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공정위 "재경부 말만 믿었다"?

공정위 "금산법 개정안 부칙조항 제대로 파악못했다"
재경부 "내용 사전통보..차관회의, 국무회의 때 뭐했나"
  • 등록 2005-08-08 오후 2:58:47

    수정 2005-08-08 오후 5:10:38

[이데일리 최한나기자] 당정과 정재계가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금산법)` 개정안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부칙조항의 사전 인지 여부를 놓고 법안개정을 주도한 재정경제부와 기업 소유지배구조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개정안 부칙이 도마위에 오른 이유는 이 조항에 의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소유 허용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 사정은 이렇다.

지난 97년 3월, 재벌 금융사가 다른 회사 주식을 5% 이상 취득할 경우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한 금융산업 구조개선법(금산법)이 시행에 들어갈 무렵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8.5%를 가지고 있었다.

삼성생명은 금산법 발효 이후에도 삼성전자 주식을 사고 팔았고 현재는 7.25%를 가지고 있다. 금산법 시행 이전은 차치하고, 그 이후에 재벌 금융사가 감독기관 승인없이 5%가 넘는 다른 회사 주식을 거래해 5% 이상을 보유한 것은 금산법 위반에 해당한다.

재경부는 그러나 이번에 금산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부칙조항을 새로 만들어 논란이 돼 온 이 부분을 명확히 했다. 즉 97년 3월 금산법이 새로 제정돼 시행에 들어갈 당시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5%가 넘더라도 이를 `보유한도`로 인정해 준다는 것.

재경부로서는 금산법 제정 이전 보유지분에 대해 명확한 한도을 정해줌으로써 앞으로의 의결권 제한이나 취득제한 등 규제범위의 선긋기를 확실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셈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부칙조항은 삼성생명이 97년 3월 이후 삼성전자 주식 5% 이상을 승인없이 거래, 현재 7.25%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합법화시켜주고 있다.

부칙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법 시행당시 보유지분인 8.5%만큼은 합법적으로 의결권을 유지한 채 보유한도로 인정을 받게 된다. `삼성 봐주기`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재경부가 주도적으로 마련한 이같은 금산법 개정안에 대해 관련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불만을 제기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위는 개정안에 새로 삽입된 부칙조항을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안이 확정됐다며 불만을 슬금슬금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관회의와 국무회의까지 거쳐 통과된 정부 개정안에 대해 공정위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부칙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내놓자, 정부안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온 시민단체와 여당 일부 의원들은 부처간 조율이라는 기본절차를 거쳤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형국이다.

공정위는 입법예고 뒤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등을 거치면서 신설된 부칙에 대해 명확하게 고지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초 재경부에서 개정안 초안을 받았을 때는 문제가 된 부칙내용이 없었고, 이후 차관회의를 앞두고 수정된 개정안이 당초안과 별로 달라진 점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재경부 개정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통과하도록 둔 것은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별한 변경내용이 없다고 전달받은데다 회의 자리에서 법안에 대한 별도 설명도 없었기 때문에 사전에 부칙내용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또 개정안 내용이 달라졌으면 신구조문 대비표처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표가 있어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했다는 것.

재경부는 이에 대해 "차관회의 상정 전 수차례 부칙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통보했고 공정위가 참석한 가운데 차관회의가 이어 국무회의까지 거쳤는데도 잘 몰랐다는 것은 `직무유기`가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말 입법예고 때 없었던 부칙내용이 새로 삽입됐다고는 하나, 이제서야 부칙내용을 잘 몰랐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초안에 없던 부칙들이 회의를 거치며 포함된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차관회의 3일전에는 변경안을 통보해 관계부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쳤는데도 이제와서 문제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수차례 문서를 받고도 자세히 살피지 않아 부칙 내용을 몰랐다면 그것은 공정위 책임"이라며 "게다가 변경안은 애초 입법예고안에 있던 부칙들을 별도로 분리해 좀 더 명확히 한 측면이 있는데도 제대로 파악못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수많은 안건이 올라오는 국무회의에서 특별한 문제제기가 없는데도 설명을 했어야 했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부칙 내용이 공정위 방침과 맞지 않는다면 그동안 진행됐던 많은 회의에서 지적했어야 옳았다"고 말했다.

또 "부칙 변경과 관련해서는 신구조문 대조표를 첨부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자 원칙"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과천 관가에서는 정부안에 대해 시민단체 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삼성 특혜성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삼성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공정위가 뒤늦게 궁핍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게 아니냐며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누워서 침뱉기"라는 거친 표현으로 공정위의 변명을 탓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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