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⑦김경록 미래에셋투신 대표(하)

  • 등록 2001-04-20 오후 2:01:40

    수정 2001-04-20 오후 2:01:40

[edaily] 이번주 “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주인공은 미래에셋투신운용의 김경록대표입니다.
(인터뷰 기사 중편에서 이어짐)
-경력사항을 보면 채권시장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논문준비를 시작하던 95년입니다. 그다지 긴 시간은 아닌데요. ▲채권시장의 상당부분은 거시경제학과 관련돼 있습니다. 주식의 스트레티지스트와는 다르게 Fixed income쪽은 거의 메크로(macro: 거시경제)만 다루죠. 제가 장은연구소에 있을당시 금리 부분에서만 4년 정도 일했습니다. 옛날에는 모형 만드는 것을 참 좋아했어요. 가우스도 그래서 배웠고. 모형을 만들어서 이리저리 움직이면 뭔가 멋있어보인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어려운 일을 하는 것 같고. 한 2년 정도 모형을 정말 재미있게 만들었습니다. 얼마전 “국채지표물 교체과정과 스프레드” 라는 글을 하나 써놨는데 이런 식으로 채권시장의 미시구조나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한 논문들이 계속적으로 나와야한다고 봅니다. 아직까지 거의 미개발된 분야라 파고들면 새로운 것이 많이 나올 수 있거든요. 저는 계량쪽에 기여할 부분은 없을 것 같고 이 분야를 열심히 해보려고 생각중입니다. 국채 경매방식에 대해 연구중 -박사논문의 아이디어는 뭡니까. ▲경제학자들이 제일 재미있어 하는 것이 바로 경매입니다. 우리나라 국채의 경우 복수가격방식으로 출발해 단일가격방식(dutch)으로 변경됐습니다. 복수가격(conventional)은 자기가 써낸 가격대로 받아가는 방식이니까 당연히 정부 입장에서는 이 방식이 좋겠죠. 비싸게 써낸 사람에게는 높은 값으로 팔 수 있으니까. 대부분의 정부는 컨벤셔널 방식을 선호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60년대에 프리드먼이 경매와 관련해 이런 주장을 했습니다. 이 사람은 참 역발상을 잘하는 양반인데 유명한 것으로는 “자유변동환율제를 실시하면 스펙이 환율을 오히려 안정시킨다” 는 주장이 있습니다. 프리드먼은 “단일가격방식을 채택하면 경매수입이 지금보다 늘어난다” 라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논지를 폈습니다. 어떻게 보면 패러독스의 극치죠. 복수가격방식을 사용하면 소위 “winner’s curse”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100원을 부르고 싶어도 혹시 낙찰가격이 낮게 되어 자신만 바보가 될까 봐 98원을 부르게 되는 현상이죠. 그러나 단일가격방식을 적용하면 그럴 위험이 없잖아요. 내가 100원을 써내도 다른 사람이 낮은 가격에 낙찰받으면 모두에게 그 가격이 적용되니까 말입니다. ‘자기가 선호하는 대로 적극적으로 응찰할 수 있으면 수요는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되고 그것에 의해 가격도 올라간다’ 라는 것이 프리드먼이 내세운 논리의 핵심입니다. 제 논문의 포인트는 ‘우리나라 경매시장에서 단일가격과 복수가격 방식 중 어느쪽이 경매수입을 늘리는데 효과적인가’에 맞춰져 있습니다. -동양학에 관심이 많다고 하셨는데요. 독특합니다. ▲도올강의 같은 것도 자주 보고 동양학에 흥미가 있습니다. 책도 좀 읽은 편이고. 선(zen)에 관심이 아주 많습니다. -결혼은 언제 하셨나요? 얘기 좀 들려주시죠. ▲93년에 결혼했습니다. 소개로 만나서 8년 정도 연애한 다음 결혼했죠. 첫째는 8살 남자아이고 둘째는 곧 출산예정입니다. 채권시장, 비약적으로 발전중 -아직도 우리 채권시장이 메이저들의 움직임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경향이 좀 있는 편인데요. 채권시장에 본격적으로 입문하고 나서 어려움을 겪었다거나 좌절한 경험은 없습니까. ▲그런 경험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시장이 많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전 사람이 첫술에 배가 부르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보기에 우리 채권시장은 단기간에 깜짝 놀랄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국채가 발행된 것도 대단하고 지표물이란 개념도 생겨났잖아요. 프리미엄 유동성 부분도 발생했구요. 이전 채권시장에 비해 아주 재미있어졌습니다. 리서치하는 분들만 봐도 그렇죠. ‘이 인재들이 어디에 숨어있다가 한꺼번에 나왔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제가 채권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채권리서치라는 것이 사실 형편없는 수준이었어요. 리서치의 필요성도 거의 없었고. 리서치라고 해봐야 한국은행에 전화 한 통 걸어서 “5일자 통화평잔이 어떻게 되냐”고 묻는게 고작이었거든요. 회사채발행과 상환에 좀 신경쓰고. 매크로에 신경쓰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입니다. ABS의 경우 ‘어 이거 언제 도입됐지’ 하는 사이에 자리를 잡았고 CBO의 경우 ‘책에서만 읽어보다가 실제로도 접해보는구나’ 라는 평가를 받지 않았습니까. 삼성증권에서 채권팀의 상당부분을 크레딧 파트에 할애하고 있는 것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게 해주는 증거 중 하나입니다. 상당한 변화죠. 물론 이 과정에서 발전속도에 비해 운용시스템이 따라주지 않아서 생겨나는 문제들도 물론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건 차근차근 고쳐나가면 될 것이고… 저는 앞으로도 채권시장이 더 발전할 것이라고 봅니다. 아직 마이크로 데이터들이 시장에 많이 공개된 편이 아닙니다. 많은 곳에서 채권데이터베이스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고 이를 시장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된다면 리서치 수준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채권시장에 있는 사람들은 앞으로 할 일도 많아지고 재미있는 일을 많이 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이에 비해서 상당히 젊어보이시는데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젊을때부터 꾸준히 운동을 해왔다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일까요. 운동이 삶에 있어서 큰 활력소가 됩니다. 태권도를 검도보다 먼저 시작한 이유는 대학신입생 시절 두 가지 중 어떤 것을 선택할까 하고 동아리 방을 기웃거리다 보니 검도반에는 선배들이 아무도 없고 태권도반에는 반장이 직접 앉아 있더라구요. 그래서 태권도반에 들어갔습니다. 참 인생이란 그런 것 같아요. 자신이 계획한대로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아니더라구요. 채권시장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분석보고서 계속 쓸 것 -단기적으로 가지신 목표는 무엇입니까. ▲우선은 리서치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싶습니다. 리서치 중에서도 글을 정리하는 수준으로 참여하는 것 말고 채권시장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리서치페이퍼를 작성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상당히 대승적인 견지에서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네요. 물론 그러한 의미도 포함돼있지만 소승적인 견지에서 보자면 우선 그런 식으로 채권시장이 발전해서 수탁고도 많이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하 -수탁고를 더 늘릴 수도 있는데 일부러 안 늘리는 건 아닌가요. ▲그런 측면도 없잖아 있습니다. 위험관리를 위해서죠. 회사채 비중을 아직까지는 크게 늘릴 생각이 없습니다. -리서치를 계속하면서 운용에 참가한다면 회의를 하면서 은연중에 김대표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일 있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제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는 편이 아닙니다. 회의 중에 서로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방향이 많이 좁혀지게 됩니다. 그 다음에는 조금만 의견을 절충하면 되죠. 저는 절대 먼저 말하지 않습니다. 하이예크의 이야기 중 "Pretence of knowledge" 라는 말이 가슴에 많이 와닿더군요. 의역하면 “지식의 오만” 정도 되겠죠. 사람들은 아는 것을 너무 신봉하는 경향이 있어요. 사람들이 아는 것이 과연 그렇게 대단한가 이 말입니다. 프리드먼도 통화량을 자주 늘리고 줄이는 것에 대해서 상당한 반대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쉽사리 금리예측을 하고 통화량을 움직이는 것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거죠. 경제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잘 모르니까 일정퍼센트 안에서만 움직이라는 것이 그의 견해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특출한 사람이 아닌 경우 지식을 오만스럽게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저는 제 자신을 무식하다고 여기고 있어요. 하나님이 세상을 만들었을 때 세상을 살아가는 원칙을 그렇게 복잡하게 만들어 놨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단순한 원칙이 복잡한 것에 의해 눌려진 것이 아닐까요. 운용시스템도 마찬가집니다. -비슷한 일을 하는 분들에 비해 자신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장점은 없습니다.(웃음) 자산규모 3년내에 10조로 늘릴 계획 -앞으로 미래에셋투신운용은 어떤 식으로 운용하실 겁니까. ▲우선 자산규모를 3년 이내에10조 정도로 늘릴 계획입니다. 그 정도 규모는 되야 시장에서 무슨 일을 해도 할 수 있겠더라구요. 그러나 메이저기관을 따라가겠다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그렇게해서는 이길 수 없어요. 단기적으로 올해 안에 3조 정도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자산규모를 늘리는 것은 운용쪽의 일이 아니라 마케팅부서의 일인데….왜 운용쪽에서 그러한 프레셔를 받아야하는지 모르겠어요. 운용은 운용만 잘하면 되는거 아니겠습니까. -회사채펀드 다음에 구상하고 있는 작품은 무엇인지 알려주시죠. ▲음…이건 정말 비밀인데(웃음) 채권에 관한 인덱스펀드를 만들어볼까 합니다. 준비를 확실히해서 시장수요도 봐가면서 제대로 한 번 해야죠. 채권운용 시스템에 투자해야 -채권시장이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일반인들에게 채권이라는 것은 생소합니다. 브로커 fee(수수료)도 너무 높다는 인식이 강하구요. 채권시장의 개선해야 할 점은 무어라고 생각합니까. ▲운용사들은 운용역들을 귀하게 다뤄고 시스템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무조건 ‘오냐오냐’ 해주라는 뜻이 아니라 능력에 걸맞는 합당한 대우와 보수를 줘야한다는 의미입니다.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은 물론이구요. 한 운용사가 10조를 운영한다고 가정하면 fee는 300억 가량됩니다. 3조를 운용하는 경우 100억 정도 되겠죠. 3조를 운영하는 총 인력이 얼마인고 하니 기껏해야 25~30명이에요. 돈이 남는 건 당연하죠. 이 돈으로 시스템에 투자를 해줘야해요. 이런 열악한 시스템으로 자기 돈도 아닌 고객의 돈을 운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제가 보기 운용시스템 개선은 매우 시급한 과제입니다. -김대표께서도 연봉형식으로 월급을 받습니까. ▲네. 연봉협상은 박현주회장이 아닌 관리쪽 대표와 합니다. -하이예크를 무척 좋아하시는 듯 한데… ▲꼭 그런 건 아니고…하이예크의 이야기 중에 뇌리에 남는 것이 많았습니다. 하이에크가 “지식의 오만”이라는 말을 했는데 이 말이 참 좋은 말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너무 똑똑한 사람들이 많아요. 이 사람들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고 이 사람들은 자기가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죠. 경제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는 정부가 경제를 핸들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편집자주: 하이예크( Hayek, Friedrich August von) 빈 출생으로 1927년 오스트리아 경기연구소 소장, 1929년 빈대학 강사, 1931년 영국 런던대학 교수 등을 역임했다. 1936년까지 화폐의 순수이론, 경기순환의 원인 등에 관해 케인스와 논쟁을 벌였다. 1950년부터 1962년까지 시카고대학에서 연구생활을 했다. 다시 유럽으로 돌아와 그의 필생의 대작 “법, 입법, 자유”(1973~1979)를 완성했다. 사상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입장에서 경제계산불가능론을 주장했고 모든 계획경제에 반대하는 “자유의 구조”(1960) 등을 저술했다. 1974년 스웨덴의 K.G.뮈르달과 함께 화폐와 경제변동의 연구가 인정돼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김경록 대표 약력) -62년 출생(본적 경남 마산) -마산고등학교 졸업 -81년 서강대 경제학과 입학 85년 졸업 -87년 서울대 대학원 입학(경제학 석사) -90년2월~92년6월 장기신용은행 -92년6월~98년6월 장은경제연구소 -98년7월~98년12월 장기신용은행 -99년1월~99년6월 국민은행 -99년7월~2000년6월 한국채권연구원 -2000년7월~ 미래에셋투신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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