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 2000선대를 넘나드는 활황 속에서 공모주 소외현상이 날로 더해가고 있다. 이 분위기를 비껴가고자 상장 문턱에서 물러서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공모주 시장이 냉랭해지자 기업공개(IPO)시장에 칼을 댄 금융감독당국에 대한 원망이 늘고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바뀐 제도는 문제가 없고, 오히려 공모시장이 합리적이고 정상적으로 변해가는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급기야 IPO 포기 사태까지..'공모가 거품→공모가 이견'
9일 증권업계와 기업공개(IPO) 시장에 따르면, 지난 9월 초 예비상장심사를 통과한 에이엠에스티가 코스닥 상장 계획을 전면 보류키로 했다. 에이엠에스티 관계자는 "주주들에게 먼저 공지한 후 다음주 회사의 공식입장을 발표할 것"이라면서 상장 연기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에이엠에스티는 1998년 설립된 반도체부품 제조업체로 지난해 매출 215억원, 영업이익 99억원의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시장에서 적정 공모가를 받기 힘들다고 보고 상장을 연기하기로 한 것.
이번 사태는 '공모가 거품' 논란의 이면을 보여주고 있다. 공모가가 높았다는 지적에 주관 증권사들이 발행기업의 공모가를 보수적으로 가져가려가다 거꾸로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최근 새내기주들이 상장하자마자 무더기로 공모가를 하회하며 논란이 뜨거웠다. 주관 증권사가 공모 후 한달 내에 주가가 하락하면 일반청약자의 주식을 공모가의 90%에 되사주는 풋백옵션제가 폐지되면서, 다시 사들여야할 의무가 없어진 주간사들이 공모가를 높게 책정한데다, 새내기주에 대한 수급 안전장치가 사라져 공모시장을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금감원, 제도 개선 보완해야" vs "제도 완벽..단순 과도기 현상"
투자자들과 업계는 금감원을 이번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금감원이 6월말부터 시행한 IPO시장 선진화 방안이 오히려 부작용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냐는 것.
증권사의 한 IPO 관계자는 "풋백옵션이 폐지되면서 공모주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는 물론 기존주주들 모두 팔려고만하고 있어 수급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공모주 시장을 다시 살릴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바뀐 제도는 완벽해 보완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사태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공모주 시장이 제대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정은윤 금감원 공시감독국장은 "미국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상장한 뒤 한달 뒤에 주가가 떨어지자 KKR과 칼라일 등도 상장을 연기했다"면서 "최근 공모주는 차별화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정 국장은 "증권회사가 해달라는데로 다해줬는데 이제와서 딴 소리를 한다"면서 "최근 공모주 시장은 STX팬오션이나 삼성카드 등 우량주는 오르고 있고, 코스닥 소형주는 내리는 등 현재 시장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공모주 현상은 제도 개선 과도기에 나타나는 진통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이상 공모주 시장이 안전투자처로 인식되는 시절은 지났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