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기환의 홍보에 울고 웃고)지금월드컵과 소통

  • 등록 2009-06-12 오후 3:39:00

    수정 2009-06-12 오후 3:39:00

[이데일리 문기환 칼럼니스트] 몇 년 전인가 어느 서방 강대국의 외교관이 한 말이 떠오른다. 우리나라에 부임하며 한 얘기다. “한국처럼 정치, 외교, 사회적으로 언제나 큰 이슈가 많이 발생하는 등 다이내믹한 국가로 가게 되어 매우 흥분된다”. 칭찬 인지 비아냥 인지 모르겠다. 당시 뉘앙스가 후자의 의미로 해석됐다고 기억된다.

하여튼 그의 말처럼 과거 수십 년간 한 시라도 조용한 적이 드물었지만 최근 들어와 더더욱 나라 전체가 혼란스럽다. 신문을 펼치면 온통 일촉즉발 날 세운 대립 관계로 기사가 넘친다. 이런 와중에 지난 일요일 새벽, 중동에서 날아온 청량제 같은 소식이 있었다. 
 
우리 축구 대표팀이 UAE를 2:0으로 누르고 승리했다는 뉴스였다. 특히 그날 승리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짓는 의미 있는 것이었다. 그러기에 도하 모든 매체들이 일곱번째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우리 축구 대표팀의 업적을 특집 편성하면서 까지 크게 칭찬하고 있다.

실로 오랜만에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역시 스포츠는 정치, 지역, 빈부의 차이를 뛰어 넘어 국민의 마음을 한 데 모아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국가 대표의 경기일 경우는 더욱 그런 것 같다.

항상 그래왔지만 이번에도 수훈을 세운 감독과 선수들의 인터뷰가 뒤 따랐다. 그 중에서 번쩍 필자의 눈 길을 끄는 선수가 있었다. 다름아닌 대표팀 주장이자 본선 진출의 일등 공신이라 할 수 있는 박지성 선수였다. 그는 이번 월드컵 본선 진출의 요인을 물어보는 질문에 “선배, 후배 모든 선수들이 조화를 이루었고 특히 의사 소통이 잘 되었기 때문이다.”라고 답변한 것이다.

축구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경기장 내에서 뛰어 다니는 11명 선수들 사이에 ‘의사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 한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통’이야 말로 요즘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이기 때문이다. 고작 십 여명 선수들끼리의 의사 소통도 얼마나 어려우면 그것이 승리의 요건이라고 까지 하는데, 하물며 수천만 국민과 정부의 소통은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군대와 민간 기업처럼 ‘상명하복’이 뚜렷한 조직일지라도 소통은 중요하다. 전쟁터에서 만일 사병들과 장군과의 소통이 안 된다면 전쟁에서 승리하기 힘들 것이고, 회사에서 사장과 말단 사원과의 뜻이 통하지 않으면 그 기업은 결코 우량 기업이 될 수 없다고 본다. 그러니 군부 독재 사회도 아닌 민주화가 많이 진척된 요즘 우리 사회에서, 정부와 각계 각층의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국민들과의 소통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이 선진 민주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뤄내야만 할 중요한 책무라고 본다.

소위 총체적 난국의 원인 중 하나로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하다’ 고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과연 ‘소통’이란 무엇인가? 새삼스럽게 국어 사전을 찾아보았다. ‘1.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2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었다. 이번엔 영어 사전을 찾아보았다 ‘mutual understanding’ 혹은 ‘communication’이라고 적혀 있다. 즉, 한글이나 영어나 ‘소통’은 ‘커뮤니케이션’ 이란 단어와 동의어로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은 결코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반드시 상대방과 주고 받아야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해서 ‘대화’ 라고도 불린다. 예컨대, 언론 매체에서 어느 한쪽의 이야기만 보도하거나, 다른 한 쪽의 것을 보도하긴 해도 왜곡되게 해서는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이 성립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기업의 제품 홍보에서도 홍보의 최종 대상자인 소비자들의 마음은 도외시한 체 기업의 일방적인 선전 문구만 나열한다면 ‘소 귀에 경 읽기’가 되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들의 반감만 높아질 것임은 자명한 것이다. 따라서, 기업에서 홍보를 하기 전에 반드시 선행 하는 일은 홍보 대상자들이 기업과 제품에 대해 어떤 인식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면밀하고 다각도적인 심층 조사인 것이다.

정부에서 하는 국가 홍보, 즉 국정 홍보도 같은 맥락에서 보면 될 것 같다. 먼저, 국민들의 의식에 대한 광범위하고도 면밀한 조사가 시급히 필요하다. 혹여 불평 불만과 비난의 외침을 지레짐작하여 사회 일부 이해 집단 세력의 목소리라고 판단한다면 향후 어떤 정책을 실시해도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 불 보듯 뻔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구중 궁궐 안에서 신하들의 보고에만 의존하지 않고 별도로 암행어사를 파견해 민심을 알아 보게 했다거나, 임금이 평복 차림으로 비밀리에 직접 저잣거리에 나갔다는 역사 기록도 있다. 그리고 근대에 들어와 어느 대통령은 때때로 수십년 단골 음식점 주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서민들의 밑바닥 인심을 알아 보기도 했다고도 한다.

모두 다 왜곡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민심을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본다. 바로 ‘커뮤니케이션’을 주 업무로 하고 있는 언론과 홍보 업계 종사자들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라고 본다. 어제의 역사를 보면 오늘의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기환 새턴PR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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