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에선 ‘남북 정상 연극 회담’

극단 쎄실의‘정말, 부조리하군’
정치 풍자… 개막일 우연히 겹쳐
  • 등록 2007-08-13 오후 2:17:44

    수정 2007-08-13 오후 2:17:44

[조선일보 제공]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29일, 서울에서는 남북 정상을 풍자하는 연극이 개막한다.

극단 쎄실의 ‘정말, 부조리하군’(이윤택 작·채윤일 연출)이 오는 29일부터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공연된다. 독일 작가 뒤렌마트의 ‘로물루스 대제’에 한국 정치현실을 넣어 개작한 부조리극(不條理劇)으로, 마지막에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작가(최규하)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빗댄 키 작은 남자(주호수)가 대화하는 장면이 들어 있다.

남북 정상회담과 겹쳐진 건 우연의 일치다. 연출가 채윤일은 “작가가 지난해 12월 대본을 쓸 땐 올해 12월쯤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예상했는데, 8월 29일 서울 공연 개막이 확정된 뒤에 남북 정상회담 일정이 발표됐다”며 “정치적인 회담은 평양에서, 연극적인 회담은 서울에서 열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 연극‘정말, 부조리하군’의 작가(왼쪽)와 키 작은 사내. 각각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풍자한 등장인물이다. /극단 쎄실 제공

‘정말, 부조리하군’은 나라를 망하게 한 통치자를 그리는 연극이다. 로물로스 대제는 게르만이 침공하는데 한가하게 닭이나 키우고 역사 공부에 매달렸다는 서로마 제국의 마지막 황제다. 이윤택은 로물로스 대제와 지금 한국의 정치상황을 섞어 풍자극을 만들었다.

작가(황제)의 잠 속에 서기 476년 서로마에서 온 기병대장이 도착하며 시작되는 이 연극에서 황제는 TV해설자보다도 영향력이 없고, 인터넷에 댓글이나 올리고, 재정 파탄에 우방국과의 관계는 악화되는데 북녘에 쌀·시멘트를 퍼주는 사람으로 설정돼 있다. 그러나 이윤택은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하지도 칭찬하지도 않고 풍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산씻김’ ‘난쏘공’의 연출가 채윤일은 “노무현 대통령이 권위주의를 깼다고 하지만, 난 대통령은 권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작가와는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이 연극은 현실과 겹쳐지는 상황이 많다. 마지막 장면에서 치마를 입고 나타난 키 작은 사내는 작가에게 권총을 쥐어주며 말한다. “어서 날 쏘시오. 그럼 우리의 사명은 끝나는 것이오. 북녘에서 고생하는 인민들은 관광개발 붐을 타고 잘 먹고 살 것이고, 당신은 체면을 차리고 죽을 수 있을 것이오.”

작가와 키 작은 사내는 권총 자살을 시도하지만 불발로 끝난다. “이런 젠장! 역사는 역시 부조리하군”이 그들이 외치는 마지막 대사다. (02)763-1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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