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뗀 우리금융 매각 속도전 가능할까

증권도 분리매각 '무게'..우리은행 메리트 떨어져 '골치'
일각서 "ING처럼 수요자 희망대로 팔아라" 조언
  • 등록 2013-06-02 오후 6:16:52

    수정 2013-06-02 오후 8:17:44

[이데일리 김재은 김보리 기자] 5조원대 매물인 우리금융지주(053000) 민영화에 있어 경남은행, 광주은행, 우리투자증권(005940) 등 자회사를 별도로 떼서 파는 분리매각이 유력해졌다. 핵심은 우리금융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은행 매각에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2014년 말까지 우리은행의 새 주인을 찾아 줄 것”이라며 우리금융 민영화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특히 우리금융지주가 공적자금 투입 편의상 생겨났을 뿐 매각에 있어 지주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주요 자회사를 따로 팔고 우리은행 관련 자회사들과 우리금융을 모자합병으로 묶어 은행을 매각하겠다는 생각이다.

우리은행도 2014년말까지 판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2014년말까지 우리은행의 새 주인을 찾겠다고 한 것은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수준이다. 신제윤 위원장이 ‘직(職)을 걸고 우리금융 민영화를 성사시키겠다’고 한 발언은 우리금융 민영화를 ‘시작’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에서 세 차례의 매각이 모두 실패한 만큼 일단 팔 수 있는 것부터 팔고, 추후 우리금융지주를 은행으로 합병해 매각을 용이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최종안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경남은행, 광주은행을 비롯해 우리투자증권, 우리자산운용, 우리파이낸셜, 우리저축은행 등을 별도로 분리 매각(경우에 따라 2~3개 묶어 패키지 매각)한 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우리 FIS 등 은행 유관회사들을 은행에 합병시키고, 우리은행을 우리금융과 합병해 매물로 내놓을 전망이다. 신제윤 위윈장은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의 경우 최고가 매각 방침을 밝혔다.

문제는 지방은행과 함께 우리투자증권을 따로 떼서 팔 경우 우리은행의 매물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공자위 관계자는 2일 “지방은행의 분리매각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투자증권을 따로 팔 경우 우리은행의 매각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 뗀 은행 팔릴까

지난달 31일 기준 우리금융지주의 시가(9조 6000억원)를 감안한 정부 지분(56.97%) 가치는 5조 5000억원 수준이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금융 순익(2조 323억원)중 우리투자증권은 8.2%(1660억원)에 그쳤다. 총자산 329조원가운데 증권의 비중은 7% 수준이다.

우리은행의 이익비중이 70%를 웃도는 우리금융에서 은행보다 증권이 부각되는 이유는 은행의 비즈니스 모델 변화 때문이다. 은행들의 자금중개 기능이 급격히 줄어들고, 자산관리가 부각되면서 우리은행을 별도로 분리매각하건, 독자 생존하건 증권 없이는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금융 담당 증권사 연구원은 “증권을 팔더라도 1조원 수준에 그쳐 매각 실익이 크지 않다”며 “앞으로 은행이 프라이빗 뱅킹 업무를 하려면 원활한 상품 소싱이 필요해 증권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자위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 분리 매각은 흥행할 것”이라며 “잠재 후보군이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서라도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며, KB금융은 따로 팔 경우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KB금융(105560)지주, 하나대투증권, 사모펀드(PEF) 등이 우리투자증권 인수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지만, 증권을 뗀 우리은행 매각이 부담이다.

일각에서는 우리투자증권의 매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 특히 동종업계에서 더 회의적이다.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2012회계연도 기준 우리투자증권의 순이익은 700억원에 그친다”며 “리딩 증권사라는 이름 외에 사실상 메리트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금융이 보유한 우리투자증권 37.9%의 지분가치는 지난달 31일 기준 9440억원 수준이다. 정부가 경남은행 등을 팔아 우리투자증권의 지분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다소 상반된 시각도 있다.

경남은행 ‘흥행’할 듯

시장에서는 분리매각시 경남은행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가장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경남은행의 자기자본은 2조원 수준이지만, 최대 2조 2000억~2조 3000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기대다. 지난해 경남은행의 순익은 1780억원으로 우리금융 계열사 중 우리은행을 제외하고 가장 많았다.

DGB금융지주와 BS금융지주가 치열한 경쟁을 보일 전망이다. 경남 지역소상공인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금산분리 원칙하에 딜 구조를 잘 짜야 참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은행의 경우 지난번 경쟁입찰에 실패한 만큼 전북은행 외 기존 대형 금융지주사들의 관심에 따라 유동적이다. 현재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의 장부가액은 1조 4436억원, 9762억원으로 경남은행 매각시 수천억원 이상의 차익이 기대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분리매각 방침은 실현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팔자는 의미”라며 “민영화의 정의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율을 낮추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부는 사모펀드(PEF)에게도 우리금융의 인수 기회를 부여할 방침이지만, 사실상 쉽지 않다는 평가다. 사모펀드업계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과 지방은행의 경우 관심이 좀 있겠지만,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은 답이 별로 없다”며 “결국 금융이 규제산업인 만큼 정부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KB금융이 우리투자증권을 가져가지 않는다면, 우리은행을 KB와 합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자꾸 KB금융이 쉽게 (우리금융을) 인수한다고 얘기하는데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며 “(메가뱅크 등) 금융산업 대형화가 결국 기업가치에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고, 시장의 설득을 얻기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ING생명처럼 팔아라”

시장에서는 정부가 민영화 구조를 짜서 단일안을 내놓기보다 시장수요를 반영하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ING생명 매각처럼 수요자들이 희망하는 인수방안을 접수한 뒤 매각방안을 결정하는 게 보다 현명하다”고 말했다. ING그룹이 8조원 규모의 ING생명 아태법인을 매각할 때 한국, 일본, 동남아법인 인수 여부를 수요자들에게 각각 제출받아 딜 구조를 짰다.

정부도 2010년 7월 지방은행 분리매각, 우리금융지주 일괄매각을 병행하며 우리금융 민영화를 추진한 바 있다. 그해 11월 인수의향서(LOI) 접수 시 우리금융 11곳, 경남은행 5곳, 광주은행 7곳이 응했지만, 우리금융 유력 인수 후보자인 우리금융 과점 컨소시엄과 하나금융지주가 입찰을 포기하면서 공자위는 매각중단을 선언했다.

다음 해인 2011년 5월 공자위는 병행매각의 한계를 언급하며 일괄매각으로 선회했다. 당시 공자위는 “병행매각을 추진한 결과 매각절차가 복잡하고, 지주사 규모 축소에 따른 매각의 용이성 제고나 유효경쟁 여건 조성 등 긍정적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일괄매각 방식은 병행매각에 비해 매각절차가 단순하고 추진과정의 불확실성도 낮아 실행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밝힌 바 있다.

자료:금융위원회
▶ 관련기사 ◀
☞ 신제윤 "우리금융, 내년말까지 분리매각 완료"..첫 공식화
☞ 우리금융 경영부진 알고보니 인사·리스크관리 부실탓
☞ 탄력받는 우리금융 민영화…자회사 분리+일괄매각 '병행'
☞ KB와 합병 메가뱅크 탄생?..우리금융 이번엔 팔릴까
☞ 이순우 행장 "우리금융 민영화, 해결 못할 일 아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날아 올라 그대로 격파!
  • 아스팔트 위, 무슨 일?
  • 한혜진 시계가?
  • 이런 모습 처음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