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식의 주식보기)왜 전쟁을 추구하나

  • 등록 2002-09-23 오후 2:30:11

    수정 2002-09-23 오후 2:30:11

[edaily]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가능성이 증가하면서 그 파장을 우려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 세계 증시도 상황전개 방향에 신경을 곤두세운 채 등락을 거듭한 지가 벌써 몇 달째이다. 우리 증시도 예외가 아니다. 전쟁가능성이 높아지고 유가가 상승하면 주식시세판은 온통 파란색으로 변하고 사태가 호전된다는 소식이 나오면 반대상황이 연출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남의 나라 전쟁에 우리 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우리 경제와 시장이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전쟁이 발발할 경우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변수는 유가이다. 전쟁과 같은 위기상황이 초래되면 유가는 급등한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원자재인 기름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 안되기 때문에 불의의 사태를 대비하여 각국들이 원유재고 비축에 나서게 되고 이 때문에 유가가 오를 것을 예상하는 투기세력들이 끼어들어 유가급등을 부채질하기 때문이다.

유가급등은 길게 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을 준다. 대체로 두 가지 경로를 통해 나쁜 영향을 미친다. 첫째, 유가상승은 세계경제에 인플레를 유발하고 그 만큼 소비자들의 실질소득을 감소시키게 되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소비를 감소시키는 작용을 한다. 선진국을 비롯한 각국 소비자들이 소비지출을 줄이면 우리의 수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다. 둘째, 유가상승은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우리 나라는 하루에 250만 배럴, 연간으로 약 9억 배럴의 원유를 수입한다. 원유가가 1달러만 상승해도 우리의 국제수지는 9억달러 마이너스 효과를 갖게 되는데 10달러 정도만 상승하면 90억 달러 마이너스 요인을 안게 되는 것이다. 올해 우리 나라 경상수지 목표가 50억 달러 인 점을 감안하면 그 영향의 크기를 능히 짐작할 수 있는 규모라 할 수 있다.

◇왜 전쟁을 추구하나


부시 미국 대통령은 왜 자꾸만 남의 나라인 이라크를 치려고 하는 걸까. 이러한 분석은 정치, 외교, 군사 등의 전문가들이 일차적으로 담당해야 할 영역이지만 시장 분석을 담당하는 한 사람의 시각에서 나름대로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이라크에 대한 공격의 명분으로 미국은 테러지원 세력 제거,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등과 같은 정치적이고 어떻게 보면 도덕적일 수도 있는 이유를 표방하고 있다. 미국내 각종 여론조사 들을 보면 후세인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증오는 거의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미국인들의 이런 마음을 고려할 때 그러한 전쟁명분은 충분히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명분만이 전쟁을 치르고자 하는 동기의 전부라 할 수는 없다.

자본주의 정신으로 똘똘 뭉친 미국국민 들이 도덕적으로 바람직한 전쟁이라 하더라도 손해 볼 짓이라면 지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였던 부시 전 대통령이 지난 번 걸프 전쟁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 하늘을 찌를 듯한 여론의 지지를 얻는데 성공했지만 이를 재선거까지 유지하는 데 실패하고 낙선의 쓴 잔을 마셔야 했던 과거를 생각하면 현 부시대통령이 그런 전철을 밟으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럼 부시 대통령이 미국 국민들을 위해 이라크와의 전쟁에서 노리는 경제적 실리는 무엇일까. 그것은 먼저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여 미국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증대 시킴으로써 미국이 챙길 수 있는 이익은 첫째, 유가의 하향안정일 것이다. 미국은 산유국이지만 전체 소비량의 55%를 수입하는 세계 최대의 원유수입국이다. 석유가격 안정으로 미국인들의 소비수준이 제고되면 미국경제에 그만큼 도움이 된다. 둘째, 이라크에 친미정부를 세움으로써 미국 기업들이 이라크내 유전개발권을 따내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할 수 있다. 이라크는 사우디에 이어 세계 제2의 석유 추정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셋째, 오일 달러의 유출방지 효과이다. 최근 미국경제에 대한 신뢰감이 하락하고 아랍자본에 대한 조사 등으로 아랍 석유자본, 즉 오일달러가 미국시장에서 철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와 기업이 낮은 금리로 지출과 투자를 할 수 있게 하는 환경조성에 일익을 담당해 온 이들 자금들이 빠져나가는 상황이 결코 바람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부시는 이라크와의 전쟁을 추구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후원자에 대한 배려도 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 주된 대상은 군수산업체와 에너지 기업들이다. 군수산업체는 700억 달러에서 1000억 달러로 추정되는 전쟁비용지출의 주된 수혜자들이다. 에너지 기업들은 긴장이 고조되면서 유가가 오르는데 비례하여 매출과 이익이 오르게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라크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 유전개발권 획득에 있어 우선권이라는 전리품도 챙기게 될 전망이다.

◇전쟁 시나리오별 영향


이런 경제적 실리와 명분 등을 한꺼번에 챙길 수 있는 전쟁이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미국이 물러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부시대통령 자신이 그 동안 내뱉어온 말이나 취해온 행동을 생각해 보면 지금단계에서 전쟁을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할 수 있는 선을 이미 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이라크가 무조건적인 핵사찰을 수용했다 하더라도, 그리고 다른 우방국들이 UN이라는 대화의 장을 통하지 않은 미국 단독의 군사행위에 반대한다 하더라도 전쟁 발생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전쟁이 발발한다면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 전쟁발발의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눠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전쟁이 언제 발발하느냐 하는 차원과 다른 하나는 전쟁이 장기화되느냐 단기전으로 끝날 것이냐 하는 차원이다. 이러한 차원과 별개로 비록 확률은 낮아 보이지만 대화를 통한 극적 타협으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시나리오도 상정해 볼 수 있다.

전쟁시나리오별 영향


◇종합판단

시장은 이미 전쟁의 조기발발과 단기전을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한 시나리오에 맞춰 유가는 이미 전쟁프리미엄을 반영하고 있고 주가도 충분한 조정을 받고 있다. 최근 이라크의 외교공세로 전쟁이 UN의 지원을 받는 방식은 기대하기 어려워 졌기 때문에 미국과 영국의 연합에 의한 전쟁수행이 유력해졌다.

조기 발발을 예상하는 것은 미국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기간이 올 겨울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기전이 예상되는 것은 미국의 전쟁수행능력은 걸프전 이후 지속적으로 향상돼 왔는데 비해 이라크는 그 동안의 경제 제재로 외화 획득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에 걸프전 당시보다 전력이 더 약화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쟁이 실제로 발생하기 전에는 세계 각국들의 재고비축이 활발해지고 마침 동절기까지 겹쳐지기 때문에 유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 예상된다. 그러나 비상상황에 대비할 수 있을 정도의 재고가 비축되고 나면 유가는 전쟁 발발전이라도 안정국면을 회복할 것이 예상된다. 전쟁이 실제로 발발하더라도 일시적인 충격은 있겠지만 양국간 전력차이로 조기 종전이 가시화되는 순간부터 유가는 폭락할 것이며 미국의 승리가 확정된 후로는 유가가 배럴당 15달러 선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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