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현대건설 직원, 회사와 "사이버 전쟁중"

  • 등록 2000-10-26 오후 4:51:42

    수정 2000-10-26 오후 4:51:42

현대건설 직원들이 "현대판 필화사건"을 계기로 회사측을 상대해 "사이버전쟁"을 벌이고 있다. 건설 직원들은 노조홈페이지(www.for.or.kr) "토론마당"를 통해 연일 최고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는 한편 "회사살리기"를 위한 직원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회사를 상대로한 직원들의 사이버 전쟁은 지난 18일 현대건설의 수정 자구계획 발표직후 본격화했다. 이때는 건설 직원들이 "김윤규 사장 퇴진", "집단월차 사용"등을 주장하며 경영진 비판에 나서다가 최근에는 실명으로 회사를 성토한 최모 대리의 글이 현대그룹웨어 게시판에 삭제되고 인사조치당한 "현대판 필화사건"이 터지자 이를 비난하는 글들이 홈페이지를 도배하고 있다. 최 모대리의 글이 그룹웨어 게시판에 실린 것은 지난 25일12시52분. 회사를 비판하는 글들이 없지 않았지만 최 모대리는 입사연차와 소속, 현장근무처는 물론 자신의 이름까지 실명으로 올렸다. "지금의 현대건설은 70~80년대 중동 열사의 사막에서 오일 달러를 벌던 현대건설이 아니다"라는 말로 글을 시작한 그는 "부실의 원인이 정부, 왕회장(정주영 명예회장) 일가,건설의 최고경영진은 물론 말단인 자신에게도 있지만 가장 큰 책임은 현대 최고위 경영층에 있다"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이어 "왕회장님(정주영 명예회장)!!! 정말로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저희 후배들한테 현대건설을 맡겨 주십시오. 유능하고 패기있고 강한 도전정신을 가진 부장님, 과장님들이 건설을 미 벡텔이상의 건설회사로 만들 수 있다"고 하면서 "정말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 글을 올린다"고 끝을 맺었다. 이 글은 게재 한시간여만에 2000여건의 조회수를 올린뒤 삭제당했다. 그리고 작성자인 최 대리는 게재 당일 "근무태만"이라는 이유로 본사 복귀조치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소식이 알려지자 건설 직원들은 노조홈페이지를 통해 언로를 막은 회사측을 성토하는 글에서부터 최모대리의 신변을 걱정하는 글, 이런 상황에서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건설노조를 비판하는 글 등을 쏟아내며 회사측과 "사이버전쟁"에 들어갔다. "이것이 바로 현대건설의 현실입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한 직원은 "하고싶은 말도 마음대로 못하는 회사, 국가로 보면 완전히 유신치하, 군부독재시절입니다. 이럴수가 있습니까"라며 울분을 토했다. 또 "응징자"라고 등록한 직원은 "정말 현대건설이 너무너무 한심한 회사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오로지 경영층에 아부만 일삼고 자기자리에만 연연하는 임원이 존재하는 한 현대건설은 앞으로 희망이 없다"고 분노를 표시했다. 등록자가 "암행어사"라는 한 직원은 "현대건설과 북한의 공통점 3가지"라는 제목아래 "건설과 북한은 첫째 언로가 막혀있다, 둘째 거짓말을 잘한다, 세째 협박도 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소개하고 "건설이 대북투자를 통해 번 것은 없지만 배운것은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성토만 있는 게 아니라 건설의 위기 타개에 대한 진지한 접근도 없지 않다. "현대인"이라는 직원은 "현대건설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회사를 위해 희생과 노력을 아끼지 않은 임원중 30%가 희생을 감수했지만 이들이 물러난다고 회사가 회생할리 만무하다"고 지적한 뒤 "건설이 살수 있는 방법은 첫째 우수한 직원들을 타기업에 빼앗기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직원은 이어 "일부 직원들이 정씨 일가가 물러나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회사를 구하는 방법은 아닐 것"이라며 "왕회장이 더이상 모욕당하지 않도록 최고경영진들이 최선을 다해야 할 시기가 왔다. 더이상 사태를 당신들(경영진)의 잣대로 판단해 시장의 요구를 무시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실 현대건설 노조의 홈페이지는 지난 18일이전만해도 직원들의 참여가 극히 저조했다. 토론마당에는 직원들이 올린 글이 하루 3~4건 정도에 불과했고 조회수도 건당 500~600회 정도였다. 그러다가 수정자구계획과 구조조정 계획이 발표된 18일이후 이처럼 글 게재건수가 급증, 24일 14건, 25일 15건, 26일 22건(오후 4시현재)로 늘어났고 조회도 1000회를 넘기고 있다. 또 지난 23일에는 한 직원이 "경영진의 잘못에 대한 노조차원의 응징을 위해 집단휴가를 27일 실시하자"고 제의, 동료들의 관심을 모았고 24일에는 "노조가 사장퇴진에 대한 반짝 설문조사를 실시하자"는 제안이 오르기도 했다. 노조 홈페이지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현대건설 직원들의 자성과 문제제기가 회사 정상화에 어떤 기여를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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