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촌오거리 살인 누명 피해자 “맞아 죽을 것 같아 자백”

2000년 15세 소년, 약촌오거리 살인범 지목돼 10년 옥살이
2003년 진범 잡혔지만 ‘증거 불충분’ 무혐의 처분
2013년 재심 신청→2018년 진범 징역 15년 확정판결
법원 “국가, 약촌오거리 살인 누명 피해자에 13억 배상”
  • 등록 2021-01-14 오전 9:13:22

    수정 2021-01-14 오전 9:13:22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맞아 죽을 것 같아서 자백했다.”

이른바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돼 1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 소송에서 이긴 가운데, 피해자의 과거 인터뷰 내용이 재조명되고 있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최 모 씨가 지난 2018년 SBS와의 인터뷰를 통해 과거 경찰의 강압 수사로 인해 거짓 자백을 했다고 밝혔다. (사진=SBS ‘뉴스추적’ 방송화면 캡처)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이성호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최 모(36) 씨가 정부와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검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최씨에게 13억979만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최씨의 가족 2명에게도 국가가 총 3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씨는 15세였던 2000년 8월10일 오전 2시7분께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부근에서 택시 운전기사 유 모(당시 42세)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씨는 이 사건 최초 목격자였지만, 당시 수사기관은 최씨가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몰다 유씨와 시비가 붙었으며 이 과정에 욕설을 듣자 격분해 오토바이 사물함에 보관 중이던 흉기로 유씨를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것으로 조사했다.

1심은 최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고, 이에 항소한 최씨는 2심에서 징역 10년으로 감형받았다. 이후 상고하지 않아 10년을 복역한 뒤 지난 2010년 만기출소했다.

이후 경찰은 최씨가 복역 중이던 2003년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김 모(40) 씨를 긴급체포한 뒤 자백을 받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진범이 아니라면 알기 어려운 내용을 진술했고, 최씨에게 미안하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풀려난 김씨는 거짓 자백이었다며 말을 바꿨다. 검찰은 2006년 증거불충분 등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지난 2010년 SBS ‘뉴스추적’에서 최씨의 억울한 옥살이 사연을 처음 보도한 뒤 2013년 재심 신청이 이뤄졌지만, 검찰의 항고로 2년이 더 지나서야 재심 절차가 시작됐다.

최씨는 결국 2016년에야 무죄 판결을 받았고, 검찰은 그제야 진범 김씨를 구속 기소했다. 2018년 3월 김씨는 유죄가 인정돼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최씨가 누명을 벗고 진범이 확정판결을 받기까지 18년이 걸렸다. 결국 경찰의 무리한 수사와 검찰의 권한 남용·법원의 잘못된 판단으로 최씨는 15세 나이에 1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진범 김씨가 확정판결을 받은 2018년 3월27일 최씨는 SBS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사건 당시 경찰의 강압에 못 이겨 허위로 자백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어쩔 수 없이 자백한 건) 더 이상 (아니라고) 했다가는 진짜 (맞아)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가 여기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최씨 변호인 박준영 변호사는 “이 사건의 무죄 판결과 진범에 대한 처벌로 끝낼 게 아니라 뭐가 문제가 있었는지 낱낱이 밝힐 필요가 있다”며 의지를 다졌고, 8년 뒤인 2021년 최씨를 대리해 국가 상대 소송에서 승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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