채 발행의 노하우를 습득해보자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장기채권을 발행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으나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며 장기채 발행의 의의를 단순한 `테스트`로 평가절하했다.

그렇다면 국민은행이 계속해서 장기 은행채를 내놓을 것인가. 가능성은 있다. 은행의 전략적 선택도 이를 뒷받침한다. 장기물 공급부족이라는 채권 유통시장의 수급 환경도 장기 은행채에 불리하지는 않다.

다만 국민은행 자금부에서도 밝혔듯이, 장기 은행채 발행에는 `감`이 필요하다. 23일 5년물 발행 당시에도 약간의 혼선이 있었다. 당초 발행 목표가 5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발행은 200억원에 그쳤다. 국고5년 등 벤치마크 채권과의 스프레드를 정립해야하는 과제도 있다.

<국민은행(KR3804137N85)>
발행일:02년8월23일
만기일:07년8월23일
발행액:200억원
이자/주기:이표고정/3개월
표면금리:6.160%
등급: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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