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빅데이터와 공공정보 개발

  • 등록 2013-06-27 오전 11:37:06

    수정 2013-06-27 오전 11:37:06

[장영재 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 MIT공대의 인공지능 학자인 루딘 교수는 최근 몇 년간 뉴욕시의 수천 개에 이르는 맨홀 구멍 밑을 탐사해 왔다. 인공지능학자인 그녀는 왜 맨홀 뚜껑을 열고 수채 구멍과 같은 뉴욕시 지하를 탐사할까?

장영재 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
뉴욕시 맨홀 아래는 100년도 넘은 전력선이 거미줄처럼 엉켜있다. 점차 늘어나는 전력 수요와 노후된 전력선으로 인해 매년 수십 건의 누전 화재와 정전사태는 뉴욕시의 큰 골칫거리가 되었다. 해결 방안은 간단하다. 뉴욕시의 모든 전력선을 일괄적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그러나 막대한 세금을 투자해서 하드웨어를 갈아치우는 것만이 방법일까?

루딘 교수는 뉴욕시 전력 관리를 담당하는 기관의 지난 40년간 유지보수 정보가 공개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수리 담당자가 작성한 일종의 일지였다. 수리 작업자가 문제에 대해 기술한 자료라 철자가 틀리거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록하는 등 일관성이 없었기 때문에 기록용으로만 쌓아놓았을 뿐, 활용되지는 않은 자료였다. 담당 공무원들은 이런 자료가 공개되어도 어떻게 무슨 용도로 활용될지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최근 뉴욕시의 공공정보 개방 정책의 하나로 이 문건도 공개 대상에 포함되어 있어 일반에게 인터넷으로 공개가 된 것이었다.

그러나 쓸모 없어 보이는 데이터가 인공지능 학자와 만나자 수 백억대의 가치로 재탄생되었다. 루딘 교수는 이 방대한 정보를 인공지능 기법을 활용해서 수만건의 기록을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해 냈고 문제가 자주 일어나는 전력선이 어디인지 그리고 어떤 전력선을 긴급 교체해야하는지를 문제가 발생하기 전 사전에 파악하는 방식을 고안해 냈다.

바로 빅데이터 분석이다. 전력선을 모조리 교체하는 것보다 필요한 선을 선별적으로 교체해서 세금낭비를 혁신적으로 줄인 셈이다. 데이터와 첨단 과학을 활용한 창의력 그리고 이를 신뢰한 뉴욕시의 자세로 엄청난 세금 낭비를 사전에 막은 것이다.

공공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한 사례는 최근 네덜란드의 제방 개선 사업에서도 찾을 수 있다. 매년 상승하는 해수면으로부터 국토를 보호하기 위해 네덜란드 정부는 제방 방지 기능을 10배 이상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처음에는 제방에 콘크리트를 10배 이상 부어 더욱 견고한 제방을 만드는 방법이 제안됐다. 그러나 국토 3면을 둘러싼 모든 제방을 10배 강화한다는 작업은 엄청난 투자를 의미했다.

전 국토를 토목공사장으로 변모시키는 것만이 대안일까?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의 연구팀은 새로운 제안을 제시했다. 네덜란드 정부가 개방한 수많은 기후 정보와 제방 관리 일지 그리고 해수 관련 자료를 첨단 수학적 방식으로 분석해 모든 제방을 보강하지 않고 특정 제방만 보수해도 10배 이상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이러한 제안은 국토부와 국회의 철저한 검증을 거쳐 작년에 최종 승인되었고 이를 통해 절약한 세금이 무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0조 원에 달한다. 그저 쌓아 두고만 있던 정보가 10조 원의 가치로 재탄생된 것이다.

이러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탄생해서 국민 세금을 줄이는 결과를 도출하게 된 시작점이 바로 공공정보 개방이다. 그저 쌓아 놓고 활용되지 않거나 활용할 수 없다고 판단된 데이터였지만 이러한 데이터가 과학기술과 만나 큰 가치를 탄생시켰다. 최근 이러한 정보의 가치를 파악한 한국 정부도 정부가 쌓아놓은 데이터를 개방하는 공공정보 개방 정책을 추진 중이다. 정부가 정보를 공개한다는 것은 투명한 정부란 의미도 있지만또 한편으로는 축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합쳐져 새로운 혁신을 가능케한다는 의미도 있다. 공공정보 개방을 통한 혁신의 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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