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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재희 윤필호 기자] 삼성증권이 직원 우리사주에 대해 28억주가 넘는 유령 주식을 배당하고, 이 중 일부가 실제 거래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시장의 충격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직원의 단순한 실수조차 통제되지 않는 삼성증권의 내부 시스템은 물론 금융감독기관조차 모르게 113조원 규모의 유령 주식이 어떻게 발행되고 유통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일각에선 증권사들이 그동안 전산등록으로 가상의 주식을 만들어 거래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의문1. 실체도 없는 28억주가 어떻게 발행·유통됐나?
주식이 신규로 발행되려면 회사의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을 거쳐 한국예탁결제원에 등록하는 등의 기본적인 절차가 필요하다. 또 주식을 통한 이익배당(배당신주발행)은 이익배당총액의 2분의 1을 넘지 못하게 돼 있다. 아울러 정관상 삼성증권의 발행가능주식수는 1억 2000만주이며, 현재 총 발행주식수는 8930만주다.
이번 삼성증권 사례는 주식배당에 대한 기본적인 절차나 근거가 전혀 없었고 발행규모 역시 28억 3162만주로 상식적이지 못한 규모였다. 실체도 없는, 말 그대로 거대한 규모의 유령주식이었다. 그런데 이 유령주식이 어떻게 일반 주식으로 둔갑해 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
유통은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 금융감독당국, 한국거래소, 예탁원 등에서 체크하는 시스템은 없었던 걸까. 한 감독 당국 관계자는 “삼성증권의 고객계좌(직원 계좌 포함)에 실제 주식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이 됐기 때문에 정상 매매로 분류된 것”이라며 “현재 구조에선 주주별 고객계좌와 예탁계좌(예탁원 관리)를 실시간 크로스 체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의문2. 주주 전체가 아닌 우리사주에서만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배당시 일반주주와 우리사주는 별도로 처리된다. 일반주주 배당은 예탁원이 발행사(상장사)로부터 배당을 일괄적으로 받아 주주들이 거래하는 각 증권사로 입금해준다. 그럼 증권사들이 개개인의 주주에게 배당을 입금하는 방식이다. 우리사주는 발행사가 직접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삼성증권 등 증권사들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일반 주주와 우리사주는 별도 입력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우리사주에서만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만약 삼성증권이 일반 주주에게 배당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똑같은 실수를 했다면 사건은 훨씬 더 심각했을 것이다.
△의문3. 유령주식이 계속 시장에서 유통될 가능성은?
이번 삼성증권 사태는 실수였고 주식 단위가 엄청나게 컸기 때문에 시장에서 바로 확인이 된 것이다. 만약 주총 결의와 별개로 1주당 1주씩(총 283만주 규모) 배당했다고 하면 시장에서 알아채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를테면 은행 창구에서 고객들이 자기 계좌에서 돈을 찾으러 와 1000원을 찾는데 100만원을 줬다면 그걸 감독기관 등 외부에서 알 방법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주권을 관리하는 예탁원은 왜 이를 알 수 없을까. 예탁원은 개인주주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고 증권회사별로 관리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의 총 발행주식수가 8930만주인데 하루 거래량이 100만주라고 가정할 때 이 중 유령주식이 절반이어도 예탁원에선 알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금융실명제법상 개인 주주별 정보는 증권사만 알 수 있어 예탁원은 정상거래 여부를 제대로 알아채기 어려운 구조다. 다만 무상증자나 유상증자, 주주총회 등 기준일에는 예외로 개인별 수량 등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의문4. 무차입 공매도로 볼 수 있나?
이날 거래는 전산상 실물 주식이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된 것이기 때문에 무차입 공매도로 볼 수 없다. 일부 주식이 시장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공매도 주식에 적용되는 호가제한(시가보다 낮게 매도주문을 낼 수 없는 업틱룰)이 작동하지 않고 시장가로 팔린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무차입 공매도보다 더 심각한 유령주식의 매매라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