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맛이다. 요즘 분위기라면 계약률 10%를 넘기기도 어렵다"
하반기 대구지역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는 W건설사 분양팀장의 하소연이다.
그의 푸념대로 지금 지방 건설 시장은 고사위기를 맞고 있다. 대구, 부산, 춘천 등 지방에는 분양가 밑으로 떨어진 속칭 '깡통아파트'가 허다하다. 작년 말 입주를 시작한 부산A아파트는 6개월째 절반쯤 비어 있다. 분양가보다 1000만~2000만원쯤 싸게 내놔도 팔리지 않는다.
시장 상황을 엿볼 수 있는 건설수주액, 건축허가·착공 면적, 미분양 아파트 등 각종 지표도 일제히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수주·허가·건설 트리플 마이너스..부도업체 급증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대표적인 건설경기 선행지표인 건설수주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7.9% 줄어 3월(-34.5%)과 4월(-18.8%)에 이어 3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경기 동행지표인 건설 기성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9% 증가하는 데 그쳐 3개월 연속 증가율이 둔화됐다. 지난해 2월(-3.3%)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대한건설협회가 집계한 5월 건설공사 계약액도 전년 동기 대비 22.4% 줄어든 7조7323억원에 그쳤다.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이로 인해 일반건설업체 부도가 급증하고 있다. 올 들어 경영난이나 등록요건 미달로 폐업한 종합건설사는 426개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나 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부동산시장 침체로 사업을 중단하고 관망세에 들어간 업체들이 급격히 늘고 있어 분위기가 심상찮다는 게 건설협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방 건설시장 '허우적'..가격 낮춰 재분양해도 안 팔려
지방 건설시장의 앞날은 더욱 캄캄하다. 정부의 고강도 수요 억제책으로 신규 분양 아파트 계약률이 20~30%를 넘는 경우를 찾기 힘들 정도다.
심지어 분양가를 낮춰 재분양에 나서는 곳도 허다하다. 대전지 중구에 공급된 R 주상복합아파트는 분양가를 1억~2억원 이상 낮춰 재 분양 중이지만 찾는 손님이 없어 고전하고 있다.
불 꺼진 아파트도 많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지난 3월 분양된 롯데캐슬은 1122가구 중 270여 가구가 남아 있고, 명지지구 B2블록 극동스타클래스 역시 300여 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지방에 사업비중이 큰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신용평가 기관이 잇따라 신용등급 하향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또 주택경기가 불안조짐을 보이자 금융권은 파이낸싱을 줄이는 추세다.
◇신용평가 하락으로 자금난 심각.."강남착시로 건설사 고사위기"
이로 인해 부동산개발업계와 중견주택업계는 자금난이 가중된다는 소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중견건설업체인 B사의 경우 작년 말 영남권에서 아파트 분양에 나섰다가 분양이 제대로 안돼 계약금 등을 돌려주면서 사업을 접었다.
또 부동산개발업체인 C사는 아파트 건립을 위해 40억원을 주고 계약한 광주 땅에 대해 3개월째 파이낸싱을 못해, 계약금을 날릴 지경에 처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중소주택업체, 파이낸싱을 못한 시행업체 등이 급격히 늘고 있어 하반기엔 건설, 주택업계의 자금압박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강남 착시 현상에 빠져, 억제 위주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사이에 엉뚱한 전체 건설시장이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며 “투기과열지구의 차별적 적용이나 대형 사업 발주 등 주택, 건설시장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