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간밤의 흩날리던 눈발에 여의도 공원이 하이얀 이불을 덮었습니다. 싸늘한 바람은 불어와도 하얀 공원은 새 솜을 타서 만든 이불을 덮은 듯 포근해 보이기만 합니다. 어릴 적 어머님께서 가을에 거둔 새 목화솜을 가지고 솜틀집에서 풍성히 타서 풀먹인 광목 이불에 넣어 만든 새이불이 주는 그 포근함과 바삭거리는 촉감과 푹신함.
두껍고 아름다운 무늬의 성에가 창틀 끝까지 올라가고 방안에서조차 입김이 하얗게 오르는 양철지붕의 엉성한 방의 아랫복 따끈한 구들에 깔린 한 뼘폭이나 되는 푹신한 그 이불이 이 추운 겨울, 한 해의 마지막날에 왜 생각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느새 얇게 눌린 인조솜을 누빈 이불, 조악한 오리털을 집어넣어 삐죽이 새어나오는 오리털조각의 이불, 아니 바깥온도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후끈한 아파트의 침대에서는 더 이상 찾을 수 없는 기억이기에 꿈이라도 꾸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새해를 바라보는 기대반 우려반의 착잡함.
하지만 현실은 참담해도 고운 꿈을 꾸어야 할 한 해의 끝자락이고 소망의 새해를 바라보는 새해의 첫 아침입니다.
새해를 바라보며 몇가지 소설을 써봅니다.
(소설1)
세계경제가 천운이 트인 듯이 잘 풀려나가기 시작합니다. 이라크 대통령이 갑자기 뒤바뀌고 그렇게 적대적이던 미국과 우호국이 되고 이슬람 세계와 미국, 이스라엘이 경제적 실리에 바탕을 둔 화해무드가 생성되면서 미국자본이 이라크와 중동 여기저기에 투자가 시작되고 베네수엘라의 파업에까지 엉켰던 석유시장도 안정되어 경기호전이 급물살을 탑니다.
미국내 웅크렸던 소비심리가 되살아나고 의료, 영상, 운송, 전자, 통신, 물류, 생명 등의 서비스산업이 주축이 되어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신기술 벤쳐투자가 다시 붐을 이루고 저금리, 저과세의 효과가 살아납니다.
세계교역량이 다시 대폭 늘어나고 일본의 경제가 바닥을 긁고 저성장이나마 기지개를 폅니다. 일본 은행들의 부실비율이 조금씩 줄어들고 기업의 설비투자가 늘어납니다. 로봇기계기술과 나노기술을 주축으로한 연구개발이 늘어나고 해외진출한 대기업의 이윤율이 증가하기 시작합니다.
중국의 경제개발 속도가 여전히 8%를 넘고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ABS를 포함한 점진적 개선조치가 빛을 발하며 금융산업이 제 속도를 내기 시작합니다. 교육과 기초산업에 대한 투자가 붐을 이루고 세계공장의 역할을 자부합니다. 유럽의 수출과 투자가 늘고 안정적인 재정정책과 노동불균형이 해소되면서 유로화의 안정과 함께 완만한 금리상승이 이어집니다.
당연히 북한의 우려가 사그라들면서 남북의 교류가 늘고 북한내의 저렴하고 양질의 노동력을 바탕으로한 경제개발을 기축으로한 신뢰관계가 증폭되어 우리나라의 경제도 바닥을 딛고 일어섭니다. 노사의 대립적 빵분할론보다는 협동적 빵부풀리기의 공감이 확대되며 수출이 늘고 제품의 생산원가가 절감되어 경쟁력이 늘어갑니다.
세계경제의 성장률이 4%를 넘어서고 우리나라의 GDP도 7%를 넘는 쇠퇴극복의 한해가 다가옵니다. 국제 환율은 엔화가 연초120-125에서 연말 130-135, 유로화는 연초 1.00-1.10에서 연말 1.20-1.30, 원화는 연말 1.25-1.30원(100:1의 액면절하실행), 아마도 중국유안화는 진통 끝에 변동환율제를 택하며 7.5-8.0 정도로 약간 절상될 것입니다. 국제 실업이 줄고 제 3세계에 대한 관심과 지원 및 AIDS등에 관한 연구가 대폭 진행될 것입니다.
(소설2)
이라크의 미꾸라지 전략이 지속되며 국제적인 신경전만 증폭됩니다. 소규모의 산발적인 테러가 발생하고 전세계의 짜증스런 눈치보기와 몸사림이 늘어가며 서로에 대한 불신과 오해, 분노가 늘어갑니다.
유가는 35불에 머물러 몇몇 산유국들이 OPEC의 감시를 틈타 비밀리의 증산과 암거래가 눈에 띄고, 불안한 나라들의 무기구입의사가 늘어나면서 북한, 중국, 파키스탄과 러시아 등의 나라가 무기시장에 적극 참여하고 미국의 조바심난 감시와 짜증섞인 보복이 하나둘 늘어갑니다.
미국내 소비는 불안이 증폭되면서 점점 줄어들고 Dow지수가 7000까지 밀리는 등 주가의 옆구리 및 바닥행진이 지속됩니다. 금리조차 섣불리 건드릴 수 없어 1%대의 낮은 상태에서 눈치를 보아야하고 일본과 유럽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약달러정책이 그대로 유효합니다.
일본의 경제는 잃어버린 십년을 답습하며 마이너스 성장과 0%의 금리, 6%의 높은 실업율을 보이며 눈덩이처럼 커진 부실채권이 눌린 대형은행 두어개가 끝내 무릎을 꿇습니다. 수출마저 줄어들고 자본수지가 악화되기 시작합니다.
중국의 성장률이 간신히 6%를 넘기며 성장엔진에 이상징후가 보입니다. 부실금융기관들의 자금관리가 엄격해지고 한계기업들이 누리던 혜택이 뒤늦게 눈뜬 경제특구와 성장도시들의 노동문제와 분배문제로 고통을 느끼며 문을 닫습니다.
세계 교역량이 제자리 속에 관광, 여행등의 수요가 즐어들며 유럽의 경제에 가장 큰 타격이 돌아오기 시작합니다. 미국의 소비가 줄어든 여파가 유럽에 영향을 주며 수출이 줄어들고 사람들 마음 속에 조바심과 근심이 늘어납니다. 강한 유로화정책에 의한 자본유입이 정체되며 약한 유로화를 주장하는 입김들이 강해지고 저성장을 빌미로한 금리인하가 지속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제 역시 시답쟎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새대통령에 의한 개혁조치란 것들이 설익은 종양에 칼댄 것처럼 덧나기 시작하고 사람들의 기대심리만 한껏 높아져 여기저기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금리를 3%대로 인하하고 기업들에 대한 법인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했음에도 돈번 기업들만 빼먹을 궁리만 하고 재투자와 사회적 기여에는 귀와 눈을 닫아버립니다.
부동산 거품이 빠지며 금융기관들의 자금회수 독촉이 늘어나고 하나둘씩 빛얻어 살아왔던 집에서 쫓겨나 길거리에 내달아 잠재 폭도가 되어갑니다. 치안이 불안해지고 북한의 공갈과 위협이 지속됩니다. 노동자와 기업가 사이에 존재하는 불신과 이로 인한 투쟁이 늘어가고 돌지않는 공장의 수효가 가중됩니다. 연중 경제는 하향곡선을 긋고 연말 주가는 500선에 머뭅니다.
세계경제의 성장률이 간신히 2.5%에 머물고 우리나라의 GDP도 5%를 그치는 쇠퇴기가 다가옵니다. 국제 환율은 엔화가 연초120에서 연말 125-130, 유로화는 연초 1.00-1.10를 그대로 유지하고, 원화는 연말 1200-1200원, 아마도 중국유안화는 현재의 페그제를 유지하여 요지부동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국제 실업이 지속되고 제 3세계에 대한 무관심과 냉대 속에 아사자는 지속될 것입니다.
(소설3)
이라크에 대한 무제한적 폭격과 아랍권의 반발이 굵직한 테러와 연결되고 와중에 북한의 외줄타기식의 외교가 벽에 부딛쳐 미국의 공습과 북한내 폭동이 일어나고 휴전선부근의 경계가 강화되어 테프콘2의 삼엄한 비상사태가 지속됩니다.
유가가 40달러를 웃돌고 세계적인 경기한파가 닥쳐옵니다. 일본의 경기가 더욱 얼어붙고 기업도산율이 사상 최고치를 갱신합니다. 중국의 수출도 세계적인 디플레에 눌려 늘어날 기미가 없고, 중국내 부실금융기관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됩니다. 회수할 수 없는 자산을 더 이상 자산이라고 우길 수 없는 현실 속에 자금공급이 경색되고 힘에 의한 자금의 할당이 이루어져 공산당으로의 권력집중이 강화되어 자본주의의 접목에 중대한 한계를 맞이합니다.
유럽의 경제또한 1%대의 낮은 성장에 머물고 성장엔진을 찾지 못합니다. 가뜩이나 겨울의 폭설과 장마가 지속되며 북유럽과 서유럽이 물에 잠겨 생산기반을 유린합니다. 테러에 의한 공포심으로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되고 모든 부문의 감시비용이 폭증하여 생산성의 감소를 초래합니다. 금리를 최대한 인하해도 유동성함정에 빠진 듯 효과가 없으며 마이너스 부의 효과가 지속됩니다. 오히려 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불안심리를 자극하여 올라가는 기현상이 일어납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 2%대의 낮은 성장 속에 유가상승으로 인한 각종 인플레 역시 만만치 않아 금리인상의 빌미까지 나타나고 이러한 갈등으로 인한 금리의 소폭 인상이 오히려 악재가 되어 각종 인플레의 구실이 됩니다. 노사관계에 불을 붙이고 충돌이 끊이질 않습니다. 환율움직임이 널을 뛰고 금리 역시 방향을 잡을 수 없어 종횡무진입니다. 와중에 착실하게 주가는 하락합니다.
기도원에 모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사이비 교주들은 늘어만 갈 것입니다.
어느 하나 마음에 드는 소설이 없습니다. 허황된 것 같은 첫 번째나 너무나 비극적인 마지막이나 두 번째도 역시 별로인 것 같은... 마음에는 첫째와 두 번째의 중간쯤이 어떨까 하지만 워낙 그 사이점이란게 어려운 일이라 그저 소망해보기만 합니다.
그래도 현실은 현실. 기대와는 달리 감히 꿰뚫어 바라다 본다면 과감히 두 번째 소설에 손들겠습니다. 확률을 부여한다면 소설1에30%, 소설2에 60%, 소설3에 10% 랄까요?
그저 소설입니다.
마지막날의 환율은 1187원대이고요, 엔화는 지금118.70수준, 유로화는 1.047수준입니다.
아마도 내년 외환시장은 변동성이 커져 옵션시장이 커지고 채권시장에서 오히려 큰 돈이 벌리지 않을까 합니다.
새해가 옵니다. 모두 좋은 꿈 꾸시고 건강한 가운데 무궁무진 부~~~자되세요....
(산업은행 금융공학실 정해근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