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신용경색 파문 꼬리물고 확산

모기지 부실 전염 현실화..신용시장 `한겨울`
베어스턴스 헤지펀드 파산보호 신청
버냉키만 바라보는 시장

  • 등록 2007-08-01 오전 11:48:41

    수정 2007-08-01 오전 11:48:41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신용경색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 모기지 부실이 비우량인 서브프라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단계 신용도가 높은 `알트 에이`(Alt-A)로까지 번지는 양상을 보이면서 우려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헤지펀드들이 모기지 투자에 다른 손실로 잇따라 파산위기에 몰리는가 하면 차입매수(LBO)를 위한 자금조달이 줄줄이 연기되면서 신용시장 전체가 꽁꽁 얼어붙었다.
 
이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리스크 회피 현상이 짙어지면서 증시를 하락하고 국채로만 돈이 몰리고 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게 금리인하를 통해 위기를 해결해 달라는 시장의 요구도 높아지고 있지만 당분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베어스턴스의 헤지펀드 파산위기부터 시작된 신용경색 공포가 또 다른 헤지펀드, 차입매수, 정크본드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
◇서브프라임 부실 `알트 에이`로 전염


31일 미국 아메리칸 홈 모기지 인베스트먼트는 "새로운 자금을 더이상 조달할 수 없기 때문에 자산을 청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날 아메리칸 홈 모지기는 이미 계약한 3억달러 규모의 모기지를 제공하지 못한데 이어 이날도 4억5000만달러~5억달러 규모의 필요 자금을 조달하지 못했다.

아메리칸 홈 모기지는 "지난 3주동안 매우 심각한 규모의 마진콜을 갚아야 했고, 여전히 상당한 규모의 갚지 못한 마진콜이 걸려있다"고 말했다.

아메리칸 홈 모기지는 지난해 기준 미국 20위의 알트 에이 모기지 업체인 만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알트 에이로까지 전염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관련기사☞美 모기지업체 또 파산위기..`신용경색 우려 재부각`)

따라서 월가 투자은행들의 연쇄적인 충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바클레이즈, UBS, 베어스턴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는 총 97억달러 규모의 아메리칸 홈 모기지의 대출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 아메리칸 홈 모기지가 갚지 못한다면 월가 투자은행들이 고스란히 부실을 떠안아야 한다.

이날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일부 `알트 에이` 모기지가 서브프라임에 비해 나을 것이 없다고 분석했다. 알트 에이 중에서도 등급이 낮은 모기지의 경우 상환 실적면에서 등급이 양호한 서브프라임과 거의 비슷하다는 것.

`알트 에이` 모기지의 대상을 신용등급이 낮은 대출자들로 얼마나 확대했냐에 따라 손실이 10~100%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기관들 계속되는 악몽

이와 함께 이번 신용경색 우려의 시발점이 됐던 베어스턴스가 두가지 악재를 던졌다.

베어스턴스는 31일 파산위기에 몰린 두개의 헤지펀드에 대해 결국 미국 및 케이만군도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아울러 또 다른 헤지펀드인 `베어스턴스 에셋 백드 시큐리티스 펀드`도 손실을 기록함에 따라 환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호주 맥쿼리은행도 자사의 하이일드 펀드가 25%까지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주택시장에 대한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면서 파장은 상당히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일단 미국 집값 하락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스탠다드 앤 푸어스(S&P)가 미국 10개 대도시의 주택 가격을 조사해 발표한 S&P/케이스-실러 지수는 5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3.4% 떨어졌다. 이는 지난 1991년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집값은 계속 떨어지는 가운데 금리 상승으로 이자부담이 커지고 있어 연체와 파산, 주택차압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리얼티트랙에 따르면 미국 상반기 주택차압 건수는 92만5986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8% 증가했다. 미국 주택 134채 가운데 1채가 차압당한 셈이다. 이에 따라 올해 차압은 200만건을 넘어서 작년에 비해 65% 이상 늘어날 것으로 리얼티트랙은 전망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우려로 신용시장이 전체적으로 위축되면서 올들어 추진했던 대규모 차입매수(LBO)가 줄줄이 연기됐다. CNN머니는 최근 20건 이상의 LBO가 연기됐다며 가을 이전 신용시장이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높다고 보도했다.(관련기사☞신용시장 `꽁꽁`..차입매수 20건 이상 발묶여)

그나마 콜버스 크래비스 로버츠(KKR)와 텍사스 퍼시픽 그룹(TPG)의 TXU 인수에 대해 씨티그룹과 JP모간을 비롯한 6개 은행이 자금조달을 지원하겠다고 밝혀 우려를 다소 덜기는 했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TXU 채권을 매입할 투자자를 찾지 못해 투자은행들이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

◇`리스크 피하고 보자`..증시 하락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서 리스크 회피 현상은 눈에 띄게 짙어졌다. 뉴욕 증시는 반등 하루만에 약세로 돌아서 1.1% 밀렸다. 이 여파로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시간 오전 10시55분 현재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0.98% 하락세며 한국 코스피 지수도 1.80% 내린 상태다. 대만 가권지수와 싱가포르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각각 0.59%, 0.98% 밀렸다. 이날 상승출발한 중국 증시도 플러스와 마이너스권을 오가며 불안한 투자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 움직임을 보이면서 엔화는 오르고 뉴질랜드 달러와 호주 달러는 약세다.

유로/엔은 0.14엔 떨어졌으며 달러/엔은 하락세(엔화 상승)를 보이다 한국 시간 오전 10시40분을 넘기며 상승반전했다. 뉴질랜드 달러와 호주 달러는 달러화에 대해 각각 0.96%, 0.70% 떨어진 상태다.

반면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미국 국채와 금값은 상승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4.739%로 6.3bp 하락했으며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517%로 6.6bp 떨어졌다. (가격 상승)

국채와 함께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값 역시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선물 8월물은 온스당 666.90달러로 2.80달러 올랐다.

서브프라임 우려로 이같은 리스크 회피 현상이 이어지면서 정크본드는 지난 한달간 죽을 쒔다. 메릴린치에 따르면 7월 투기등급인 정크본드의 수익률과 미국 국채 수익률간 차이(스프레드)는 4.24%포인트로 지난 6월 이후 1.26%포인트 확대됐다

이에 따라 정크 본드의 가격은 하락해 이달 액면가에 비해 약 310억달러가 날아갔다. 월드컴이 파산했던 지난 2002년 8월 이후 가장 부진한 것이다. 올들어 7월까지 정크본드 투자수익률은 1% 손실을 보였다.

◇버냉키 `살려줘요`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 인하를 통해 구조에 나서길 기대하고 있지만 당장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마켓워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어윈 켈너는 31일(현지시간) 컬럼을 통해 이번 신용경색 사태가 `버냉키의 첫번째 위기(first crisis)`라며 시장은 `버냉키 풋`을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버냉키 풋`은 `그린스펀 풋`에서 비롯된 것으로 시장이 폭락하면 연준이 나서서 금리를 인하하고 투자자들을 구제해주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 연은의 윌리엄 풀 총재는 "연준은 자산 가격 안정성과 고용에 타격을 줄 정도로 시장이 하락했거나 금융시장에 시장 자체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증거가 충분히 쌓였을 때에만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주 증시 투매와 같은 상황에 연준이 일일이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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