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론스타의 계산법

`시간끌기=경영권 프리미엄 극대화+정부 압박`
급매물 투자위해 자금 조기회수 선택 가능성도
  • 등록 2008-08-05 오전 11:46:54

    수정 2008-08-05 오후 1:58:28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론스타펀드와 HSBC가 외환은행(004940) 매매계약 연장 협상을 좀처럼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다.

지난 달 말 양측의 계약 시한은 종료됐고 사실상 자동 연장 단계로 접어들은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계약이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목 빠지게 기다려왔던 정부의 심사 절차가 시작됐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이 연장 계약에 서명을 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표면적인 이유는 외환은행 매각 가격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론스타와 HSBC가 계약을 체결했을 당시 외환은행의 경영권 프리미엄은 23.6%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주가 하락에 따라 37%로 불었다.

세계적으로 금융회사 매물이 할인 판매되는 상황에서 외환은행의 몸 값은 상대적으로 상승한 셈이어서 HSBC가 인수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론스타측은 가격 뿐 아니라 한국 정부에 대한 신뢰를 이유로 들며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이 한국 정부가 과연 승인을 해줄지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론스타측은 HSBC와의 협상과정에서 9, 10월까지 연장하더라도 그 때 정부의 입장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는 이유를 제기하며 결론을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4, 5월에는 금융당국이 외환카드 주가조작 항소심 결과가 나오면 승인해줄 것처럼 얘기했다가 무죄로 판결됐는데도 불구하고 심사를 미뤘던 경험이 있었던 것처럼, 2~3개월 뒤 국내 정세에 따라 어떤 결정을 내릴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금 사정이 여유로워진 론스타 입장에서는 좀 더 시간을 끌면서 HSBC를 안달나게 하고 정부를 압박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된다.

최근 `론스타펀드Ⅵ`는 75억달러, `론스타 부동산펀드`의 경우 25억달러의 자금을 유치한 바 있다.

다만, 론스타의 시간끌기를 이 같은 `협상의 기술`로만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론스타가 최근 시장의 급매물에 투자하기 위해 외환은행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보장받기보다 실제로 자금을 되도록 빨리 회수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론스타는 지난 달 말 액면가 306억달러 짜리 메릴린치 부채담보부증권(CDO)을 고작 5분의 1수준인 67억달러에 사들인 바 있다. 이 같은 투자 기회를 잡기 위해 정부 승인이 필요없는 분할매각 카드를 쓸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론스타가 한국에 추가 투자할 게 아니라면 정부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으니 지금와서 HSBC와의 계약을 파기한다 해도 손해볼 게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 론스타도 이번 외환은행 건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면 패가 말릴 수 있다고 금융권 관계자는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론스타는 한국 정부에 무조건 자유로울 수 없다"며 "5조~6조원에 달하는 매각 대금에는 세금 문제가 반드시 따라오게 돼 있으며 국세청에서는 과세 방침을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HSBC그룹 한편에서 마냥 론스타에게만 매달릴 수 없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HSBC 내부에서는 `외환은행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는 의견과 `무리한 가격을 지불하느니 다른 매물을 찾아보자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해진다.

3년동안 `먹튀` 논란에 시달려왔던 론스타를 둘러싼 주변 여건이 지금과 같이 우호적인 적은 없었다. 외국인들의 `셀코리아`와 경기하강 추세로 반(反) 외국자본 정서가 많이 잠잠해졌고 금융당국 뿐 아니라 재판부도 신속한 처리를 약속한 터다.

외환은행을 팔기 좋은 여건이 만들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망설이고 있는 론스타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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